“현실을 딛고 변신적 변화(Metamorphosis) 이뤄내자”

“현실을 딛고 변신적 변화(Metamorphosis) 이뤄내자”

작성일 2025-09-10


경희학원은 지난 8월 27일(수)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을 주제로 2025학년도 2학기 고황연찬회(대학)를 열었다. 이번 연찬회는 급변하는 문명 전환기에 주어진 대학 혁신 방향을 모색했다. 교육·연구·실천의 탁월성과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 구현을 위한 기관 경영 및 행정 기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 주제로 2025년 8월 고황연찬회(대학)
조인원 이사장, 미래지향의 Global Eminence 구현할 대학 행정의 길 제시
“변혁과 창조의 경희 전통 위에, 전환 시대 헤쳐갈 새 물결 함께 만들자”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지난 8월 27일(수)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을 주제로 고황연찬회(대학)를 열었다. 이번 연찬회는 급변하는 문명 전환기에 주어진 대학 혁신 방향을 모색했다. 교육·연구·실천의 탁월성과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 구현을 위한 기관 경영 및 행정 기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법인 관계자, 대학 주요 보직자 및 행정 중간관리자가 참석했다.

경희학원은 경희의 설립정신과 역사·전통을 바탕으로 탁월한 현장 경영 리더십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고황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연찬회는 경희의 가치와 철학에 관한 발표, 대학 기관 경영에 관한 발표, 인공지능 전환(AI/AX)의 전략적 방향 특강,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이사장 인사말 순서로 진행됐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사상과 실천 지향해 온 경희
조인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희의 전통과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시대는 대단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러 위기와 기회가 중층적으로 교차하는 지금 시점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메타모포시스’가 아닌가 한다. 이것은 경희가 오랜 기간 추구한 화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메타모포시스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탈바꿈을 뜻하며, 사회나 기관의 변신적 변화를 상징하는 말이다.

한국전쟁 중에 태동한 경희는 시대와 역사를 성찰하면서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의 길을 모색했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1951년 5월 18일 탈고해 6월 30일 피란지 대구에서 펴낸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에 그 방향성이 담겨 있다. 이는 경희 정신의 토대가 됐다. 그해 8월 피란처 부산 동광동 캠퍼스 시대를 열면서 발표한 교훈 ‘학원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 생활의 민주화’와 1954년 서울 환도를 앞두고 1953년 말 착공한 본관 석조전 중앙 현관 입구에 새긴 ‘학문과 양심의 자유’ 역시 경희가 추구하는 지향을 잘 나타낸다.

조 이사장은 “경희는 이념적 대립에서 시작된 전쟁 중에, 그리고 휴전 직후에 ‘사상의 민주화’,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말했다. 당시 경직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위험한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길을 천명한 것은 자유롭게 학문하고 사유하는 일, 사상과 학문, 양심의 자기 조직적 이치를 이해하고, 성찰적 자유와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시대와 공유한 것이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참된 학술기관의 길을 얼마나 갈구했는지 엿볼 수 있다. 경희가 제시한 ‘문화세계의 창조’는 인간의 인간적 사유와 사상의 길, 가치와 양심의 자기 조직적 속성을 중심에 둔 문명사적 전환의 기획이었다. 주어진 현실 너머 존재하는 변신적 변화를 기하려는 도전적 시도였고, 이념 대결을 초월한 ‘제3의 길’이었다. 지난 세기말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제3의 길’보다 앞서, 경희는 인간과 공동체의 자기 조직적 포용의 가치와 양심, 이에 따른 공적 책임 의식을 근간으로 문명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며 경희 정신의 연원과 가치에 대한 이해(理解)를 전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그런 이해에 근거한다면, 이 정신은 지금도 이어진다. 경희는 공동체적 책임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 공적 실천을 지향하며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간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전환기를 맞은 지금, 경희의 전통은 오늘의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도래할 미래의 요청과 미래세대의 필요에 맞게 그 정신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의 문제”라며, “경희학원의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기관까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주 큰 전환의 시대를 맞아 시대의 새로운 물결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전례 없는 위기이자 천재일우의 기회
조 이사장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난제들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말해왔다. 과학기술의 급진적 발전과 산업문명 확산은 유례없는 삶의 편익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구상 거의 모든 존재의 운명을 가를 실존적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우리가 직접 체감하는 현실의 변화는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라는 대단히 무겁고 버거운 선택지를 우리에게 남겨줬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초과한 첫해였다고 발표했다.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은 1.55도 상승해, 이 해를 포함한 최근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기로 기록됐다.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기후 임계점을 넘어선 데 이어, 올여름 역대급 폭염 소식이 전 세계 곳곳에서 들려왔다. 수많은 사망자 발생, 가축 집단 폐사, 농작물 생산량 감소 등의 소식이 잇따랐다. 나날이 악화하는 기후 위기로 생명의 기반이 흔들리고, 국제정세의 대혼란으로 시대의 난맥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인간의 실존이 위협받는 세계의 현실이 교육·학술·연구기관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터와 같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시대의 난맥상을 풀어낼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AI와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지 모를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퀀텀 컴퓨터 시대는 식량과 물 부족, 기아와 빈곤, 기후·환경·생태 문제, 난치병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우주 기원과 인류 진화, 미래 예측과 같은 난해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남용 문제를 극복한다면, 전례 없던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Michio Kaku) 박사는 2023년 저서 『양자 컴퓨터의 미래(Quantum Supremacy)』 발표 이후, 여러 강연을 통해 “양자 컴퓨터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에너지, 의학, 농업 등 전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이끌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자 단위의 질병 모델링을 가능케 해 암·치매 등 난치병 극복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고부가가치 물질 전환과 인공 광합성 기술 개발에 돌파구를 제시해, 기후와 식량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이사장은 “AI와 퀀텀 컴퓨터의 미래는 아직 미지(未知, Unknown Unknowns)의 영역이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 미래를 온전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그 후 시대를 가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래의 혼란을 가중하는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시공간 조작 기술 개발 가능성 발언과 미확인 이상 현상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에 관한 사건이다. 2025년 4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인 마이클 크래시오스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행한 연설에서 “Our technologies permit us to manipulate time and space. They leave distance annihilated···”라고 말했다. 기술의 파급력과 변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기술은 시간과 공간 조작을 가능하게 하며, 거리를 없애기도 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또 다른 맥락이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미국 의회에서 열린 UAP 청문회에서는 전직 펜타곤 내 UAP 조사 책임자와 공군 정보기관 인사, 퇴역 해군 장성 등이 ‘우리는 우주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증언과 함께, ‘외계 지적 존재(NHI, Non-Human Intelligence)의 것으로 추정되는 추락한 우주선 회수가 있었다.’ ’그 안에는 인간 아닌 생물체(Non-Human Biologics)도 있었다’ ‘UAP는 지상뿐 아니라 해저에서도 목격된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조 이사장은 “지난 몇 년 이야기를 나눠온 시대의 난제 기후, 핵, UAP를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전례 없는 위기다. 그러나 깊어지는 위기는 또 다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연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떠오른 AI와 퀀텀 컴퓨터는 잘만 사용하면 새로운 기회, 천재일우의 기회(Golden Opportunity)일 수 있다. 시대의 난맥상에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의 선택이다. 어떤 현실 인식을 가질 것인가. 어떤 의식과 가치를 지향하면서 문명의 미래를 열 것인가. 미래는 그런 고민과 선택, 공적 실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학술과 교육, 실천 기관인 경희가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보를 이어갔으면 한다. 자리를 함께한 여러분이 소속된 부서, 단과대학(원), 캠퍼스를 초월해 시대가 요청하는 당위적 과제를 풀어가야 할 책임과 소명 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지혜를 모아 미래를 앞서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세계 명문의 길에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의 긍지’다. 긍지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Excellence)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 사회가 희망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여는 일이다. 대학이 우리 모두의 보편 가치인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 노력과 성취를 이뤄내는가의 문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경희가 오랜 세월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 Towards Global Eminence’를 지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명문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공적 책무, Global Eminence 구현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의 사회로 조 이사장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지 부총장은 “이사장님 말씀처럼 지금은 위기지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경희의 오랜 꿈인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골든 타임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관한 조언을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모두의 꿈은 설립자의 1954년 학장 취임식 연설에 잘 드러나 있다. 그때는 휴전 직후로, 온 국토가 폐허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4년 3만 6,000여 달러의 약 5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7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희는 절망의 시대에도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세계 제일의 대학’을 꿈꿨다. 미래를 향한 원대한 비전을 세웠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실천을 실현하는 고유한 지성의 전통을 세워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명문으로 가는 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눴다. “세계 명문의 길에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의 긍지’다. 긍지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Excellence)이다. 학계와 사회가 인정하고 필요로 하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그런 대학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많다. 우리도 물론 그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 사회가 희망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여는 일이다. 그 길은 교육과 연구일 수도, 혹은 공적 실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대학이 우리 모두의 보편 가치인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 노력과 성취를 이뤄내는가의 문제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덧붙여 “최근 영국의 한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은 2019년부터 이런 기여도를 대학평가에 처음 반영하기 시작했다. 매우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경희는 세계 상위, 국내 최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그 전통은 이어졌다. 국제사회 위상은 더 올랐다. 경희인 모두와 행정에 참여하는 여러분이 함께 이뤄낸 성취다. 이 사례는 경희의 전통과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앞으로 더 해야 하는지 다시금 말해 준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교육, 연구, 실천의 탁월성은 단순한 경쟁력이나 배타적 쟁취와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경희가 오랜 세월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 Towards Global Eminence’를 지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명문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현실 직시하면서 시대와 미래 나아갈 길 제시하는 기관 행정
지 부총장은 “교육과 연구, 실천의 탁월성을 통해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는 소회와 함께 질문을 이어갔다. “혁신의 한 방법으로 거버넌스 개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총장 재임 시절인 2009년, 단과대학(원)의 자율 운영을 도입하셨다. 당시 ‘42명의 총장이 경희를 이끌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언론에 보도된 후, 외부에서 많은 문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혁신적인 거버넌스 개편이었다. 2018년에도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하셨다. 행정과 거버넌스 혁신 측면에서 이사장님께서 오랜 대학 경영 경험을 통해 터득하신 지혜와 통찰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앞서 언급한 ‘자유’가 ‘책임’을 전제하듯이, ‘자율’ 또한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전해온 바와 같이, 기관에서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곧 그 기관의 소임(Mission)과 핵심 가치(Core Values)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야 할 책임, 현실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 미래를 선도해야 할 책임, 차기 기관 행정 리더십에 더욱 훌륭한 결과를 남겨줘야 할 책임이 보직자에게 주어진다. 이는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 동시에, 그 자유를 더 큰 공동체의 미래로 연결해야 하는 책무이기도 하다. 과거의 성취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성취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보직자와 행정인의 소임이자 보람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밝히며, 미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응한다는 것은 분명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교시와 함께, 설득력 있는 미래 구상을 만들어야 한다. 경희가 추구해 온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명문’의 길은 경희의 미래이자, 국내외 대학 사회의 미래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가꿔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대학이 사회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이는 과거 지성인 집단을 대표하던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산업화 물결 속에서 성장과 발전, 실리와 실용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대학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면서 대응하되, 그것에 파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넘어서야 한다. 시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기관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인인 우리 스스로가 물어야 한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고,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 어떤 활로를 열어갈 것인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일상 업무를 수행해 갈 때 늘 자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행정과 거버넌스에 관한 질문에 “경희의 역사와 전통 위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현실과 미래를 조망할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일적 관점에서 행정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다음과 같은 조언과 당부를 전했다.

“총장 재임 시절인 2018년,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해 보고해 달라는 이사회의 주문이 있었다. 그때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했다. 최근에도 해외 대학 거버넌스를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하버드대 역대 총장 평균 재임 기간은 20년이다. 주요 사립대 보직자 평균 재임 기간은 10년 정도다. 이들 대학은 기관장이나 주요 보직자를 영입하기 위해 탁월한 연륜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 물색과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 이상 공을 들인다. 한국 대학의 경우, 보직자 재임 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빠르게 순환되면서 전문성이 쌓일 틈이 없다. 외부에서 오랜 기간 훌륭한 성취를 거둔 인사를 후보자군에 올려놓고 심도 있는 검증을 거듭하는 문화도 아직은 별로 없다. 대학 발전을 위해 보직자의 전문성과 미래지향의 실천 역량을 쌓아가고 점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전환 문명 시대에 필요한 일 중 하나가 대학뿐 아니라 시대와 문명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창의적 전문성이다. 대학의 미래를 구성하는 중심축 중 하나가 안정성, 역동성, 미래 지향성을 견인해 내는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과 해석, 미래 예찰, 기관 행정의 통합적·전일적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탁월한 대학 행정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

나형민 미술대학장은 “이제 새롭게 2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 구성원의 메타모포시스, 변혁과 창조를 위해 대학 행정가인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조 이사장은 “구성원이 큰 긍지와 포부를 느끼고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대학 현장 일선에서 경희인의 긍지와 포부의 조건을 제공하는 대학 행정을 강화해야 할 중책을 맡고 계신다. 경희의 전통은 항상 메타모포시스, 문명사적 변혁과 창조의 사명을 품어 왔다. 메타모포시스라는 말은 ‘넘어섬’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형태, 모습’을 뜻하는 모포시스(morphosis)가 결합한 말이다. 외형상 변화만이 아니다. 원형(原型)과 모체(母體)를 기반으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전환을 의미한다. 생성적 현실과 미래, 온전함을 향한 변화와 창조의 도전 의지를 뜻한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은 그런 꿈을 키워왔다.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인간의 인간적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지향했던 설립 정신,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대학을 향한 도전 의식은 현실 너머 존재하는 새로운 삶과 문명의 질서, 학문과 실천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구성해 보자는 의지 표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메타모포시스 또한 그런 정신에 기반한다. 시대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다운 대학의 미래, 새로운 문명의 미래를 창조하는 전환적 행정 역량을 함께 키워가자는 말이다. 두 가지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구성원, 특히 미래세대가 소망하는 미래를 위해 기성 관행을 넘어서고, 경희인의 바람과 소망이 더 큰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행정 내용과 면모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대학 행정에 참여하는 모든 분의 그런 마음 자세와 노력이 구성원 복지와 생활 만족도는 물론, 경희인의 긍지와 포부의 조건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기관 경영의 중심축인 ‘가치’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시설·인프라’ 면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경희학원은 대학 리더십이 추구하는 비약적인 도약,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디딤돌의 하나로 행정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문명사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행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미래를 전일적으로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인은 이번 연찬회에서 AI 혁명과 활용에 관한 전문가 특강을 마련했다.

“아포리아를 넘어서는 의식의 메타모포시스가 필요하다”
첫 번째 주제 발표는 ‘경희 전통과 Metamorphosis(변신적 변이)’였다. 발표를 맡은 신진숙 미래문명원 부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기존의 해법이나 익숙한 사고로는 풀리지 않는 난제의 총체다. 단순한 적응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우리가 요청받는 것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변신적 변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의식 그 자체의 변신이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의식의 길을 열어야만 우리는 이 아포리아(Aporia)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포리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막다른 길, 해답 없음을 뜻한다.

경희는 이미 아포리아를 넘어선 경험이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희학원 설립자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경희의 정신으로 선언했다. 그 선언에는 전일적 사유와 전승화(全乘和) 철학이 깔려 있었다. 전승화 철학의 핵심은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어떤 것도 고립되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 체계다. 신 부원장은 “오늘의 인류가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생명적 사건, 그 얽힘 속에 있다. 타자에 대한 돌봄이 사라진 시대에는 희망이 존재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혀 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작은 선택 하나, 작은 실천 하나가 결국 우주의 질서를 흔들고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승화는 문명사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근대 문명은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동양과 서양을 분절해 왔다. 전승화는 이러한 분절적 사고를 넘어 통합적이고 전일적인 문명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이는 미래 문명을 재설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유의 토대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김현 사무총장이 ‘전환 시대의 기관 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법인의 역할은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학원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설립 정신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고 재해석하는 한편, 이를 학원 내부의 소통은 물론 대외 교류협력을 통해 국내외 사회와 공유하는 것도 법인의 역할이다. 법인은 산하 기관인 대학,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등 10개 기관의 경영을 대표하는 법적 책무도 지닌다. 이를 위해 법인 이사회는 산하 기관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해 결정한다.

이사회는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 전통과 함께 전환 시대가 요청하는 고등교육·학술 기관의 새로운 가치 구현을 포함해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Space21 후속 사업 △거버넌스 △구성원 소통 △경희학원 이사회 협력과 관련해 도전 과제를 권고한 바 있다. 대학은 이에 기반해 경영 목표를 수립한 후, 법인과의 소통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은 올해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대학 영향력 평가 세계 19위·세계 사립대학 1위에 올랐다.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S등급)을 획득하는 성취도 거뒀다. 석학 초빙 제도인 ES·IS(Eminent Scholar·International Scholar)를 활용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노보 셀로프 교수와 세계 석학인 하버드대 김필립 교수를 영입해 출범한 양자물질연구센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학기초연구소 지원 사업(G-LAMP 사업)의 천체·입자·우주과학 분야에 선정되면서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법인은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더 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정 시스템 혁신·전일적으로 미래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AI 활용
경희학원은 대학 리더십이 추구하는 비약적인 도약,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디딤돌의 하나로 행정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문명사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행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미래를 전일적으로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인은 이번 연찬회에서 AI 혁명과 활용에 관한 전문가 특강을 마련했다. 주영섭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장을 초청해 ‘대전환 시대의 패러다임 혁명과 AI/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전략적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가 마주한 환경의 문제, 사회의 문제, 문명의 문제 모두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AI를 활용해야 한다. AI 대전환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자는 것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혁신도 기술 자체가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점이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미션과 업을 재정의하면서 혁신하고 있다. 한 예로 윈도우, 소프트웨어 자체에만 집중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을 기점으로 혁신했다. 새로운 CEO로 임명된 사티아 나델라(현재는 MS 이사회 의장)는 ‘가치 중심’으로 미션을 새로 수립하고, 직원들의 마인드셋 자체를 바꿔 취임 10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자 AI 분야의 선두주자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도입과 이를 활용해 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AX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하면서 “AI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학도 AI를 활용해 역할과 기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지금은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이 나서서 지적·물리적 역량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AI를 통해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AI를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밝힌 주 위원장은 “이 부분은 인간과 세상, 세계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이 중심이 돼야 한다. AI를 써서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를 바탕으로 컨센서스(Consensus)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올 수 있다. 대학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AX는 이제 시작점에 있다. 모든 대학이 같은 출발선에 있다. 지금이 경희대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특강을 마쳤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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