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개량한 차세대 배터리

레이저로 개량한 차세대 배터리

작성일 2025-05-29
신소재공학과 정선호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를 개량해 더 안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연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신소재공학과 정선호 교수 연구팀, 레이저 공정 활용해 아연 이온 배터리 한계 극복
레이저 단일 공정으로 덴드라이트 형성 억제, 저비용·고성능


신소재공학과 정선호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를 개량해 더 안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아연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다. 아연 이온 배터리는 수계 전해질을 사용해 다른 이온 배터리와 달리 화재 위험이 적어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형성되는 덴드라이트 구조는 배터리의 급격한 성능 저하를 일으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아연 이온 배터리 상용화의 핵심이었다.

연구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음극 표면을 2종 결정상 구리-아연 합금 보호층으로 감싸는 단일 레이저 열처리 공정을 제시했다. 이 공정은 짧은 처리 시간과 고가 장비 없이도 구현할 수 있으며, 별도의 환경 조성 없이 일반 대기 환경에서도 공정이 가능해 비용 효율성이 크다. 연구 결과는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 학술지 『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13.3)』 3월 호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이영제 학생(신소재공학과 박사 3기)이 주저자로 정선호 교수와 함께 진행했다.

기존 연구는 전해 도금이나 장시간 열처리를 통해 구리-아연 합금 보호층을 형성했지만, 이 방법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전해 도금 처리 방법은 합금의 조성이나 결정 구조, 두께를 정밀히 제어하기 어렵다. 장시간 열처리 방법은 긴 시간이 소요되고, 공정을 위해 산소를 배제하는 환경 제어가 필요해 배터리 생산 비용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산화가 억제된 구리 나노 입자를 아연 금속 표면에 단일 층으로 흡착시킨 뒤, 녹색 레이저를 이용해 0.001초 만에 급격한 온도 상승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2종 결정상의 아연-구리 합금 보호층을 형성했다. 국소 표면 플라스몬(Plasmon) 공명 현상을 활용해 최대 848℃의 고온에 0.0005초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레이저 출력에 따라 구리 원자의 열확산 깊이와 반응 정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이영제 학생은 “이 공정은 일반 상온에서도 순간적으로 고온 열처리가 가능해 비용과 시간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호 교수는 “기존 방식은 합금 보호층이 두껍게 형성되기 쉬워 전기화학 반응성이나 기계적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레이저 열처리 공정은 얇고 균일한 2종 결정상 구조를 구현할 수 있어 우수한 성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2종 결정상 보호층은 아연과 구리가 풍부한 상이 공존하는 구조로 아연 이온의 증착을 균일하게 만들고, 전해질과 계면의 접촉을 개선해 덴드라이트 및 부산물 생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이를 토대로 제작한 아연 이온 배터리는 고전류 밀도 환경에서 3,000회 이상의 충·방전 후 60%의 용량을 유지하며 장기적 안정성을 입증했다.

“공정 기술로 재료 분야의 한계 넓혀, 다양한 금속 조합으로 확장해 나갈 것”
이들이 개발한 레이저 공정은 배터리를 넘어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가진다. 이영제 학생은 “레이저 공정의 가장 큰 장점은 확장성이다. 열처리 기판 위에 소재를 올리기만 하면 원하는 형태로 열처리를 할 수 있다. 활용 목적에 맞게 소재를 설계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선호 교수는 “지금까지 레이저 기술은 고가 장비와 제한된 재료로 재료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범용성 있는 레이저 장비로 공정에 적합한 소재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기존 한계를 극복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금속 조합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구리 외에도 은, 니켈 등 다양한 금속 입자에 적용할 수 있는 나노 입자 합성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가시광뿐만 아니라 적외선·자외선 등 다양한 파장 영역을 활용한 소재 개량에 도전하고 있다.


정선호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공정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장 영역을 활용한 소재 개량에 도전할 계획이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