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그리는 한국화, 전통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다

인공지능으로 그리는 한국화, 전통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다

작성일 2025-04-17
나형민 교수는 “연구는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지적인 탐구다. 어떤 연구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고 싶은지 생각하며 연구자로서의 본질과 윤리의식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경희 Fellow(3) 연구 부문 수상자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
예술과 인공지능의 융합, 한국화 데이터 구축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지적인 탐구 추구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교수들을 '경희 Fellow(연구·교육)'로 선정한다. 2024년도 경희 Fellow(연구)로 선정된 교수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 성과를 이루어낸 교수들이다. 미술대학 나형민 교수는 한국 전통 미술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한 독창적인 연구로 큰 주목을 받았다. 나 교수는 한국 전통 미술(수묵화·채색화·민화) 데이터를 구축하여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등의 예술적 성과로 이번 경희 Fellow에 선정됐다. 나형민 교수를 직접 만나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한국화와 인공지능의 만남: 현재적 재탄생
나형민 교수의 연구는 전통 한국화의 고유한 미적 특성과 현대의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여 예술 창작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화는 전통적으로 지필묵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그려지는 예술 형태로, 고유의 미적 가치와 깊이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 교수는 이를 AI를 통해 재창조하고,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방식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AI 기술을 통해 한국화의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탄생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고 연구의 핵심을 설명했다.

나형민 교수의 연구는 단순히 한국화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적인 지필묵의 도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여 새로운 창작 방식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AI가 예술 창작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중요한 연구다. 2018년에는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경매에서 5억원에 낙찰되며 AI 예술이 미술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나 교수는 이 흐름에 발맞춰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그 예술적 가치를 확장시키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나형민 교수는 AI 화가의 등장에 대해 예술의 종말이 아닌 예술의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라본다. 교수의 연구는 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 구축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바로 데이터 부족 문제다. 현재 한국화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셋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AI가 생성하는 이미지가 종종 왜곡되거나 중국화 및 일본화 같은 다른 동양화 스타일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형민 교수는 2022년부터 한국화의 고유한 스타일을 명확히 반영할 수 있는 본격적인 데이터 구축을 시작했다.

2022년에는 한국 전통 수묵화와 화풍별 제작 데이터를, 2023년에는 한국 전통 수묵 채색화 데이터를 구축하며, 작품을 디지털화하고 라벨링 과정을 통해 AI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했다. 각각 7,300여종 4,400여종의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다. 그는 “한국화 이미지의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셋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구 목표였다”고 강조했다.

▶‘한국 수묵화 화풍별 제작 데이터’ 기사 확인하기
▶‘한국 수묵 채색화 제작 데이터’ 기사 확인하기

저작권 문제 해결을 위한 민화 데이터 사업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 교수는 직접 민화 작품을 제작하여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기존 데이터셋은 저작권 문제로 인해 AI 학습에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전통 미술의 정수를 반영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민화는 한국 전통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고유의 미적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기존 데이터셋에서 저작권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다. 나 교수는 “민화는 우리의 고유 정서(해학성·창의성·대중성)를 반영하는 작품이자 대중적이고 저변이 가장 넓은 분야이다. 저작권 문제가 없는 데이터셋을 구축하면서 민화와 같은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약 600여 종의 사람, 사물, 식물 등의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상태로, 이는 AI 학습에 중요한 자원이 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축적한 민화 스타일의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창작 작업도 진행됐다. 이미 민화 스타일을 활용한 한글 문자도(文字圖) 생성 시스템과 영문 알파벳 시스템을 개발하여 특허까지 출원했다. 이러한 작업은 한국 전통 미술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는 “BTS와 같은 글로벌 현상이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듯이, 우리 문화를 활용한 창의적인 프로젝트가 세계적인 유행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 나아가 이 시스템은 한글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에 적용이 가능해 한국적 정서의 타이포그래피 확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나형민 교수는 민화 스타일을 활용해 한글 문자와 영어 알파벳을 생성하며,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의 산업화 가능성 모색
경희는 한국화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를 선도하며, 그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나형민 교수는 향후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 연구를 더욱 발전시켜 산업화 가능성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국화 생성형 인공지능은 예술적 창작을 넘어서, 산업적인 응용 가능성을 가진 중요한 분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민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연구는 그 자체로 큰 가치가 있으며,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나 교수는 “경희가 한국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연구의 확장을 예고했다.

나형민 교수는 순수 예술 분야에서 선입견을 깨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통 미술과 첨단 기술을 융합하여 기존 예술 분야의 틀을 깨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대중적이고 교육적 가치가 큰 창의적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나 교수는 연구비 확보, 창업, 특허, 논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화 데이터를 2만 점 이상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화 스타일 기반의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한글 문자와 영문 알파벳을 민화 스타일로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포함하며, 예술적 창작뿐만 아니라 산업화 및 교육적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올해는 교원 창업 승인을 받아 창업을 시도하고, 예비 창업 패키지에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화 및 산업화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와 창업을 통해 전통 민화와 한글을 결합한 창의적인 학습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초등 및 중등 교육 현장에서 전통문화를 쉽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교육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술 연구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은 결과
이번 경희 Fellow 선정은 나형민 교수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예술 분야의 연구가 타 분야와 동등한 입장에서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가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경희는 학문의 다양성 및 탁월성을 존중하는 대학 문화를 조성해 왔고, 이는 나 교수가 예술적 성과를 이루어내는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나형민 교수는 “예술 연구가 평가되는 기준이 논문이나 연구비와 같은 객관적인 수치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예술 분야의 창작 연구도 중요한 연구 분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경희 Fellow 선정이 예술 연구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예술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나형민 교수는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경희대의 창학정신에 입각한 학교의 지원과, 학생들의 뛰어난 능력을 꼽았다.


나형민 교수는 연구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철학을 공유하며, 그의 연구가 기술적 성과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인류 사회에 기여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화 분야가 오랫동안 예술에서 소외되어 왔음을 언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노력 끝에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되었다고 전했다. 나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가치에만 한정되지 않고, 순수예술 분야의 새로운 길을 여는 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는 사업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인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신념을 밝혔다. 또한, 이러한 가치가 경희의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정신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협력과 융합의 중요성
그는 연구의 중요한 측면 중 하나로 협력과 융합을 강조했다. 미술과 기술, 특히 인공지능의 결합을 중심으로 한 연구는 학제 간 협업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나 교수는 “미술과 기술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이 미술적 관점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에서 미술과 기술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개발자들이 미술 작업을 직접 보고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고, 그 결과 기술자들은 미술에 대한 감각을 얻었으며, 미술 작업자들은 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중요한 시너지를 창출했다. 그는 앞으로도 미술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 정예솔 wg1129@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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