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유종백-손자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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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백(경제61, 모아산업회장, 총동문회 이사)
정든 모교를 떠난 70년대 말부터 나는 카페트업계에 몸담으며 국내 처음으로 한국의 카페트산업에 대한 전문서적도 발간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박물관도 개관하는 등 업계 발전과 카페트문화 보급에 남다른 열정을 쏟아왔다. 감사한 것은, 지난 2000 년 초 모교 후배이기도한 막내아들(경제 94, 유정훈)이 경영을 맡게 되면서, 나와 아내가 함께 시작한 사업이 대를 잇는 가업이 된 일이다.
막내아들에게 다윤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다. 꿈많은 어린 바이올리니스트다. 성탄음악회에서 받은 깊은 감동이 계기가 되어 유치원 시절 처음 바이올린을 잡게 되었는데,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올해 예원중학교 입시 바이올린 부문에서 수석합격하기에 이르렀다. 합격발표 날, 나는 손자로부터 내 생애 제일 큰 선물을 받았다.
그 기쁜 소식을 접하며 얼마전 TV에서 본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제키브의 인터뷰가 기억났다. 그는 위대한 연주자 안네 소피 무터가 카라얀이 지휘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자주 들려주셨던 외할아버지 고 피천득 교수와의 어린시절 추억을 아름답게 회상했다. 문득 평소 할아버지로서 큰 도움 주지 못한 아쉬움이 내 마음 한쪽을 채웠다. 훗날 다윤이는 나를 어떻게 추억할까. 손자사랑은 그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한 길 걷는 삶 속에 내가 깨닫게 된 두가지 귀중한 가치들, 곧 만남의 소중함과 겸손의 미덕을 손자와 나눠야겠다는 마음을 담아 얼마전 교회에 공개편지를 냈다.
고가의 입시용 악기를 빌릴 형편이 못돼 교회 특송 때 사용했던 바이올린을 들려 시험장에 보내며 오직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해야 했던 막내아들 부부의 헌신과 믿음이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식구가 다니는 덕수교회 손인웅 원로목사님과 정명훈 선생님, 음악위원들 및 교회가족들의 깊은 관심과 변함없는 격려가 토양이 되었다. 참 소중한 만남들이다. 그 만남들이 다윤이의 삶에 축복이 되었듯, 그의 하늘선율이 또 누군가의 영혼 속에 만남의 축복이 되면 좋겠다. 그런 소망을 품은 겸손한 연주자가 되기를 늘 기도해 주시던 다정한 할아버지로 다윤이게게 기억이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