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서효석-런던 올림픽과 기(氣)
▲서효석(한의66)
편강한의원 원장, 총동문회 부회장
우리나라가 종합성적 5위를 기록하며 런던 올림픽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필자는 올림픽 기간 보름 동안 경기 장면들을 지켜보면서 '역시 승패는 기(氣)에 달려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 준 사격의 진종오 선수를 생각해보자. 공기권총 10m에서 모두 10발을 쏘는데, 5회까지는 예외 없이 10점대를 쏘면서 앞서 나가던 진종오 선수가 6~9회 내리 9점대를 쏘았다. 그러나 진 선수를 추격하던 이탈리아 선수는 반대로 6~9회에 계속 10점대를 쏴서 점수 차는 1.8에 불과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진 선수의 기가 죽었다면 그는 결코 금메달을 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혀 기죽지 않고 침착하게 10회에서 10.8을 쏘아 냄으로써 반대로 기가 죽어 9.7을 쏜 이태리 선수를 2.4 차이로 제치고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반대로 수영 박태환 선수를 살펴보자. 박태환은 개막 둘째 날인 7월28일(한국시간) 열린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3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광판에는 3분46초68의 기록 대신 실격을 의미하는 'DSQ(Disqualified)'가 찍혔다.
부정출발이라는 것이었다. 별 탈 없이 레이스를 치렀다고 생각한 박 선수에게 갑작스런 실격 판정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금메달을 노리고 있던 그에게 실격 판정은 엄청난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스트레스를 기의 순행에 장애를 주는 외부의 자극이라고 정의한다. 코치진의 항의에 의해 4시간 후 판정이 번복되기는 했지만 그 4시간 동안 아무리 당찬 선수인들 기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금메달을 노리던 그는 은메달에 그치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말았다.
체조 요정 손연재에게 이번 올림픽은 자신의 실력을 세계에 알린 무대이면서 동시에 그녀의 기가 얼마나 당찬가를 보여준 무대였다. 리듬 체조 예선 곤봉 연기를 할 때 턴을 하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슈즈가 벗겨져 날아가 버렸다. 얼마나 당황스러운 순간인가? 그러나 그녀는 정말 기죽지 않았다. 침착하게 맨발로 끝까지 연기를 펼침으로써 결선에 올랐고 5위를 차지했다.
기의 절정을 보여준 것은 아마 축구 한․일전이 아니었을까? 승승장구하다가 브라질에게 3대 0 패를 당하면서 기가 꺾였을 만도 하건만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오히려 반대였다. 투지를 불태우며 온 몸을 던져 거침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들을 생각해 보라. 실력도 실력이지만 승리를 향한 기 싸움에서 일본은 진 것이다.
사람의 기는 전염성이 강하다. 기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기가 죽어 있던 사람도 덩달아 기가 살아난다. 축구 한 ․ 일전이 승리로 끝나고 난 뒤 시청 광장에서 춤을 추던 관중들에게 기자가 마이크를 들이댔다. '밤을 샜는데 피곤하지 않습니까?' 돌아온 답은 무엇이었을까? '아니요. 팔팔합니다. 정말 기분(氣分) 좋습니다. 날아 갈 것 같습니다.'였다.
밤을 새고도 날아 갈 것 같은 이 미스터리는 바로 '기(氣)'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기죽지 않는 한 마지막에 역전타를 날리는 선수들처럼 국민들에게 언제나 기회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