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태-소화기 약한 아이, 감기 자주 걸린다


동문특별강좌 장규태-소화기 약한 아이, 감기 자주 걸린다

작성일 2012-04-10
▲장규태(강동경희대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초기에는 민감하게 대처하면서도 증상이 조금 호전되면 쉽게 무덤덤해지면서 자의적 판단으로 치료 없이 방치한다. 그러다 반복적으로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비염, 축농증, 편도염, 중이염 등의 합병증이 꼬리를 물듯 반복되면 이리저리 병원을 찾는 것이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도대체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되고 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원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무언가 부족하고 이상이 있는 듯 보이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콕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의학에서는 ‘허약아’라는 개념이 있다. “자주 어지럽다. 기운이 없어 보이며 비활동적이다.
나이에 비해 신체적 발육이 늦다. 수면 중에 땀이 많이 나거나, 주간 활동 시 땀을 많이 흘린다. 잔병치레가 많으며, 병을 앓고 난 후 쉽게 피로를 느낀다”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 보아야 한다.

더 세분하면 오장의 허약에 따라 5가지 허약아로 분류되는데 특히 감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는 비계(소화기), 폐계(호흡기)의 허약아이다.

비계 허약아는 “식욕이 떨어지고 편식을 한다. 소화가 안 되고 자주 체한다. 배가 자주 아프거나 더부룩하다. 구토, 구역질, 설사, 변비가 잦다. 몸이 마르고 팔과 다리에 힘이 없다” 등으로 표현된다.

예방법으로 일정한 식사시간에 적당량의 식사를 하도록 하되, 소화에 지장을 주는 찬 성질의 음식을 피하고 따뜻한 성질의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위주로 먹이는 것이 필요하다. 폐계 허약아는 “찬바람을 쏘이거나 찬 음식만 먹어도 기침을 한다. 코가 잘 막히고 재채기를 한다. 편도염, 비염, 중이염 등에 잘 걸린다. 식은땀을 흘린다. 코피가 자주 난다” 등으로 표현된다. 이 경우는 아이를 너무 덥게 키우지 말고, 적절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시키며 되도록 공기가 나쁜 곳은 피하고, 비염이나 편도염이 자주 걸리는 경우는 식염수로 코나 목을 세척해주는 것이 예방법이다.

호흡기와 더불어 소화기가 언급된 것은 한의학의 기본 개념인 오행(목, 화, 토, 금, 수)에서 출발한다. 오행으로 구분하면 호흡기는 금에 속하고 소화기는 토에 속하며 토는 금의 부모가 된다. 즉 부모인 소화기가 자식인 호흡기를 잘 돌봐야만 그 기능이 정상적으로 잘 유지된다고 할 수 있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소아 중에 소화기가 약한 경우 호흡기 질환이 자주 발생하고 회복기간도 상대적으로 길다는 것을 자주 확인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호흡기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약물만으로는 회복이 되지 않아 소화기를 강화하는 약물을 추가해야 하고 평상시의 일상생활에서도 음식에 대한 주의가 꼭 필요하다.

특히 찬 성질의 음식, 예를 들면 돼지고기, 새우, 게, 오징어, 낙지, 조개, 밀가루, 보리, 녹두, 오이,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등은 피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이러한 음식은 소화기의 원활한 작용을 억제하는 찬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화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다른 음식이나 약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하기도 하지만 호흡기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필수적인 감기의 예방과 치료는 반드시 음식에 대한 주의를 기본으로 해야 한다.

[2012. 4. 9 한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