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철-北 ‘미사일 불장난’할 때인가


동문특별강좌 신용철-北 ‘미사일 불장난’할 때인가

작성일 2012-04-10
▲신용철(사학60, 동서문화로 연구실 대표, 총동문회 이사)

11일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북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 ‘태양절’에 맞춘 ‘광명성 3호’의 발사 문제로 4월은 우리를 예측하기 어려운 혼란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더구나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과 중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3대 세습이 21세기 한반도 북방에서 일어났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아 그저 놀라울 뿐이다.

날로 복잡하고 고도화돼 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무리 유명한 인물이라도 생일과 같은 축일은 조용하게 치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유훈통치의 원조인 김 주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태양절’이라며 온 세계를 들썩일 정도의 행사로 잘못 돌아가는 북한의 시계추를 보면 실망을 금치 못한다.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주민을 굶주림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지 못하면서 핵무기로 대한민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단순한 과학위성 발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우려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의 맹방인 중국과 러시아조차도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시급한 민생부터 챙기라고 요구하지 않는가.

백성을 평안하게 보호하는 것이 통치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점은 동서고금의 변할 수 없는 정치적 덕목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0∼9세 어린이 355만명 가운데 최대 220만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이며, 아사자도 속출하고 있다.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이러한 생지옥에서 탈출하려는 북한 주민이 넘쳐나는 비극은 이미 실패한 정권과 통치자의 뚜렷한 성적표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태양절 불꽃놀이’인 장거리 미사일 발사 비용이 주민 1900만명의 1년치 식량을 사는 돈과 맞먹는 8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굶주림의 고통 속에 허덕이는 북한은 공자의 말처럼 정치가 얼마나 백성들에게 가혹한지를 잘 보여주는 표본인 셈이다. ‘정권은 통치자보다 중요하고, 백성은 정권보다 중요하다’는 2300여년 전의 중국 고대 사상가 맹자의 말을 다시 생각한다.

강성대국을 외치면서 굶주림의 고통 속에 주민을 몰아넣고 있는 그들은 민족애로 가득 찬 용어인 ‘우리 민족끼리’를 항상 강조하면서도 우리의 정권과 통치자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매도와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항상 평화를 외치면서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서슴지 않는다.

한편 이러한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자세 역시 매우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지난 60년의 역사에서 휴전선이 자유와 번영의 엄청난 차이의 장벽을 만들었음을 세계가 부정하지 않는데,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과격한 북한 편향적 세력은 체제 비판의 한계를 넘어 우리 삶과 문화의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민주적 선거로 선출한 우리의 대통령을 김일성 생가의 방명록에 ‘국상 중에도 반인륜적 만행을 자행한 이명박 정권’이라고 매도할 정도이면 과연 그들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존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안보적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제주해군기지 반대에서 보듯 ‘부정’과 ‘거부’만이 최고의 선(善)인 것처럼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문화적 공동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이 이룩한 자유와 번영이란 역사의 자존심과 조국의 선진화를 위해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고 굳게 지키려는 후보자를 골라 투표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

[2012. 4. 9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