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신상털기는 또다른 범죄다


동문특별강좌 정완-신상털기는 또다른 범죄다

작성일 2012-04-03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요즘 루저녀, 환경미화원 욕설녀, 지하철녀, 막말녀, 국물녀, 임신부 폭행녀, 담배녀,맥주녀 등 각종 `녀' 사건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인터넷과 SNS를 통하여 특정인의 개인정보가 심각하게 침해 또는 훼손되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진실과 다른 허위 내용이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확산되어 특정한 개인의 명예를 복구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훼손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행위로 인하여 비난받아 마땅한 가해자를 오히려 새로운 피해자로 둔갑시키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하여 실시간 교류되고 있는 많은 정보는 기본적으로 그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그 진실여부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난의 정도가 점점 더 커져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이 일이 크게 확대된 한참 후에야 비로소 당사자에게 잘못 없음이 밝혀지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원래대로 돌이킬 수가 없게 된다. 비도덕하거나 폭력적인 특정사건에 대해 일반적으로 분노감을 느끼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당연지사다. 그렇다고 해서 이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적극적으로 가해자를 혼내주려고 하는 이른바 마녀사냥식 신상털기 행위는 이 또한 불법행위이고 범죄행위가 되기에 충분할 수 있다.

최근의 마녀사냥 집단은 주목을 끄는 뉴스나 정보가 나타나면 이에 대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캐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이른바 구글링 등 모든 검색방법을 총동원하여 신상털기 즉 개인정보를 캐내고 있다. 심지어 해킹 등 범죄수단까지 구사하여 알아내거나 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 될 명예훼손성 개인정보까지 캐내어 이를 최신정보로 SNS에 대량 유포함으로써 문제를 크게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끼리 심리적으로 하나의 집단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일부 누리꾼들에 의한 이들 마녀사냥 집단은 진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퍼나르기'를 통해 확산 및 유통시키고, 스스로는 그러한 행위에 대해 마치 공익을 위한 행위인 것처럼 위장하거나 심지어 스스로 그러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격분하여 이를 무시하거나 반격하고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끼리 더욱 강력한 집단을 형성하게 된다.
 
어떤 비도덕한 인간이 아무리 지나친 행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 대한 개인적 비난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터넷이나 SNS 등 사이버공간을 통하여 그의 정체, 즉 개인정보를 유출시켜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행위는 개인의 인격과 사생활보호 차원에서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등장한 각종 `XX녀'의 만행이 공개되면서 함께 문제됐던 점은 바로 이같은 지나친 사생활과 인격의 침해행위였다.
 
이른바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는 정의감 및 알 권리 등의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법의 잣대로 처벌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네티즌들이라도 나서서 도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정인의 정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공개하는 것은 엄연한 범죄행위라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예컨대 네티즌들이 유포한 정보가 공개된 정보가 아닐 경우 해킹, 정보통신망 무단침입죄ㆍ비밀침해죄 등 각종의 죄로 처벌될 수 있다. 설사 이미 공개된 정보라 하더라도 그 유포한 목적에 따라 모욕죄 또는 사이버명예훼손죄 등으로도 처벌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인 신상정보 공개는 현행 법률을 위반하는 범죄행위이다.

따라서 신상털기에 의한 가해자비난행위는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갖고 있더라도 새로운 범죄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만큼 형사법상 크게 형사처벌되어야 마땅한 범죄행위이다. 다만 적발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게 범죄행위인지 잘 몰랐다는 식의 항변을 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의 불법성 및 범죄성에 대하여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특성을 잘 이해함으로써 강력한 형사처벌 일변도의 법적 제재보다는 사이버공간상 불법하거나 부당한 정보를 네티즌 스스로가 정화시킬 수 있는 선플달기 운동을 실시한다든지 하는 대국민 홍보와 국가적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2012. 4. 2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