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디지털포렌식` 법제화 시급하다


동문특별강좌 정완-`디지털포렌식` 법제화 시급하다

작성일 2012-02-16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의 인기드라마 CSI는 강력범죄에 대한 치밀한 증거수집 과정이 주요줄거리로 되어 있다.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증거는 지문ㆍ혈흔ㆍ발자국ㆍ탄피흔적 등 종래 아날로그적 증거가 기본이 되어 왔지만,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든 오늘날 디지털시대에는 그러한 디지털기기에 남겨진 전자적 증거의 확보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디지털증거의 확보과정을 일컬어 디지털포렌식이라 하며 이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최근 커지고 있다. 디지털포렌식은 사이버포렌식 또는 컴퓨터포렌식이라고도 하는데, 전자적 증거물을 사법기관에 제출하기 위하여 컴퓨터ㆍ서버ㆍ스마트폰 등에서 디지털형태로 생성된 모든 데이터를 법적 증거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집 및 분석하는 디지털 수사과정을 말하며, 경찰청ㆍ대검찰청 등 주요 수사기관에는 디지털포렌식센터가 설치되어 있다.

디지털포렌식은 오늘날 법적 분쟁을 해결하거나 기업의 위험예방에 매우 효율적인 수단이다. 즉 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유효한 증거를 확보하여 수사와 재판에서 활용하게 하고 나아가 수사와 재판의 과학화를 가져와 사법피해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 단계의 수사와 재판에서는 아직 그 활용을 위한 법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관련 수사관이나 법률가도 이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 및 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현장조사시에 디지털포렌식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그 활용도를 높이고 보다 정확한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국가표준을 제정하는 등 디지털포렌식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2006년 민사소송법에 e-Discovery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각급 법원이 이를 활용하고 있고 관련 기업들이 이 절차를 위해 많은 소송비용을 지불하게 되자 이에 관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많아졌으며, 상당수의 로펌들이 이에 관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포렌식은 일반범죄의 해결에도 유용하지만 특히 사이버범죄의 해결에는 필수적이다. 예컨대 불법복제물의 유통을 적발하고 방지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포렌식이 필수적인데, 지난해 온라인상 불법복제물 유통에 따른 산업피해가 2조원을 넘는 등 불법복제물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오늘날 SNS를 중심으로 한 스마트환경에서도 불법복제물 유통의 주범인 웹하드들은 계속 활개치고 있고, 여기에 스마트환경의 특성인 개인화ㆍ이동성ㆍ편리성이 더해지면서 불법복제물 유통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해외 블랙마켓을 통한 불법복제물 유통이 스마트환경에서 전체 저작권 침해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 스토리지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 불법복제물 유통이나 e북 활성화에 따른 북스캔 대행업체의 성행도 스마트환경이 가져 온 새로운 유형의 저작권 침해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온라인에 국한된 보호체계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오늘날 스마트환경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 보호체계의 구축이 요망된다.
 
디지털포렌식은 사실관계를 찾아내는 효율적 수단이므로 수사와 재판, 행정 분야는 물론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그 활용도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디지털포렌식이 활성화되면 기업의 의사결정이 합리화될 뿐 아니라 법적 분쟁에의 효율적 대응이 가능해지므로 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포렌식의 활용도는 높아질 것이다.

전자적 증거는 종래의 물리적 증거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므로, 수사절차 전반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디지털증거의 압수수색은 디지털매체에서 수집되는 디지털증거가 증가함에 따라 범죄수사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보다 완벽한 디지털수사를 위해서는 보다 우수한 디지털포렌식 기술이 요구되지만, 이렇게 수집된 디지털 증거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다면 디지털포렌식은 의미가 없게 된다. 즉, 법제도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디지털증거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에 디지털증거를 인정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등 디지털증거에 관한 법적 근거가 확보되어야 한다. 아울러 디지털포렌식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현행 법체계에 맞는 표준절차가 제공되어야 하며, 디지털포렌식에 사용되는 수집 및 분석 도구에 대한 기술적 지원도 함께 행해져야 할 것이다.

[2012.2.14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