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이만열-‘코리안 드림’ 뒷받침할 傳統문화
▲이만열(모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오늘날 대한민국은 동남아시아나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나 남미 지역인들로부터 정부 정책과 사회 간접자본시설(SOC), 기술과 사업 관행 등과 관련해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주요 기업인이나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정부 관리들은 한국의 수질정화 시설이나 전자정부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또 대기업 총수나 대표(CEO)들로부터 기업가 정신에 대한 강의를 듣거나 공장이나 백화점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한국은 이미 신흥국 가운데 대다수의 국가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사례가 됐다.
더군다나 한국의 전통(傳統)문화는 미국의 문화와 달리 많은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환영받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많은 영감(靈感)을 준다. 한국의 화장품이나 의류 패션, 음악과 노래, 춤과 영화는 전 세계 신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한국은 다양한 형태의 기술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 가운데 상당 부분은 저평가됐고 특히 문화에서 그런 현상이 많았다. 한류(韓流)가 그 전에 상상하던 것 이상으로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거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만약 한국이 국제사회의 모델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이전에 20년 정도 준비 기간이 있다면 문제는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시대적 역할을 요구받게 될 수 있다.
코리안 드림은 미국의 꿈이 그러했듯이 한국도 뭔가를 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데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코리안 드림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안겨주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책임감이나 사명감에 대한 깊은 인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젊은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선례가 되고 그것은 극단적으로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충격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젊은이들이 공정한 사회를 창조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데 헌신하는 사려깊고 멋지고 똑부러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전세계 수 억 명이 그것을 따라할 것이고 자신들이 속한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하기 나름으로 그 충격파는 100만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 반대로 한국인들이 비싼 물건을 소비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고 외모에만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게 된다면 세계의 젊은이들도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될 것이다. 천박하고 물질 만능주의적인 삶을 추구함으로써 고급상품 구매는 어마어마하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인처럼 폼나게 산다는 게 대형 승용차만 선호한다거나 식당에서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주문해 놓고는 다 먹지도 않은 채 버리고 나오는 것이라면, 또 그런 식의 상품 소비나 자연 훼손을 멋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대가는 전 지구적 재앙이 될 것이다.
코리안 드림이 무엇인지를 필자가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제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에 대한 사랑,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 더욱 인간적이고 사려깊은 기술의 권장, 인본주의적 전통과 진정한 글로벌 관점의 결합 등을 중요한 구성 요소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코리안 드림을 만드는 것은 한국인에게 달려 있다. 코리안 드림이 두 가지 중 과연 어느 쪽인지 한국인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그 결정에 따라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고 한국인의 행동을 통해 세계 역사의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2.1.25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