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대통령단임제 5년도 길다


동문특별강좌 정완-대통령단임제 5년도 길다

작성일 2012-02-07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느새 현 정부 마지막해가 되어 다음 대통령 선출문제가 올해의 최대 정치현안으로 부상하였다. 우리 헌법상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시행된 지 상당한 세월이 흘렀다. 이제 어느 정도 민주정치 체제가 정착되었다고 느껴진 탓인지, 간혹 계속적인 정책수행을 위해 대통령중임제가 필요하다거나 의원내각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여러 가지 주장이 행해진 바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단임제 대통령들의 업적을 평가해 보면, 대통령들은 취임 후 4년도 채 안되어 원하는 정책의 대부분을 수행해 내었고 종반부에는 오히려 친인척비리로 얼룩진다든지 레임덕 현상만 심해져서 대통령으로서의 평가만 나빠지는 일이 허다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제제를 대통령중임제로 바꾼다면 또다시 대통령임기 연임을 위한 과도한 무리수가 행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모처럼 발전기를 맞이한 우리나라 민주정치체제는 후퇴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권력집중’으로 지적되어 왔다. 정부형태 논의도 주로 대통령에의 권력집중, 국회의 상대적 위상 저하, 권력집중에 따른 부정부패 등을 둘러싸고 전개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이 대통령제 자체에 기인하는 것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부에서 희망하는 이른바 미국식 대통령제는 제3세계 국가 특히 남미에서는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의원내각제도 그 강력한 반대논거가 바로 대통령제로의 복귀 또는 대통령제 원리의 충실화로 나타나고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통령제는 과도한 권력집중으로 인하여 국회의 위상을 현저히 저하시켰음이 지적되고 있다. ‘정치의 장’이 되어야 할 국회가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다수당과 소수 지도자에 의해 움직이는 야당이 만나는 ‘대리정치의 부서’로 전락한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제의 가장 심각한 폐단이었고, 이것이 의원내각제 도입을 주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아울러 대통령과 국회다수당이 불일치할 경우 여소야대에 따른 정국의 교착, 대통령 교체시 정책의 계속성 상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폐단들은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공통의 현상이고 우리나라에 특유한 현상은 아니다. 이러한 폐단은 꾸준한 제도보완을 통해 해결할 사항들인 것이다.

우리가 헌법상 대통령단임제를 채택했던 것은 과거 독재자에 의한 무소불위의 독재정치를 종식시키고 이를 통한 민주정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경험상 독재자는 그 권력연장을 위해 쉽사리 부정한 선거를 획책하거나 개헌마저 불사한 경우도 있었고, 이로 인해 초대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대통령들이 얼마든지 좋은 업적을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재정치를 했다는 이유로 그 업적에 크게 흠집 난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아직 우리에게 선진적 민주정치 체제는 요원하다는 평가를 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독재정치의 폐단을 가장 확실히 종식시키기 위하여 헌법상 대통령단임제를 채택함으로써 평화적 정권교체의 염원을 담았던 것이다.

대통령단임제는 여러 면에서 완전한 시스템은 아니지만, 단임제를 채택하고 난 후 정권유지를 위한 부정한 정치공작이 현저히 줄어들었고 만일 개헌을 시도하는 경우에도 개헌을 주도한 대통령에게는 바뀐 제도의 수혜자가 되지 못하도록 보완장치까지 헌법에 명시한 것이 대통령단임제를 우리 정치에 정착시키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대통령단임제 실시의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야당 총재가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받아 대통령이 되었고, 연속하여 야당정권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비록 이들 정권의 실정만을 문제삼은 국민의 선택에 의해 또다시 정권교체가 이루어져 새로운 정부가 탄생되었지만,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취임 초부터 문제가 제기되었고 아직 1년도 더 남은 상태에서 벌써 남은 임기를 걱정해야 하는 레임덕 상황이 초래된 것이 우리나라 대통령제도의 현실인 것이다. 여기서 각 정권의 업적과 공과에 대해서 논할 생각은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정당의 후보이든 우리가 선출한 대통령이 그가 공약한 대로 임기 중에 좋은 정책을 잘 수행하기를 바랄 뿐이고, 그러나 뭔가 정책수행이 잘못되고 있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다시 잘 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다는 기대를 국민들에게 하게 해 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정권획득자과 여당의 입장에선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5년 내내 대통령의 지배하에 있게 되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특히나 정책수행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초래되는 경우 그 임기가 매우 길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대통령단임제의 실시 덕택에 짧은 정치역사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대통령을 선출한 경험을 갖게 되었다. 돌아보건대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임기 중에 원하는 정책을 상당부분 잘 수행하고 있음을 우리는 보아왔고 재임기간을 길게 해봤자 예외 없이 발생하는 부작용인 대통령 친인척비리와 레임덕만을 초래할 뿐임을 우리는 쉽게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중임제 또는 의원내각제로의 개혁을 시도하는 것은 오히려 모처럼 조성된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민주정치의 상황을 후퇴시킬 크나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단임제의 최대장점은 역시 평화적이면서도 민주적인 정권교체가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평화적 정권교체의 가능성은 우리나라 정치사에 아직도 가장 필요하고 필수적인 기능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대통령단임제는 여전히 변경되어서는 안 될 제도임이 확실하며, 그 임기는 5년도 길다고 생각된다. 임기를 더 단축시키지는 못할지언정 중임제로까지 변경할 상황은 아직 아닌 것이다. 대통령은 5년의 기간이 짧든 길든 재임기간 동안 강력하고 확실한 정책 실시를 통해 불필요한 논쟁과 예산소모를 막고 지속적인 국가발전을 이루어나가야 할 것이며, 국민들은 필요하다면 원하는 대통령을 언제든지 바꾸어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의 대통령단임제가 여전히 가장 확실하고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된다.
 
[2012. 2. 5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