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새미 K 솔란키-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기대
▲새미 K 솔란키 (모교 석학교수)
한국 기초과학에는 좋은 소식이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으로 대전시를 비롯해 전국 여러 곳에 연구단을 구축하는 기초과학연구원이 시작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당장 즉각적인 응용 개발보다는(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응용들이 나타나겠지만) 기초과학 지식과 이해 확장이라는 공동 목적을 위해 구축될 것이다.
설립 배경에는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반영돼 있다. 모든 국제사회가 부러워하듯이 지난 시절 한국은 믿을 수 없는 빠른 경제 발전을 통해 가난한 농업 국가에서 첨단기술의 나라로 거의 한 세대 만에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성장은 과감하게 투자된 응용연구를 통한 기술 발전에 의하여 주도되었다.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한 응용연구만큼 한국 기초과학이 같은 수준으로 성공을 거두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국이 스스로 세계 정상 경제국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국가 발전 전략에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남들이 미리 개척했던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길을 앞장서 개척해야 한다. 낯선 어두운 곳에 불을 밝히면서 새로운 지식을 개척하고 선도하길 원한다면 미래 한국은 전자, 자동차, 선박 분야뿐만 아니라 차세대 기술혁명에 원료가 되는 기초과학 지식과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 진입에 필연적인 엘리트 연구기관 설립은 가장 적절한 시점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참고로 한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저자는 이런 시도에 대해 진심으로 지지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지난 14년 동안 막스플랑크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경험한 시스템의 많은 장점 때문이다. 막스플랑크 연구소 모체가 되는 막스플랑크협회는 100년 전에 당시 황제 이름을 빌린 `카이저빌헬름협회`라는 이름으로 탄생했으며 세상이 엄청난 변화를 거듭한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막스플랑크 시스템에 숨겨진 생각은 단순하다. 찾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학자들을 모셔와 충분한 지원을 하되 중요한 것은 그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실적을 수확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이런 시스템에서 이제까지 배출한 실적은 매우 뛰어나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여러 분야에서 역사적으로 연구의 첨단에 머물러 왔으며 그 예로 연구원 32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막스플랑크에서 연구 주제를 선택할 때 자유도 중요하지만 연구 수준의 발전 유지도 중요하다. 이는 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외부 과학자들이 몇 년마다 방문하여 수행하는 정기적인 과학평가를 통해 판단된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즉각 배출되는 결과물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막스플랑크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과학자들에게 새롭고 유망한 연구방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새로운 연구에 대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한 후에 매우 중요하고 풍성한 결과를 가져오는 많은 연구 그룹 사례가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한국 내 변화를 매우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 최근 피터 그루스 막스플랑크협회 총재는 독일 언론과 대담하면서 한국을 유럽연합 국가들이 본받아야 할 사례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기초연구에 대한 중요성을 깊이 깨닫고 이에 대해 국제적으로 공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대처하는 방법은 응용연구와 기초연구에 대해 각각 어떻게 투자하고 발전시키는가에 대한 모범이 될 것으로 표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세계 과학계가 주목할 중요한 연구기관이 될 것이다. 이 같은 필요성을 깨닫고 차세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시의적절한 대응은 한국 고유의 역동성과 미래 발전을 보여준다. 기초과학연구원은 한국 과학 발전에 정말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12. 1. 19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