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官治교육으론 학교폭력 못 막는다


동문특별강좌 안재욱-官治교육으론 학교폭력 못 막는다

작성일 2012-01-27
▲안재욱(경제75, 모교 경제학 교수)

'왕따 폭력’을 견디다 못해 대구의 한 중학생이 자살했다. 그 이후 학교폭력의 실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학교폭력이 초·중·고등학교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만연돼 있고, 약 4%에 해당하는 30만명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니 정말 충격적이다.

왜 이 지경이 되었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차적인 책임은 학교와 교사에 있다. 학교폭력이 주로 동일한 학교 내에서 같은 반 학생들 간에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와 학교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방관해 왔기 때문이다. 교사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비난받아 마땅하고, 학교가 편안한 교육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왜 교사와 학교가 이렇게 학교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방관해 왔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온다.

그 답은 우리 교육제도에 있다. 우리의 교육은 국가독점제도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택권 없이 정부가 강제로 배급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교육이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와 교사 및 학교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관료와 정치인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관료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통제되다 보니 사회주의 국가의 공장들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에 반응하지 않는 것처럼 지금 우리 학교들이 학부모와 학생들이 원하는 것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학교와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 무관심의 한 형태가 바로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과 소극적 대응이다.

더욱이 2010년에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교사와 학교가 학교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할 유인을 갖지 못한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나쁜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거기에는 체벌금지, 교내외 집회허용, 소지품 검사 및 압수 금지와 같은 학생들의 권리만 나열돼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원칙, 교사에 대한 존경, 학생 상호간의 존중, 규율준수 같은 책임과 의무는 들어 있지 않다.

게다가 가해학생들이 비교적 가볍게 처벌받아 왔고, 교사와 학교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고소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명성에 손상을 입히고, 학교장은 자신의 인사문제에 불이익이 있을까봐 폭력사건에 대해 정보를 쉬쉬하도록 한다. 이런 것들은 사회주의 국가와 정부통제가 심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행태다.

지금 우리 교육시스템에 ‘출구’가 없다는 것이 지금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문제다. 따라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출구’를 만드는 일이다. 그 ‘출구’는 다름 아닌 교육이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이 아닌 개별 개인에 의해 통제돼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선택권을 갖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선택권을 갖는다면 학교폭력은 사라질 수 있다. 만약 어떤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방관적이라는 평판이 나면 학생과 학부모는 그 학교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그 학교는 문을 닫게 되기 때문에 학교와 교사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학교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우처제도다. 바우처제도란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을 주고, 학부모가 선택한 학교에 등록한 학생 수에 따라 국가보조금을 배분하는 방법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학교 간 경쟁을 일으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원과 학생들의 복지 후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학교폭력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2012. 1. 8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