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나노 손배 책임제` 필요하다


동문특별강좌 정완-`나노 손배 책임제` 필요하다

작성일 2012-01-13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요즘 세탁기에서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나노제품이 광범위하게 출시되어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나노제품이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그 대응책이 시급하다.
 
나노는 10억분의 1 크기를 말한다. 물질을 잘게 쪼개면 화학적 특성이 달라지는데, 은을 잘게 쪼개면 표면적이 늘어나 그 항균능력이 커진다. 은나노 코팅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한 것은 바로 은나노의 화학작용을 이용한 것이다.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물질은 은나노코팅 세탁기ㆍ젖병ㆍ휴대폰ㆍ나노기술이 적용된 화장품ㆍ치약ㆍ놀이터에 사용되는 은나노모래 등 많은 생활제품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만든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초극세 입자가 피부에 고르게 분포해 차단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치약의 경우 치아와 찌꺼기 사이를 나노입자가 파고 들어가 치석의 표면장력을 무력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나노물질 제품은 최근 1000여 종에 이를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러한 나노입자가 인체에 침투하면 배출되지 않거나 인체에 화학작용을 일으켜 큰 해를 입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나노물질의 입자가 너무 작아 피부나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배출되지 않고 몸에 쌓이게 되어 잘못하면 혈관을 막을 수 있으며, 또 입자가 폐에 장기적으로 잔류해 암 유발 가능성마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화장품 업계는 나노기술을 이용한 화장품을 개발하여 피부흡수율을 극대화시켰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미국 국립보건환경영향연구소는 나노입자가 혈관 깊은 곳까지 침투해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고, 서울대 약학과도 은나노제품에서 은 자체가 아닌 입자의 미세크기가 독성을 유발하고 궁극적으로는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나노물질의 유해성이나 위험성이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그에 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최소한 인체에 잠재적으로 유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은나노의 과도한 살균력 때문에 은나노를 살충제법으로 이미 관리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나노물질에 대한 관리감독 요구가 높아지면서 `범부처 나노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즉, 나노물질의 안전성과 환경영향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국민의 안전권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나노제품의 유통현황과 나노물질의 독성정보를 파악해 나노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할 계획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90%는 나노물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나노물질 생활용품의 70% 이상이 소비자에게 관련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고, 제공하는 경우에도 나노물질의 장점은 잘 설명하고 있지만 주의사항은 거의 기재하고 있지 않으며, 특히 나노물질의 유해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

[2012. 1. 9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