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신용철-연평도 피격 1년… 잊어선 안될 교훈
▲신용철(사학60, 동서문화로 연구실 대표, 총동문회 이사)
지난해 3월26일 북한의 천안함 폭침은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이 불행한 참사에 대해 우왕좌왕하며 내부적 갈등에 휩싸인 우리에게 더 큰 충격과 경고가 주어졌다. 11월23일 연평도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북한의 공격을 받았다. 휴전 후 57년 만에 온 국민이 어처구니없는 실전을 체험해야 했다.
해병 2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삶의 터전이 무참하게 파괴됐다. 60년 전 6·25의 피난생활을 체험한 사람들은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분노로 몸서리쳤다. 뒷산이 포격으로 불타버리고, 구멍이 뻥 뚫린 지붕을 보면서 연평도를 떠나 3개월 동안 피난살이를 한 주민들은 내일로 피격 1년이 되는 이순간까지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149명을 검진한 결과 65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쿵’소리만 나면 잠을 잘 수 없는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도발적인 이 두 차례의 참변은 중요한 교훈으로 우리를 일깨워주었다. 첫 번째는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휴전을 잊고 평화의 단꿈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우리에게 항상 너무 부담이 큰 실세로서의 중국의 존재를 다시 실감하게 된 것이다. 사슴을 말이라고 우기듯 북한의 입장에만 서는 중국을 우리는 보아야 했다. 조선을 도와 미국에 대항한 전쟁으로 한국전쟁을 규정한 중국이 ‘역사적 혈맹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세 번째는 우리 사회의 심한 내부적 갈등과 국론의 분열을 뼈아프게 확인한 것이다. 진보와 평화를 자처하는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도발이란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한 정책만을 공격했다.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하면 미국과 전쟁을 도발하려는 처사라며 국민을 선동한다. 1948년 건국 이래 우리 대한민국이 언제 다른 나라를 공격한 일이 있었는가. 침략당하고 공격받은 우리를 호전적이라고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천안함 폭침의 고귀한 희생과 1년 전 연평도에서 전사한 장병과 부상자의 투혼과 애국적 헌신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의 각오를 더욱 새롭게 해야 한다. 북한을 포함한 다른 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평화로운 생존과 안녕을 위해 확고하게 대비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1년 전 연평도를 포격했던 연평도 맞은편의 ‘개머리 해안’이나 백령도 맞은편 ‘장산곶’에 북한은 최근 해안포 진지를 추가 구축한다고 하는 최근의 보도에 접하면서 우리는 1년 전 악몽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나 군 당국이 애써 강조하는 철통방어와 즉각 대응의 자세가 믿을 만한지도 국민들은 항상 궁금하다. 더욱이 우리의 확고한 안보는 정부와 군대만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의지와 합심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연평도 피격 1주년을 맞아 신생 대한민국이 그동안에 이룩한 역사적 업적을 다시 확인하면서 찬란한 미래를 위해 가일층의 노력을 다짐할 때이다. 우리의 안녕과 평화는 누가 우리에게 그냥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다. 포격사건 이후 우리 젊은이들의 해병지원이 늘어난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전 국민이 보여 주신 관심은 삶의 커다란 격려라는 연평도 주민의 말에서 우리는 민족과 조국의 미래에 커다란 희망과 사랑과 긍지를 느낀다. 우리 민족은 항상 어려움을 딛고 힘차게 도약해왔지 않은가.
[2011. 11. 22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