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정완-청소년보호법상 게임 셧다운제 보완책 필요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몇 달 전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에 인터넷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인터넷게임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올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어린 청소년을 인터넷게임중독에서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하지만 이 법안은 게임내용의 유해성 여부와 상관없이 심야시간에 무조건 이용을 금하고 있어 헌법상 개인의 자기결정권 침해 등 문제의 소지가 있어 네티즌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평가될 소지를 안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 청소년 명의의 온라인게임 계정은 야간이용이 금지되므로 이로 인해 청소년들이 부모나 친지 등 성인 명의로 게임계정을 개설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 예상되는 바, 청소년들의 성인 주민등록번호 거래나 교류 등 개인정보침해 범죄가 증가할 것이 우려된다. 사실 지금도 많은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게임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 법이 발효하면 훨씬 더 많은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 명의로 게임을 하게 될 것이므로 익명성에 기초한 여러 악의적 행동이나 개인정보 거래 등 문제점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해킹툴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DDoS 공격을 감행하는 사례가 많이 있는데 이번 게임셧다운제 실시로 인하여 금전을 목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훨씬 증가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나아가 셧다운제 적용연령을 19세 미만까지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미성년자 전체를 보호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취지이나, 민법상 미성년자는 권리침해에 대하여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고, 셧다운제도는 행위규제라는 점에서 그 취지가 다르다. 행위규제에 관해서는 19세 미만이라도 그 자율적 판단을 충분히 존중받아야 할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가장 빠지기 쉬운 나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중독자는 청장년층에서 많이 나오며 그로 인한 2차적 범죄까지도 보도되고 있으므로, 이 주장도 청소년에 국한된 근거라고 할 수 없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근거로 들기도 한다.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공부하느라 잠을 못자는 데 대한 안타까움은 우리 모두가 느끼는 바이지만, 청소년들이 잠을 못자는 이유는 일부 게임중독에 의할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사설학원 교습이나 야간 자율학습 등으로 심신이 피로한 때문일 수 있고 인터넷게임은 오히려 피로회복의 기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19세 미만 청소년 모두에게 게임이용을 막아버렸을 때 이들이 컴퓨터를 끄고 책을 펼치거나 잠자리에 들면 다행이겠지만, 만일 폭력성이나 음란성을 감시조차 할 수 없는 외국의 게임사이트들을 찾아 나서게 되면, 그로 인한 더 부작용은 훨씬 더 클 수도 있다.
일부 청소년의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셧다운제를 강제하는 것은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는 모든 청소년들의 헌법상 자기결정권 침해를 야기하는 결과로밖에 안 되므로, 이 법안은 위헌의 소지가 크다. 헌법은 개인의 권리와 자유에 대한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비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그 본질적인 내용만큼은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헌법상 사생활의 자유, 정보의 자기결정권, 과잉금지의 원칙, 비례의 원칙 등에 대한 침해가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인터넷게임 셧다운제의 타당성이야 어떻든, 이미 입법은 되었고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므로, 그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먼저, 이 제도는 16세 미만의 게임이용을 규제하는 것이므로 게임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게임사이트 가입시 반드시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인터넷게임업체가 회원들에게 주민등록번호 기재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렇게 되면 이용자 간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부모나 지인 등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사용이나 주민등록번호 해킹사고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관한 보완대책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현재 준비중인 게임법 개정안의 내용이 청소년보호법의 내용과 중복규제가 되지 않도록 철저한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
생각건대, 인터넷게임중독의 적절하고 타당한 방지를 위해서는 사이버공간의 이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이러한 저차원적 규제조치보다는, 인터넷게임 콘텐츠의 불법성에 대한 심사를 더욱 강화하고, 게임 중독청소년의 구제를 위한 상담치유센터를 확대 운영한다거나, 인터넷게임중독의 위험성에 대한 사이버윤리교육을 충분히 실시하는 등 다양한 조치들을 마련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인터넷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2011. 10. 13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