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정책공조로 인터넷범죄 줄여야


동문특별강좌 정완-정책공조로 인터넷범죄 줄여야

작성일 2011-08-25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최근 거듭되는 인터넷해킹사고와 그로 인한 개인정보유출이 많아지자 그 중요한 이유의 하나로 각 사이트의 가입 또는 이용시 본인확인을 위하여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인터넷실명제 탓으로 돌리는 의견들이 많이 주장되고 있다. 이 주장은 얼핏 일리가 있는 주장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하여 좀더 정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몇 가지 점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인터넷해킹에 의한 개인정보유출은 인터넷실명제와는 직접적 관계가 없는 별개의 사이버범죄이다. 즉, 인터넷해킹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는 개인정보는 항상 유출될 수 있으며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하여 개인정보유출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해킹범죄는 그에 특유한 범죄방지 기술과 정책을 통하여 제지되어야 한다. 예컨대, 개인정보의 강력한 암호화기술 채택 및 의무화, 국내 해킹대응기관의 체계화 및 통일화, 해킹의 경로로 지목되는 중국 등 주요국가와의 형사사법공조 강화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인터넷사이트 가입과 이용 시 개인정보수집의 최소화 및 주민등록번호 등 특정개인정보의 보관금지 방안이 병행되어야 할 것인데, 이러한 정책은 인터넷실명제 때문에 실시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인터넷실명제와는 얼마든지 별도로 추진이 가능함을 지적하고자 한다.

둘째, 지금 현재 정보통신망법상 시행되고 있는 본인확인제도는 진정한 인터넷실명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본인확인제도는 하루 이용자 10만 명 이상의 대형 사이트에 대하여 이를 이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주민등록번호 대조를 통한 본인을 확인하는 제도이고 한번만 확인하면 그 다음부터는 전혀 확인이 필요 없으며, 본인을 확인할 뿐이지, 게시판을 이용함에 있어 이용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전혀 알 길이 없는 제도이다. 따라서 현행 본인확인제도는 인터넷실명제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다.인터넷실명제의 본래 취지는 인터넷 게시판과 자료실을 이용하거나 또는 채팅,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이용 시에 해당 이용자가 누구인가를 실시간으로 표시하게 하는 제도이며 그렇게 해야만 이용자가 좀더 주의를 기울이고 남을 쉽게 해치는 일을 할 수 없게 한다는 인터넷실명제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인터넷실명제라는 용어보다는 그러한 취지를 담은 인터넷현명제라는 용어를 주장하고 있다.

셋째, 인터넷실명제의 실시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밝혀야만 글을 쓸 수 있게 한다는 것은 헌법상 익명에 의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나아가 검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학교교육에서는 의견을 말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말한 후에 의견을 발표하도록 가르치고 있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어느 인쇄매체에서도 글쓴이의 이름이 없는 글은 거의 없는 것이 사회의 관습이고 공중도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실명제는 원칙적인 정책일 뿐이다. 익명의 공간이 필요한 곳에서는 익명의 게시판을 별도로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막을 이유도 없다. 그러나 보다 건전한 인터넷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실명제를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넷째,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미국식 표현의 자유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미국에도 없는 인터넷실명제는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우리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예컨대 미국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별도의 제약조항이 없다. 거의 절대적 자유를 선언하고 있으며 다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의 경우 등에 한계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 형법상 명백히 금지되어 있는 음란물의 인터넷유통마저도 법률로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 대법원의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미국에서마저도 인터넷언론 중심으로 실명제를 도입하거나 도입을 고려하고 있음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는 제21조 제1항 이외에 그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는 타인의 권리와 명예를 침해할 수 없을뿐더러 공중도덕과 사회윤리를 침해할 수 없다고 명백히 선언하고 있다. 이 점이 미국헌법과 크게 다른 것이다. 한마디로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우리 현행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미국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는 그 내용이, 특히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임을 알아야 한다.

[2011. 8. 24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