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깐깐해져야 할 게임물 심사


동문특별강좌 정완-깐깐해져야 할 게임물 심사

작성일 2011-07-15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최근 현대차 직원들이 직장에서 근무시간 중에 업무용컴퓨터로 인터넷도박을 한 것이 감사로 적발되었다는 보도가 새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도박자들에 대하여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대표이사의 발언이 보도되었으나 이들의 인터넷도박행위는 단순히 직장 내에서의 근무태만에 따른 책임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연히 형법을 위반한 `범죄'로써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중대한 행위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인터넷이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이후에는 근무시간 중에 몰래 인터넷도박을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 되어 버렸고, 과거의 보도내용을 보면 인터넷도박은 비단 사기업체 직원들뿐 아니라 연예인ㆍ외교관ㆍ공무원ㆍ경찰관ㆍ교직원 등 매우 다양한 계층에서 전방위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몇 년 전 모 연예인이 인터넷도박으로 수 십억 원을 탕진하여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고, 몇 달 전에는 시골 밭에서 수 백억 원의 불법 인터넷도박자금이 쏟아져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였으며, 전국적 네트워크를 갖춘 인터넷도박사이트를 운영해 수 백억 원의 불법수익을 올린 도박사이트 운영자들과 환전상들이 적발되었는가 하면, 사설 인터넷경마장을 차려놓고 수억 원의 불법도박을 중개한 사람과 경마도박 참가자들이 적발되는 등 연이어 인터넷도박 사건이 발생하였고, 심지어 이러한 범죄행위를 막아야 할 위치에 있는 의경들마저 근무지에서 인터넷도박을 습관적으로 했다는 보도는 우리를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현행법상 인터넷도박행위는 형법상 도박죄로 의율하거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불법게임물 유통죄, 한국마사회법상 경마이용도박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법률규정이 집행되고 있음에도 인터넷도박이 줄어들기는커녕 지속적으로 발생되거나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탕주의 만연과 도덕성 상실이라는 뻔한 원인 외에,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와 근절책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첫째, 용의자들이 가맹점을 모집하여 도박게임을 배포함에 있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을 부여받은 게임물임을 가장하여 불법성 인식을 감추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범죄에서도 용의자들은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스페이스 컴뱃'이라는 온라인게임을 등급분류받은 뒤 허가조건과 다른 사행성게임물로 내용을 변경해 가맹점에 제공하였는바,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게임물 심사가 그 내용에 관하여 좀더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심사절차가 강화되어야 한다.

둘째, 용의자들은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통상 많은 대포통장과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수익금을 관리하게 되는데, 이러한 대포통장이나 차명계좌를 이용한 도박자금 관리가 쉽지 않거나 아예 불가능하도록 금융권과 협의하여 도박자금의 흐름을 차단할 수 있는 각종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인터넷도박은 그 취득한 게임머니의 환전을 통해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데, 최근 사건에서도 용의자들은 불법도박게임을 제공한 후 환전사이트를 통해 게임머니를 환전해주는 수법으로 부당수익과 환전수수료를 챙겼다. 게임머니 환전문제는 대형 게임업체의 게임에 대하여도 제기되고 있는 문제인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불법게임물과 관련하여 환전이 명문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게임은 게임이고 환전은 별개의 문제라고 하는 업체의 인식이 있는 한 실질적 인터넷도박 근절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관련 법령을 보완하고 보다 적극적인 법집행이 필요하다.

넷째, 경마도박과 관련하여 농가 비닐하우스 등에 사설 인터넷경마장을 차려놓고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마사회가 시행하는 경주상황을 실시간 시뮬레이션 화면으로 제공하면서 도박참여자들에게 사설마권을 구입해주고 배당금을 주는 수법을 취하는 경우 등에도 그 적발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도록 보다 쉽고 간편한 신고절차를 마련하고, 관련 조직과 수사절차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얼마 전 밭에서 쏟아져 나온 엄청난 인터넷도박자금 사건은 약 2년 간이나 홍콩에 서버를 두고 도박사이트가 운영되어 왔지만 경찰당국이 전혀 알지 못한 사건인바, 외국 인터넷도박사이트의 실시간 단속과 실제적인 수사가 어렵게 되어 있는 현재의 수사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과 국제공조절차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2011. 7. 7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