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정완-보이스피싱 전담 수사기관 필요
▲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그로 인한 피해가 늘고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사람들은 이제는 거의다 보이스피싱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걸리지 않도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을 보면 연일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사례가 보도되곤 한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가 오히려 늘고 있고 아울러 피해자도 늘고 있는 것은 왜일까? 그 가장 중요한 요인은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적극적이고도 교묘한 심리전술 때문일 것이고, 아울러 감작스런 상황을 맞아서 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느슨한 심리에도 기인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과연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심리와 피해자의 심리는 각각 어떠한 것일까?
우선,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피해자에게 통신을 시도한다. 예컨대, 어떤 경우에는 경품 당첨, 보험금 환급, 국세청 세금환급 등과 같이 피해자에게 관심을 끌만하고 유리한 유인책을 제시하는가 하면, 또 어떤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전화요금 체납, 수사 대상 내지 법정소환 등을 명분으로 한 검찰 및 법원 사칭, 자녀 납치처럼 겁주기 전술 등을 통해 피해자에게 심리적인 무력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나아가 이러한 두 가지를 적절히 혼합하는 매우 지능적인 수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범행을 시도한다.
이와 같은 유인 전술에 의한 설득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사람들은 대체로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그리고 희귀성 등과 같은 요소들을 발견하게 되고 따라서 별다른 생각 없이 자동적으로 상대방의 요청을 수락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요소들이 대부분 옳은 의사 결정 방향으로 유도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흔히 `마가 씌웠다'라는 표현을 쓰면서 자신을 탓하거나 속아 넘어간 자신의 과오를 지나치게 질책함으로써 예컨대 피해 입은 노인이 자살을 시도하였다거나 하는 등 매우 다종 다양한 피해사례를 보이고 있다. 피해의 예방 내지 최소화, 정신적 피해의 회복 등을 위해서는 이와 같은 다양한 피해자 요인의 분석이 선결조건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대응기관의 피해자분석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일단 이상과 같은 추측만으로 판단해 보면, 보이스피싱 범죄의 피해자들은 대체로 무방비상태이고, 주변에 협조를 구할 사람이 없이 고립되어 있으며 혼자서 계좌이체를 수행하거나 하는 반면에,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은 다수의 행위자가 조직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전에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여 매우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는 점 등의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적 차이는 있으나 보이스피싱 범죄는 대체로 피해자의 수동적 참여에 기인하여 발생하고, 피해자의 예금잔액 전체가 피해대상이며, 피해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고, 피해자의 대부분은 주로 서민층에 속한다는 점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피해과정을 살펴보면, 예컨대 투자사기 등 전통적 사기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이득을 보려는 적극적 의사에 기인하기보다는 피해자가 수동적으로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고도의 전술에 말려들게 된다. 이어서 환급사기 유형을 제외하고는 가만히 있으면 더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기 때문에 범행에 의한 피해자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보이스피싱범죄로 인한 피해금은 돈을 인출한 날 또는 그 다음날에 환치기 조직을 통해 바로 중국 등 외국으로 송금되므로 피해회복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 검찰 등 우리 수사당국은 날로 지능화되어 가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는 있지만, 수사 인력이 부족하고 피해사례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제대로 적절한 수사에 임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해마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발생건수가 계속 늘고 있고 그 피해액도 크게 확산되고 있는 만큼,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수사에 임할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전담할 수사기관을 발족시켜 현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수사에 임해야만 보이스피싱 범죄의 실질적 방지가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보이스피싱의 피해를 당하지 않기 위한 잠재적 피해자들의 심리적 대응자세의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2011. 6. 8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