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완(법학79, 모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총동문회 법조부위원장)
요즘 전화금융사기 즉, 보이스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아직도 속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되지만 피해자가 줄기는 커녕 교수, 의사, 기자 등 전문직 종사자들도 보이스피싱 범죄자에게 속아 넘어가고 있다.
전화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속이는 보이스피싱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최근 빈발하는 납치 보이스피싱은 치밀한 계획과 분업화된 목소리 연기로 피해자들을 농락한다.
일당 한 명이 부모와의 연락을 막기 위해 자녀에게 계속 전화하거나 휴대전화를 끄게 만들고 담임선생 역을 맡은 일당이 부모에게 전화해 자녀가 결석했다고 말한 후 납치범과 자녀 역을 맡은 일당이 연극을 벌여 부모를 감쪽같이 속인다.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도 전화번호와 홈페이지까지 해당 기관의 것을 그대로 복제한다. 은행직원이나 공무원 등 보이스피싱을 잘 아는 사람들도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전화번호도 예컨대 경찰청 전화번호를 사용하면 사이버수사대로 믿게 된다. 때때로 터지는 사건을 이용하기도 한다.
지난번 농협 전산망이 마비됐을 때는 농협직원을 사칭해 계좌번호 등을 빼내가고 미리 입수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를 속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보이스피싱이 선량한 시민들의 재산을 노리고 있다.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자의 상당부분이 중국, 대만 등 국적의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들 소속 국가와의 범죄수사 공조가 매우 중요하고 국내에서의 보이스피싱 범죄방지를 위한 다각도의 대응책 개발도 매우 긴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사람들이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복잡한 민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사기 피해금을 신속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올 9월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에 의하면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금융회사에 대하여 사기이용계좌의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신청을 받은 금융회사는 거래내역 등 확인을 통해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정되는 경우 사기이용계좌의 전부에 대하여 지급정지 조치를 취하게 되며 피해자가 금융회사로부터 피해환급금을 지급받으면 보이스피싱 사기로 발생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지불받은 한도에서 소멸된다.
이와 관련하여 사기이용계좌의 명의인은 소멸된 사기이용계좌의 채권이 보이스피싱 사기의 피해금에 해당하지 않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어 이의제기하지 못한 경우 금융감독원에 대해 소멸된 채권에 대한 환급을 청구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해당 환급금 지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법에 의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입금된 금원을 곧바로 현금 인출해 버린 경우에는 전혀 실효성이 없으며 자금이체 외에 재화공급이나 용역제공을 가장한 사기는 본 법의 적용에서 제외되어 있고 정당한 예금명의자에 대한 신고오류의 경우 재산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남아 있어 이러한 부분을 적절히 보완해야 할뿐더러 보이스피싱 피해를 실효적으로 줄이기 위한 다각도의 대응책 개발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융 이용자가 ‘좀 더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이다. 현재 특정인에게 전화를 먼저 걸어서 개인정보를 묻는 요청은 어느 기관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보이스피싱 시도에 조금만 더 신중히 대처한다면 보이스피싱 사기의 상당부분은 예방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글 _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범죄연구회 회장(
wan@khu.ac.kr)]
[2011. 5. 11 보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