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안재욱-졸업과 실업
▲안재욱(경제75, 모교 교무처장 겸 대학원장)
졸업 시즌이다. 수많은 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졸업이 곧 실업’일 수 있다는 불안감에 대다수 학생이 희망에 부풀어 있기보다는 얼굴이 그늘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 졸업자의 상당수가 취업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유명 대학 졸업자들 가운데 정규직 취업률은 기껏해야 60%대다. 지방 대학의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6.1%로 8년 만에 최고였고, 취업자는 2382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32만3000명이 늘었다. 경제가 회복되고 전체적인 고용시장이 호전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청년층 고용 사정은 오히려 나빠졌다. 지난해 12월 현재 청년실업률은 8.0%로 전체 실업률(3.5%)보다 2배 이상 높다. 성장에 비해 청년실업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희한한 현상은 대졸자의 실업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졸업자들이 주로 대기업 구직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대기업 못지않은 좋은 중소기업도 있다. 건실하고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기술을 습득하고 인적자본을 쌓을 기회를 갖는 것이 개인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학업을 마친 후 실직 상태로 오래 머물게 되면 취업 의지와 근로 의욕이 약해질 뿐 아니라 부모에 기대는 습관이 평생 체질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개인적으로 불행한 일일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졸자로 하여금 눈높이를 낮춰 무턱대고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한다고 몰아세워서는 안 된다. 대졸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려 하고 입사하더라도 몇 달 못 가 그만두고 나오는 이유는 중소기업을 ‘좋은 일자리’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여전히 전근대적이고 불투명한 경영을 하며,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종업원을 비인격적으로 다루는 중소기업이 많다. 중소기업 스스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펼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로 거듭나지 않는 한 인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또 다른 방법은 중소기업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일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꺼린다. 중소기업들은 세금·금융·인력 지원 등의 측면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으로 성장하면 지원은 고사하고 수많은 규제를 받으므로 계속 중소기업으로 남아 있으려고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시정하고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대기업이 마음 놓고 신입 직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만들어질 수 있는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의료·교육·금융 분야 등 서비스산업은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해외 시장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 그 외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 및 진입 장벽을 제거해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고 새로운 산업과 사업이 번성하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과 산업이 발전하면 고학력 청년층의 노동력이 상당히 흡수될 것이다.
직장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고 자신의 꿈을 펼쳐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장(場)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직장을 찾으려고 한다. 젊은이들로 하여금 좋은 직장을 갖게 하여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사회가 발전하고 미래가 밝다.
[2011. 2. 9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