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정진영-시험대 오른 ‘천안함 외교’ 의 3대 과제
▲정진영(모교 국제정치학 교수)
어떻게 하면 천안함 사건과 같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까.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외교안보 과제다. 군사적 응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전쟁의 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우선, 한미동맹군에 의한 무력시위다. 서해에서 대대적인 대(對)잠수함 훈련이 시행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으로 하여금 또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면 어떠한 결과에 봉착할 것인지를 심각히 고려하게 만들 수가 있다. 그리고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해 자국이 가지고 있는 레버리지를 사용하여 북한의 도발행위를 억제하지 않으면 서해상의 평화와 안정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다음으로, 북한의 비전통적이고 비대칭적인 군사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강화해 나가는 일이다. 북한의 잠수함 침투를 탐지하고 방어하는 데는 기술적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동해의 해류에 따른 수온 차이와 서해의 조수간만 차이 및 얕은 수심이 음파탐지기의 작동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북한의 도발행위를 억제할 군사적 능력을 키워 나간다면 북한도 쉽사리 천안함 사건과 같은 일을 반복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제한적인 군사적 대응은 외교적 노력으로 크게 보강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은 북한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후원을 제한시키는 효과가 있다. 세계적 영향력 증대를 추구하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무시하면서까지 북한을 도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 초기부터 정부가 외교적 수단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온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다. 한국의 목표는 천안함 외교가 성공해 북한이 다시는 침범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그 앞에는 세 가지의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 조사 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지를 폭넓고 확고하게 확보하는 일이다. 정부는 조사과정에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켰고 19일에는 조사 결과를 30여국에 사전 브리핑도 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합동조사단의 결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 않으려는 일부 국가가 있을지라도 과학적 증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인내심을 갖고 설명·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둘째, 대응 방안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적절하고 합당해야 한다. 일시적 감정이나 대북 적개심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말처럼 ‘적절한 조치’를 선택하여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때로는 절제가 미덕이 될 수도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에 대한 설득이다. 외교적 수단을 통한 국제 제재는 중국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중국은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바란다. 경제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이런 중국에 천안함 공격과 같은 북한의 도발행위는 동북아시아의 불안과 위기를 초래해 결코 자국에 이롭지 못하다는 점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력 경쟁과 충돌마저 촉발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을 포함한 도발행위 억제가 한국과 중국의 공통된 이익임을 거듭 강조해야 한다.
천안함 피격·침몰과 같은 안보상의 중대 위협을 당당하면서도 신중하게 처리해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외교력을 기대해 본다.
[2010. 5. 20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