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특별강좌
김상국-한·페루 FTA 서둘러야 하는 까닭
▲김상국(모교 산업공학 교수)
천안함 사건으로 모든 국민들이 가슴 아파하는 지금, 그만큼의 국민적 관심을 끌지는 못하지만 장래 우리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다른 중요한 경제적 사건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한·페루 FTA(자유무역협정)다. 2003년에 맺은 한·칠레 FTA는 우리가 맺은 FTA 중 가장 성공적인 FTA로 평가받고 있다.
한·칠레 FTA 이후 양국 간 무역규모는 2003년 5억2000만달러에서 2008년 41억달러로 증가했고, 수출도 매년 33.8%씩 증가했으니 당연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체결 당시 우리나라의 포도농사를 걱정하는 깊은 우려도 있었지만, 한·칠레 FTA 체결 7년이 지난 지금 우리 포도농사는 건재하다.
칠레는 남반구에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겨울에 포도가 나온다. 여름에 포도가 나오는 우리나라와는 처음부터 경쟁관계에 있지 않았던 것을 필요 이상으로 걱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페루와의 FTA는 칠레보다 우리경제에 훨씬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페루가 갖고 있는 엄청난 광물·식물·해산물 자원 때문이다.
사실 페루는 우리에게 멀게 느껴지는 나라다. 스페인의 피사로에 의해 허무하게 무너진 잉카문명의 나라, 마추픽추가 있는 나라, 축구를 잘하는 나라 정도가 우리가 갖고 있는 페루에 대한 지식이다. 그러나 페루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몇 십년 동안 우리경제를 받쳐줄 대단한 국가가 될 수 있다. 약간은 과장된 듯이 들릴지 모르지만 그 이유를 들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우선 페루의 광물자원을 들어 보자. 은(세계 1위), 아연(3위), 주석(3위), 금(3위), 비스무트(3위), 납(5위), 모리브텐(4위), 셀레나움(7위) 등이다. 우리경제가 필요로 하는 희귀 광물자원의 리스트를 보는 것 같다. 최근에는 티티카카호 근처에서 우라늄광산이 개발됐고 엄청난 양의 오일과 천연가스 자원도 발견됐다. 페루 국토의 10분의 1가량만 조사됐는데도 이 정도이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페루에서 만난 고위 경제당국자가 사석에서 “페루에서는 무엇이 나오느냐고 묻지 마시고, 무엇이 나오지 않느냐고 묻는 것이 대답하기 빠릅니다.”라는 말을 했다.
페루는 현재 아시아에서는 가장 먼저 한국과 FTA를 체결하고 싶어 한다. 이유는 그들과 FTA를 체결하고 싶은 우리 주위의 다른 나라는 페루와 경제 차이가 너무 커 그 나라와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의 관세를 3%나 낮게 책정하는 등 우리에게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는데도 한국정부가 농업 관련 부처의 반대를 이유로 체결을 지연하니, 그 진의가 궁금하다고 말한다. 칠레와의 FTA 체결 반대를 생각나게 하는 일이다. 페루의 농림자원은 생선 기름(세계 1위), 아스파라거스(2위), 마른 콩(5위), 망고(4위), 커피·아보카도(6위) 등이다. 우리나라 농업과는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품목들이다. 칠레 FTA에서와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페루는 얼마 전까지 게릴라의 준동으로 치안이 불안한 투자 불가능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페루의 무디스 국가등급은 BA2로 브라질과 같은 수준이다. 안정된 투자 가능 국가다. 다른 나라 특히 중국과 일본의 ‘자원 싹쓸이’가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먼저 FTA를 체결하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중국이 처음 개방됐던 시기, 다른 나라들이 투자를 꺼려할 때 우리나라는 과감하게 투자해 훗날 얼마나 큰 이익을 얻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페루의 자원은 우리에게 있어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자원 보고다. 정부의 현명하고 빠른 대처가 기대된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산업공학]
[2010. 4. 21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