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영-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성공하려면


동문특별강좌 정진영-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성공하려면

작성일 2010-04-19
▲정진영(모교 국제관계학 교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12개 항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폐막됐다. 핵물질과 핵시설에 대한 안보조치를 강화해 ‘테러리스트, 범죄자 또는 여타 권한 없는 자의 핵물질 취득을 방지함으로써 국제안보에 대한 가장 도전적인 위협 중 하나인 핵테러를 방지하자’는 것이 선언문의 핵심 내용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이니셔티브는 그가 꿈꾸는 ‘핵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전략의 일부이다. 그는 최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핵무기 감축협정에 서명했고 무기급 플루토늄을 두 나라가 각각 34t씩 폐기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핵무기의 역할을 축소하는 핵태세검토보고서(NPR)도 발표했다. 이번 워싱턴 정상회의에 앞서 캐나다, 멕시코,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HEU)을 전량 폐기하거나 미국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다음 달에 뉴욕에서 개최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통해서는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핵군축을 통해 비핵화의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다자적 국제조약인 NPT 체제를 강화해 핵확산을 방지하며, 핵안보를 강화해 핵테러를 방지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안보 위협에 직면한 대한민국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핵없는 세상’ 구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택된 것을 크게 환영하고 기뻐한다.

대한민국은 핵확산에 따른 피해를 가장 직접 받고 있는 나라이면서 세계 5대 원자력발전 강국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한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면서 국익을 증진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서 2년밖에 시간이 없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첫째, 북한의 핵개발은 핵안보와 비확산 문제가 중첩된 사례로서 비핵화를 통해서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비확산 체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된다. 또한 북한의 핵무기와 핵기술은 테러집단에 이전될 위험성이 크다. 북한의 핵개발은 대한민국의 안위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자 국제적인 핵안보와 비확산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를 준비하면서 국제사회에 이러한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

둘째,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모범국가임을 세계에 알려 원자력발전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고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에 관한 우리의 권리를 확보하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원전 수출은 경제적 계산에 못지않게 정치적 고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우리나라로서는 원전 수출시장이 비정치적인 경제성과 안전성을 기준으로 형성되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도 우리로서는 경제성과 안전성의 문제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이 지지를 받으려면 대한민국이 매우 모범적인 원자력 이용 국가라는 신뢰를 국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서울 개최가 우리의 이러한 이미지 형성과 업그레이드의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비핵화, 핵확산 금지, 핵안보 이슈들은 각국의 안보적 이익이 걸린 매우 민감하고 갈등적인 성격의 것들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도 마찬가지다. 2년의 짧은 준비기간에 이러한 이슈를 다루는 대규모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나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얼마 만큼의 의지를 가지고 서울회의에 참여할지, 그리고 우리의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2010. 4. 15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