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民譚)을 사례로, 꾸준하게 시집을 출간하는 박이도 시인이 민담의 해학으로 예리하게 되살려 오늘날의 시대정신을 밝히는 민담 시집을 최근 펴냈다.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이네(바이북스)’를 출간한 것인데 기존의 작품에 시류에 따른 신작 몇 편을 추가했다.
시인은 민담시집을 처음 낸 2002년 이후 ‘다 망해버린 개털들의 반란-병술년(丙戌年) 우화’로 증보판을 냈고, 신작을 추가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종북좌빨 vs 수구꼴통’을 전자책으로 낸 바 있다.
우리 선조들의 민담 속에서 변모해 가는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에 대한 시인의 오랜 고민과 통찰이 담겨 있는 이 시집에서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 갈등을 민담의 해학으로 속시원하게 풀어놓았다.
이번 시집은 1부 플라톤의 경고에서 ‘플라톤의 경고’ , '화천대유하세요' 등을, 2부 이현령비현령– 전자판에서 ‘직필(直筆)인지 곡필(曲筆)인지’ , '엄마 전교조 선생님이 싫어요' 등을, 3부 다 망해버린 ‘개털’들의 반란에서는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왔네’ , ‘나쁜 나라 좋은 나라’ 등을, 4부 미나리는 사철이요 장다리는 한 철 이네 에서는 ‘벼슬아치와 농부’, ‘농부와 벤호사’ 등의 시들을 엮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플라톤// 이 엄혹한 난세에 정치판을 외면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학생도, 젊은이도, 근로자도, 전문 지성인도, 종교인도, 하물며 국회의원만도 아닌/ 우리, 우리 모두입니다.// -시 ‘플라톤의 경고’ 중에서.
시인은 “근자에 와서 벌어지는 암울한 정치 현상에 잠 못 드는 밤, 플라톤의 경고문에서부터 우리 민담의 깊은 뜻을 곱십어 본다”고 했다.
시인이 시도하는 민담시의 요체는 민담 속의 이야기 형식을 빌어 그 속의 특유의 어법들을 살려 재현하는 일이다. 더러는 민담의 몇 군데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고, 일부는 그대로 소개하고 그 이야기의 줄거리에 맞는 유형대로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재구성해 풍자하는 예도 보인다.
민담시의 주된 내용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심을 다루면서 시인의 사회비평적인 칼럼이 민담시의 형식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충재 문학평론가는 “민담 속의 시대정신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문학을 통한 학술적 가치는 물론, 시의 영역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의 시험 혹은 잣대로서의 기능도 함축하고 있다”고 하면서 “시가 품고 있는 저항성이 그 가치를 드러냄과 동시에 어떤 분야나 어떤 주제를 다룬다고 해도, 그 역할이 합당하다는 포월성 내지 초월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시인은 이러한 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그의 시대성이 투철한 까닭이기도 하거니와 시대를 읽어나가려고 몸부림치는 사명 의식이 두드러지는 까닭이다.
대한민국문학상, 편운문학상, 기독교문화대상, 문덕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회상의 숲’ 등 열다섯 권의 시집과 ‘빛의 형상’ 등 다섯 권의 시선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