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진 ‘흙의 날’ 대표발의자/前 국회의원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개인의 출발선을 규정하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 씁쓸한 담론 속 에서 ‘흙수저’는 가진 것 없고 소외된 계층, 혹은 가난을 자조적으로 일컫는 대명사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평생을
국민의 건강한 밥상과 농업, 환경, 그리고 흙의 가치를 역설해
온 필자에게 이 비유는 참으로 억울하고 안타까운 표현이다. 인류를 먹여 살리고 이 거대한 지구 생태계를
굳건히 지탱하는 것은 금도 은도 아닌 ‘흙’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11일은 국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인
제11회 ‘흙의 날’이다. 필자가 제19대 국회에 몸담고 있던 시절,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그 제정을 이끌었던
이 특별한 날에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가 숨어 있다. 숫자 ‘3’은
우주를 이루는 천(天)·지(地)·인(人) 3재와 우리
삶의 영원한 근간인 농업·농촌·농민의 3농을 의미한다. 또한
‘11’은 한자 십(十)과
일(一)이 위아래로 결합하여 비로소 흙 토(土) 자를 완성한다는 뜻을 품고 있다. 무엇보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만물이 역동적으로 소생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기에 3월 11일보다 더 적합한 날짜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발밑의 흙을 무심코 밟고 지나가는 ‘바닥’으로 여긴다. 그러나 흙이 지닌 경제적, 생태적 가치와 잠재력은 우리가 짐작하는 그 이상이다.
첫째, 흙은 기후위기로부터 끓어오르는 지구를 구하는 거대한 ‘탄소 저장고’이다. 전 세계의 흙이 품어 저장한 탄소량은 대기권과 지구상의 모든 식물을 합친 것보다 월등히 많다. 건강하고 비옥한 흙은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온난화를 막아내는 최전선의 방어막이다. 만약 흙이 오염돼 탄소 순환 기능을 잃는다면 인류가 치를 경제적 피해는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흙은 인류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든든한 생명보험인 셈이다.
둘째, 흙은 국가 식량안보의 든든한 근간이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풍성한 식탁 위 먹거리의 95% 이상이 바로 흙에서 나온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라 할지라도, 국민의
배를 채우지 못하면 그 경제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진다. 병든 흙은 먹거리의 생산성이 저하되고 이로인한
치명적인 식량위기를 초래한다. K-푸드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금,
흙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식량안보의 길이다.
셋째, 흙은 매년 수조 달러 이상의 생태계 보존 역할을 한다. 오염된 물을 맑게 걸러내는 천연 정화장치이자 폭우를 흡수해 홍수를 막는 방파제이며, 수많은 미생물의 터전으로 경이로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한다. 단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묵묵히 일하면서도 결코 인류에게 청구서를 보내지 않는 최고의 무급 노동자가 바로
흙이다.
사람들이 귀한 존재라 부르는 금수저의 금은 외양만 빛날 뿐 스스로 어떠한 생명도 잉태할 수 없는 차가운 존재다. 반면에 세상이 낮춰 부르던 투박한 흙수저의 흙은 생명을 잉태하고 키우며 병든 지구를 살려낸다.
올해로 11번째를 맞는 흙의 날, 우리 모두가
흙을 ‘보잘 것 없는 수저’가 아닌 ‘생명의 위대한 원천’으로 바라보길 바란다. 우리의 매일 밥상에서부터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고 흙을 살리는 일은 곧 경제를 살리는 일이자 환경을 지키며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밝히는, 금보다 값진 투자다.
▶김춘진 (치의70) 총동문회 이사 약력
[학력]
-경희대학교 치의학 학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보철학 석사
-경희대학교 대학원 치의학 박사
-인제대학교 대학원 보건학 박사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책임연구원
[경력]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헌정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제 17대, 18대 19대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장(19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략본부장 위원장
-김대중 대통령 치과주치의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포럼 상임대표
-국회 스카우트의원연맹 회장
-국회 양성평등포럼 공동대표
[상훈]
-뉴욕페스티벌 주관,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 공공부문 ESG경영 대상 수상(2024.4)
-미국 워싱턴DC 시장으로부터 ‘저탄소 식생활
감사장’ 수여(2023.12)
-(사)한국정책학회 주관, ‘한국ESG혁신정책대상’ 최우수상 수상수여(2023.12)
-(사)한국정책학회 주관, ‘대한민국리더십대상’ 수상(2023.8)
-‘2023년 대한민국 환경대상’ 본상-공공부문(탄소배출 저감) 수상(2023.6)
-저탄소 식생활 등 추진, ‘22년 동반성장 유공 분야’ 대통령
표창(2022.11)
-대한민국 국회의원 의정대상(2016)
-대한민국 입법대상(2015)
-대한민국 모범국회의원대상 특별대상(2015)
-대한민국 의정혁신대상(2015)
-한국사회를 빛낸 대한민국충효대상 국회의정부문 의정발전공로대상(2014)
-국회 입법 및 정책 개발 지원위원회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2013)
-대한민국신문기자협회, 언론인연합고회 한국을 빛낸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정치부문 우수의정활동 공로대상(2013)
-뉴시스 주관 제18대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전국1위(2012)
김춘진(치의70) 총동문회 이사, 현대차 새만금에 9조 투자, 제2·제3의 유치로 지방시대 완성을
최근 현대자동차가 새만금에 9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에 가뭄 속 단비와 같은 낭보였다. 단순한 기업의 확장을 넘어,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지방시대’와 ‘지방균형발전’을 실현하는 뚜렷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투자는 낙후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타파할 실질적인 승부처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투자의 완성은 ‘MOU 체결’이 아닌 ‘실제 착공’과 ‘고용 창출’에 있다. 과거 수많은 대형 프로젝트가 장밋빛 약속에 그쳤던 뼈아픈 사례를 우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대차의 이번 투자가 계획대로 이행되어 조속히 현장에서 장비 소리가 울려 퍼질 수 있도록 행정적 규제 혁파와 인프라 지원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기 참 잘했다’고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경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행정과 정치의 최우선 책무다.
또한 현대차의 선제적 결단을 마중물 삼아, 그에 버금가는 ‘제2, 제3의 대기업’을 새만금으로 불러들이는 일이 우리의 막중한 과제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설계할 글로벌 대기업이 새만금이라는 기회의 땅에서 현대차와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전북 정치권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할 시점이다. 단일 기업의 투자를 넘어 연관 산업군 전체를 끌어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35년 전 첫 삽을 떴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류해 왔다. 새만금은 이제 과거의 ‘가능성’만 있는 땅이 아니다. 항만, 철도, 공항이 어우러지는 ‘트라이포트(Tri-Port)’ 인프라가 눈앞에 가시화되었고,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가 검증한 최적의 제조·물류 허브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대차에 이은 또 다른 대형 투자 주체를 발굴하여 국가 경제의 균형추를 새만금으로 확실히 옮겨와야 한다.
새만금이 글로벌 대기업들에 독보적인 투자처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에너지 패러다임의 핵심인 ‘전기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실현이다. 전력 소비가 극심한 첨단 산업 기업들에 ‘어디서 생산된 전기를 쓰는가’는 이제 생존의 문제다. 새만금은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가 생산되는 국내 유일의 에너지 거점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깨끗한 전기를 즉시 투입하는 ‘에너지 자립형 산단’은 글로벌 기업들의 RE100 달성과 ESG 경영을 위한 필수 전략지가 될 것이다.
둘째, 미래 산업의 융·복합 시너지다. 현대차가 모빌리티와 수소 생태계의 닻을 올린 만큼, 이를 뒷받침할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ESS), 첨단 ICT 데이터 센터, 그리고 AI 기반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 분야의 대기업 유치가 절실하다. 특히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그린 데이터센터’나 친환경 소재 부문의 글로벌 기업이 들어선다면, 새만금은 명실상부한 ‘첨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날 것이다.
기업의 투자는 이윤을 따르지만, 위대한 기업의 투자는 시대 정신을 담는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지방균형발전’을 실현할 최적의 장소는 이제 새만금으로 압축되었다. 현대차의 투자가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으로 이어지도록 정치권과 행정이 밀착 지원하는 동시에, 추가적으로 글로벌 유수 기업 및 국내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여 지방 성장의 강력한 엔진을 장착해야 한다. 정치권의 전략적 행보와 결단력 있는 유치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