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세월호특별법제정, 국민들의 동의가 선행되야
“세상에는 두 가지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 즉 옳고 그름의 저울이고, 또 하나는 이해 곧 이로움과 해로움의 저울이다.
[안호원 푸른한국닷컴 칼럼위원,수필가 겸 시인]이 두 가지 저울에서 네 가지 큰 등급이 생긴다.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것이 가장 큰 으뜸이다.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 해로움을 입는 것이다. 그 다음엔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것이다. 가장 낮은 것은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 다산 어록청산 중에서 ‘연아 에게 답함’이라는 글에 나오는 말이다. 여전히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남 탓만 하는 정치권을 바라보면서 이 글귀를 떠올렸다. 사실 어떤 사안을 두고 누가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물론 옳고 그름의 잣대가 되는 저울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틀림’보다 ‘다름’으로 말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양보할 때 분쟁은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는 오래 전부터 당파싸움. 계파 싸움에 익숙해져 온 민족이다.
그런 역사 속에서 살아온 우리이기에 여전히 조직에서 파벌을 조성하고 내편, 네 편을 가르며 싸움질을 하고 있다. 정치권도 예외는 아니다. 예부터 그래왔지만 특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계파문제가 민생정책보다 당내 역학구도에 집중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만성적인 고질병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같은 계파가 아니면 밥도 같이 안 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새정치연합의 경우 계파간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다. 한 지인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계파를 크게 나누어 6~7개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어느 정당이나 마찬가지지만 새정치연합의 계파는 분열과 통합과정의 산물에 불과했다. 그렇다보니 새정치연합은 정책적 대안도 없이 장외투쟁만 일삼는 정당의 이미지만 부각시켰다는 것이 세간에서 내린 냉정한 평가다.
‘개 버릇 남 못 준다’ 는 속담처럼 계파 갈등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은 욕심 때문에 좀처럼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재보선 참패 이후 그 결과에 대해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강경파를 자처하는 친노계파가 큰 목소리를 내면서 계파 간 갈등의 조짐을 보이는 등 ‘도로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당이 정책정당으로 거듭나고 싶어도 뿌리 깊이 밖힌 계파논리에 동력을 잃었다는 자조가 당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 신인 안철수세력과의 통합을 통한 새정치연합의 계파청산 및 혁신 시도는 결국 안 공동대표의 사퇴로 거대한 그 꿈은 한갓 물거품이 되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백가쟁명(百家爭鳴 : 여러 사람이 서로 자기 주장을 내세움)식으로 각종 민생법안은 제쳐두고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논란만 거듭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김한길이 바라던 대로 국민들이 회초리를 들어 치고 심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별법을 담보로 하고 다른 법안 통과를 거부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선거직전까지 ‘특별법 관철’을 내세우며 농성을 했던 박 비대위원장이 급변하는 상황을 의식, 여당 원내대표와의 관계에서 합의를 함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 될 줄 알았는데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시 되고 있는 박지원의원, 지난 대선 패배 이후 공개행보를 자제해온 문재인 의원과 정동영 전 의원 등이 박 대표과 여당 대표가 합의한 특별법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며 박 비대위원장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박 대표가 합의한 것을 반대하기도 하지만 중도세력을 이끌어 왔던 안철수, 김한길이 퇴장하면서 그동안 움츠리고 있던 강경파가 당권을 잡기위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세월호특별법. 듣기에도 지겹다는 말이 사방에서 뛰쳐나온다. 심지어 이 나라에는 세월호 유가족만 있느냐는 원성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회기에 다룰 법안이 세월호특별법만 있는 게 아니다. 더 많은 민생법안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세월호특별법은 그 유가족 중심이 아닌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통과 될 수 있다. 국가 유공자에게도 없는 특혜를 유독 단순 해상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만 적용한다는 것은 법의 형평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어떠한 명분도 서지 않는다.
이제는 가슴에 묻어 둔 채 붙잡고 있던 아이들을 놓아줘야 한다. 언제까지 국장(國葬)도 아닌데,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국군도 아닌데, 빈소(殯所)를 차려놓고 아이들을 담보로 법질서를 무너트리는 특별법 통과를 고집만 하고 있을 것인가. 이는 억울하게 희생 된 아이들의 죽음을 욕보이는 것이다. 한 가지를 탐하다가 더 많은 것을 잃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한 마음이 되어 애도를 표시하며 슬픈 마음이었지만 야당의 특별법 통과 고집과 시민단체의 시위, 유가족들의 정도 가 넘치는 무리한 요구 등으로 인해 애도의 그 순수한 마음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리 단 설탕도 정도가 넘으면 단 맛을 잃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친 욕심, 무리한 억지는 자칫 모든 것을 그릇 치게 할 수도 있다.
세월호특별법과 연일 터지는 병영사고, 대형교통사고, 살인사건 등의 기사를 보면서 이 같은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라며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그러나 그 분노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을 향한다. 이 사회를 이렇게 만든 사회 조직의 한 일원으로서 자괴감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참담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 정치권의 돌아가는 행태를 보면 정말 누구의 말처럼 대한민국 땅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짜증이 난다. 국민이 낸 혈세로 세비를 받는 의원들 모두에게 급여지급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싶을 정도다. 세비는 때만 되면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서도 법안 다루는 것은 뒷전이다.
도대체 대한민국 국회가 다룰 법안이 세월호 특별법만 있는 건지 민생법안들이 새정치연합의 생 때 때문에 긴 낮잠을 자고 있다. 나라 경제가 어떻게 될지 크게 우려된다. 세월호특별법 통과를 놓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하는 행태를 보면 지난 이명박 정부 때 우리 경제를 침체 상태에 빠트렸던 ‘수입쇠고기 파동’ 촛불시위가 연상되면서 걱정이 앞선다.
지난 7.30 재. 보선 때 권은희 ‘하나’를 얻기 위해 ‘열’을 잃은 ‘우’ (愚)를 범하며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은 바 있는, 말로만 ‘새정치’ 를 부르짖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전히 세월호 특별법에만 사활을 걸고 의회를 마비시키고 있다. 특별법이외도 시급하게 처리되어야 할 더 많은 민생법안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저울의 교훈을 한 번만이라도 잘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 다수의 말 없는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세월호특별법 하나만 위해 다른 민생법안은 안중에도 없다.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이 무산 되면서 국회가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본회 일정조차 힘든 상황이어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 민생법안 처리도 올 스톱 될 위기에 직면했다.
새정치연합은 사태를 이 지경에 이르게 하고도 오히려 세월호 유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특별법을 고집하다 특검추천권으로 말 바꾸기를 하면서 그 책임을 새누리당에 전가하는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가운데 “정치가 국민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치인들 잘 살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다.국회가 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시커멓게 탄다.” 라고 지적하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든 정책들도 정치권과 국회에서 국민의 입장을 우선하며 초당적인 협조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 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세월호특별법.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개정안).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안)등의 처리도 촉구하면서 “부패가 결국은 인명까지도 앗아가는 상황 속에서 먼저 이런 법안을 사심 없이 통과시키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 한다” 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의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안타가운 심정을 털어 놓은 것이다. 박대통령의 말 대로 모든 정책은 정치권과 국회가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초당적인 입장에서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계파 싸움만 일삼는 국회의원들은 이 말을 귀담아 들을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