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아직도 네 탓만 하며 공방만 할 것인가?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아직도 네 탓만 하며 공방만 할 것인가?

작성일 2012-06-22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예비주자들로부터 성(性) 차별이나 인신(人身) 문제를 거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또 다른 당 대표는 국가관 검증과 관련,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는 정당하지 못하거니와 해당되는 예비 후보는 물론 사회의 가치 체계도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마구 내뱉는 그들의 말을 듣다보면 그들의 인격과 지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이 글을 쓰면서 미리 밝혀두지만 난 정치인이라면 보기도 싫다. 따라서 지지정당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위로부터 오해의 위험을 무릎쓰고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소위 똑똑하고 훌륭하다는 분들의 말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다.

자신들만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감히 지적을 해보고자 한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룰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한 여자를 겨냥해 세 남자가 완전 국민 경선제 수용을 요구하며 경선 참여 포기도 불사하겠다고 먹히지도 않는 강짜를 부리며 지협적인 것으로 상대를 헐뜯는 것은 대선 후보자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아울러 세 남자가 투정을 부리고 있는데도 철부지들의 막무가내식 떼쓰기를 다 들어줄 수 없다는 원칙론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한 여자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다. 국민경선제를 잘 모르지만 역(逆)으로 다른 정당 후보의 승리를 위해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람을 개선 후보로 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았는지 묻고 싶다.

결국 어느 정당이든 국민보다 소속 당원의 표가 우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원이 아닌 국민이 참여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다른 당 당원도 참여 할 수 있기 때문). 이 같은 분위기에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박근혜 의원을 두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대권 생각은 시기상조라는 말을 했다.

이 의원 말대로 한국과 같이 안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군사나 안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식견과 경험이 중요한 리더십 자질이 돼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말이다. 그러나 여성이어서 군대를 안갔다 와서 이런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다. 오히려 자칫 여성들로부터 성차별 문제로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안보 능력은 군복무 여부나 남녀 차이에 결정적으로 좌우되지는 않는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역대 대통령 중 병역을 필하지 않은 지도자가 많았던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심지어는 이명박 대통령도 군대에 가지 않았으며 상당수의 고위직에 있는 지도자도 병역 미필자가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

마거릿 대처 총리의 경우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였지만 북아일랜드 독립투쟁 테러에 기민하게 대처했고, 또 아르헨티나가 영국 포클랜드섬을 침공하자 전쟁을 벌여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 마거릿 대처도 병역의무를 하지 않았다.

과거 군복무를 하지 않은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밀었고 승리를 이끌어 정권의 실세 역할을 한 분이 바로 이재오 의원이 아니겠는가. 굳이 따진다면 이 의원은 지난 1979년 반국가단체 남민전에 연루돼 실형을 산 분이다. 그게 오히려 더 심각한 ‘안보 위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는지?

김문수 경기도지사 역시 박 의원을 겨냥 “결혼을 안하는 것은 위선(僞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혼자 살면서 스님이나 수사님들처럼 금욕적 삶의 윤리를 못 지킬 것 같아 결혼했다”라고 말했다.

결혼이나 독신은 개인의 선택이다. 정치 지도자의 조건에 결혼과 독신은 없다. 삶을 규정하는 환경은 개개인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어느 특정인에 대해 그가 한 선택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하는 건 지성인답지 못하다.

박 의원의 과거를 되돌아보자. 당시 20대일 때 박 의원은 부모님이 다 총탄에 맞아 운명을 달리했고 그 상황에서 박 의원은 일반인처럼 가정을 갖을만큼 여유의 시간이 없었다. 우리의 가족, 우리의 딸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불운의 삶을 산 박 의원이 가엽지 않은가.

박 의원을 부자, 공주로 말하는 대선 후보도 있었지만 박 의원은 부자도, 공주도 아닌 그저 평범한, 어쩌면 불행한 삶을 살아온 비운의 여자다. 부자니, 공주니, 독신자 운운은 문제 이전에 개인에 대한 인격 존중 문제다. 이런 지협적인 것으로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는 자세는 없었으면 한다. 아무리 대선 경쟁자라 하지만 지도자를 자처하는 분으로서 할 말이 아니다. 이는 정략, 정책 공격이 아니다. 개인 사적인 부당한 공격이다. 이런 악습은 빨리 버려야 한다.

더구나 당 지도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박 의원의 입장에 어떤 변화의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볼테면 해보라 하는 식인 것 같다. 걱정은 자칫 탈당(분당分黨)으로 인한 표의 분산으로 어부지리로 덕을 보는 사람이 생긱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어떤 한 분의 말 한마디에 5%에 불과한 후보를 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당선시킨 그런 경험을 해본 국민이 아닌가.

분당 사태는 벌어지지 않아도 이대로 가면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은 김빠진 맥주, 붕어 없는 붕어빵이 될 수밖에 없다. 서로의 주장만 내세우며 눈꼽만큼도 양보하지 않는 대립 상태에 있는 예비 주자들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그리 달갑지 않은 눈치다.

19대 국회의 쟁점 역시 변치 않는 ‘화석’처럼 비슷하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민간인 불법사찰, 방송사 파업, 국정조사 및 특검문제, 일부 ‘종북’ 논란 의원들의 제명 문제가 쟁점이 됐고 여야는 좀처럼 접점을 못찾고 있다. 개원을 언제 했는데 아직까지도 여야는 원 구성 협상을 두고 ‘네 탓’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지금 새누리당의 세비 반납 문제도 그렸다., 당연하다. 민주당이 무임금, 무노동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에 취직이 되어 합격증만 받고 출근을 안 했다면당연히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그런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점에서 무노동, 무임금 적용이 맞다. 가만 있는 국민이 답답하기만 하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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