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안보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색깔론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안보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색깔론

작성일 2012-06-16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요즘 사회정세를 보면서 느끼는 심정이다. 모 가수의 노래처럼 울고 싶을 정도의 참담한 심정이지만 그나마 울지도 못할 상황이다. 4.11 총선을 위한 당내 비례대표 후보 경선부정으로 촉발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폭력사태’ 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적 오점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때는 여야는 물론 보수, 심지어는 진보언론매체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통진당 사태를 민주주의 퇴보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고 국회에서조차 자격심사까지 거론되는 등 갈등 수위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였는데 어느 틈엔가 여야가 정치적 대립 현상을 벌리는 사이 선거부정에다 종북(從北)의혹을 받고 있는 통진당 옛 당권파의 이 석기, 김 재연 당선인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며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했다.

결국 이들은 2016년5월까지 헌법에 의해 200개의 특혜를 누리는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신분을 보장 받게 되었다. 또 보전금도 최고의 액수를 국민들이 낸 혈세에서 받았다. 과정이야 어찌되든 통진 당은 숙원이던 원내 다수 의석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12월 대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편 통진 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 획득을 꿈꾸던 민주통합 당은 ‘닭 좆던 개 지붕 쳐다보기’ 식으로 사면초가에 몰리면서 대선 승리의 꿈이 까마득하게 멀어져 가고 있다. 국민이 분개하는 것은 두 가지다. 투표 부정과 종북 의혹이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모두 만천하에 드러났다.

선거부정이 심했던 자유당 시절에도 이렇게 막가지는 않았다. 겉으로만 진보의 탈을 쓴 종북 주의자들이 사실상 투표자의 권리를 도둑질 한 셈이다. 그런 가증한 자임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아닌가. 설령 당에서 출당(黜黨)을 시킨다 해도 의원직은 유지되고, 국회에서 제명이나 자격 심사를 하려해도 그것마저 심사요건이 안 된다니 정말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인 것만은 분명하다.

결국 이를 막는 방법은 검찰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당내 부정선거, 폭력사태와 관련 형사 처벌을 받게 되면 자동적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망의 빛이 보였는데 또 일부 야당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 ‘표적 별건 수사’ 라는 비난과 함께 ‘색깔론’ 사상의 자유를 내세우며 오히려 여당을 역공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입만 열면 인권, 도덕성을 부르짖던 저들이 대리 투표, 무더기투표, 공개투표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른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도리어 폭력을 휘두르면서 “종북 보다 종미(從美)가 더 큰 문제” (이석기)라거나 “국가보안법을 의도적으로 어겼던 것은 사실” (김재연)이라며 오만함을 보이고 있는 데도 말이다. 과연 저들 뒤에는 도대체 누가 있기에 저렇게 떳떳하게 웃을 수 있을까?

저들은 애국가를 부르지도 않고 태극기 앞에서도 국민의례도 거부하는 자들이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거부당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오려고 한다. 이 석기, 김 재연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4급 정무직 보좌관의 경우 국회의원과 같이 2급 비밀 취급인가증을 받아 군사기밀에도 접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우려는 이 석기, 김 재연 보좌관들의 일면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권 파인 경기 동부 연합의 핵심 전략가, 또 이적 단체로 유죄판결을 받은 한국 청년 단체 협의회 출신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애석한 것은 대한민국 법이 그렇다는데 어쩔 도리가 있겠는가. 속이 뒤집혀 가슴을 치지만 맞는 가슴만 멍이 들 뿐이다. 분명 종북 좌파를 막아야 하는데 어찌 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19대 국회의원들은 등원조차 안 하면서 자리 싸움만 하고 있다. 뚝방의 작은 구멍이 터져 물바다가 되듯이 안보위기에 처해진 지금, 미래의 멸망을 잊고 있다. 그러나 역사의 섭리는 오묘한 것 같다. 뜻밖에도 저들에게 ‘종북’ 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것이 다름 아닌 저들과 진보의 이름을 함께 공유해온 진보동지 들이었다는 것이다. 의사당에 최루탄을 떠 트린 거사(?)의 손길을 공중부양(!)도사의 발길이 심판하려는 모양새가 됐다.

그것도 부족해 평양에 건너가 ‘어버이 수령’과 포옹했던 종북의 꽃 초선 비례의원은 자유를 찾아 탈북 한 청년에게 변절자 운운하면서 북한 인권 운동을 ‘이상한 짓’ 이라고 빈정거리며 본색을 어김없이 드러냈다. 더구나 같은 당 대표로 선출된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의 제기는 내정간섭” 이라느니 또 같은 당 박 모 의원은 종북으로 내 몰리는 이 석기, 김 재연, 임수경을 두고 색깔론으로 몰아가며 이를 정치적 전략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두둔 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국경, 체제, 이념을 초월하는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도 북한이라는 성역(?) 앞에서는 일고의 가치도 없고 일절 금기(禁忌)가 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주체사상을 동경한 나머지 사선을 넘어 북한에 들어가 실체(失體)를 몸소 체험하고 현장을 확인한 ‘강철서신’의 주인공인 김영환 씨는 북한 민주화를 위해 중국에서 활동하다 현재 중국 당국에 의해 감금 상태에 있다.

임수경의 표현대로라면 그도 변절자, 배신자가 되는 것인가? 도대체 누구를 배신했다는 말인가. 임수경의 국가는 어디인가. 대한민국을 거부하면서도 국회의원 배지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 석기, 김 재연, 임수경에 비하면 그의 ‘이상한 짓’이야말로 얼마나 진솔하고 숙연한 참 진보의 삶이 아니겠는가.

저들을 지칭하는 종북의 속살은 민족이 아니라 반미(反美)다. 6.25 남침을 막은 북한의 ‘철 천지 원쑤’다. 그래서 미국이 무조건 미운 것이고, 또 그런 미국을 동맹국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자체가 싫은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민이 아닌 ‘수령’의 지시를 받는 세력이 있다면 그들을 끌어 앉을 수는 없다. 국민의 이름으로 그들을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판단에 달렸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을 믿을 수가 없다. 밥그릇 싸움만 하는 의원들을 신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사태를 통해 진짜 진보와 짝퉁진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진보의 가치가 없으면 진보정당이 아니다. 동족의 인권을 무시하고 국가를 부정하는 민주 정당은 없다. 이를 계기로 진보정당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모습까지 더 많은 것을 털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기득권에 집착하는 기성정당은 언제라도 폐기처분될 수 있다. 유권자를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유권자들은 2010년 6.2 지방 선거와 지난 해 10. 26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했지만 올해 치러진 4.11 총선에서는 오만에 빠져 통진 당과 야권연대를 형성하면서 공천 밥그릇 싸움을 펼친 민주통합 당을 혹독하게 심판했다.

그런데도 여야가 모두 잊고 있는 것 같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종북 세력에 대해서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과 국가안위를 먼저 생각하며 다시 한 번 각성하고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은 모두에게서 잊혀진 이름, 버마ㆍ월남의 멸망을 생각해보자.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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