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진정한 행복은 함께 누리며 나누는 것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진정한 행복은 함께 누리며 나누는 것

작성일 2012-05-10
지난 8일은 어버이 날이다. 처갓집 가족들과 장모님을 모시고 오리구이 집을 갔다. 물론 며칠 전 예약을 해두었다. 외손녀(3대)가 왕 할머니에게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렸고 ‘어머님의 은혜’를 합창했다. 늘 웃음꽃을 피우는 처갓집 남매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꼈다.

별로 싼 집은 아닌데 예약 손님으로 가득 차있다. 며느리 같은 데 시아버지에게 쌈을 싸서 입에 넣어드리고 아들은 술을 따라 드리는 모습을 보니 가족애(愛)를 느끼며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모두가 행복하게 보였다. 늘 저런 행복한 모습, 저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삶을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볼 때 아쉬울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사람인데 실제는 불행 속에서 괴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겉보기에는 궁핍하고 초라해 고생만 하는 것 같은 데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범사에 감사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행복은 흔히 말하는 성적순도 아니지만 재물순도 아니고 더 더욱 지위와 명예와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물론 사람마다 다른 답을 말할 것이다. 여러 답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한 가지 공통점을 든다면 바로 ‘원하는 것을 얻는 것’ 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 무조건 앞만 보고 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만족을 찾지 못한 채 짧은 일생을 마감하게 된다.

설령 자신이 원하던 목표를 달성했다 해도 종종 방향을 잃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무엇인가 한 몫을 잡으려고 두 주먹을 꼭 움켜쥐고 세상에 오지만 갈 때는 아무것도 갖고 갈 수 없기에 허탈한 마음에서 두 손을 짝 펴고 이 세상을 떠난다. 이것이야 말로 모든 사람들이 처해 있는 인생의 한계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목표를 찾아 나서는 첫 마음이 ‘갖는 것’ 이 아니라 ‘함께 나누며 누리는 것’ 이란 사실을 잊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는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 정녕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 추구한 바를 즐기며 맛보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인생에서 추구하는 진정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자식을 낳아 소유하려고 한다면 행복은 있을 수 없듯이 다른 것들의 가치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흐르는 냇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고, 때의 흐름 역시 흘러가면 되돌아오지 않는다.

꿈속에 있으면서 그 게 꿈인 줄 어떻게 알며 흐름 속에 있으면 어찌 그 흐름을 흐름으로 느낄 수 있겠는가? 꿈이 꿈 인줄 알았으면 그 꿈에서 바로 깨어나야 한다. 그리고 흐름을 흐름으로 알려면 그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놀이에 깊이 빠져 있다. 해가 져서야 돌아갈 집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아이처럼 티끌과 먼지 속을 어지러이 헤매다가 때에 이르러 놀람과 슬픔 속에서 다시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사람들이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돌이켜보면 우리의 삶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다. 걱정이 없는 날이 한 번도 없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한 날도 없다. 어느 하나 쉽게 풀리는 것 없고 더 더구나 내일을 알 수 없으니 불안한 오늘을 살 수 밖에 없다. 말로는 쉽게 행복하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지만 누구에게 세상사는 건 힘들다. 어떻게 사는 게 기쁘게 살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게 사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모두들 그 행복을 찾아 분주하기만 하다. 결국 인생이란 잊었던 내가 원래의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고통, 갈등, 불안 등이 모두 나를 찾아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만나는 것들이며 그래서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으면 불편하듯이, 아무리 멋진 풍경도 마음이 다른데 있으면 눈에 들어오지 않듯이, 내가 아닌 남의 삶을 살고 있으면 늘 불안하다. 잠깐 쉬면서 나를 먼저 돌아보고 그래서 내가 보일 때 행복과 기쁨이 함께 찾아오는 것이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막대한 재산이 손에 들어와도, 아무리 가슴 벅찬 행복이 들어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없다면 그렇게 허무한 삶은 없을 것이다. 인생의 행복은 한 개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고르게 주어지는 것이다. 커다란 행복을 혼자서 차지하고 있기보다 비록 작은 행복이지만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갖는 것이 어쩜 훨씬 더 기쁨이 더 클 수 있다.

행복을 함께 나누는 이들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행복이라고 굳게 믿는 것은 많은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음의 욕심일 때가 대부분이다. 산문집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 저자 정목(正牧)스님은 음악에 쉼표가 있듯 삶에도 반드시 쉼표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잠깐 안하기다. 지금 당장 읽어야 할 것을 안 읽고, 가야할 곳을 안 가고, 전화 할 것을 안 하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나를 살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고통에 대한 생각도 바꾸어 보라고 권면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불우한 처지에서는 주위의 모든 것들이 나를 단련시키는 좋은 침과 약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조와 품행이 닦여지는 것이다. 가난과 근심과 걱정은 우리를 옥(玉)처럼 완성 시켜준다. 고난은 뼈를 여물게 한다. 그래서 삶의 악조건들은 우리를 보다 강하게 만드는 진정한 인생의 보약이 될 수 있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야 지혜와 혜안이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고난에 처한 당시에는 고난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지 못한 다는 것이다. 역(逆)으로 일이 뜻대로 순조롭게 될 때는 눈앞의 모든 것이 나를 해치는 흉기가 되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육체와 정신을 썩어 문드러지게 할 수도 있다. 나를 찾은 그 날부터 삶은 고통에서 기쁨으로, 좌절에서 열정으로, 복잡함에서 단순함으로, 불안에서 평안으로 바뀌며 이것이야 말로 각자의 인생에서 만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요, 가장 큰 기쁨이며 행복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를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 이 순간만을 온전히 즐기는 것이다. 묻고 싶다. 행복을 나누어 가질 사람이 주위에 있는 가? 있다면 바로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을 누릴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행복한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바로 그런 마음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