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여.야 총선에서 안보관 확실히 국민에게 밝혀라
조선역사 가운데 우리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당쟁이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오히려 당시로서는 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당쟁으로 인해 많은 인명이 참살당하면서 이어지는 당쟁싸움으로 멍이 들었고 끝내는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명나라로 쳐들어가기 위해 길을 내달라고 우리를 위협하자 조선은 그가 과연 어떤 인물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김성일, 황윤길 두 사람을 통신사로 일본에 보냈는데 그들의 귀국보고는 정 반대의 보고였다.
부사 황윤길은 “그 눈빛이 광채가 나고 재주와 용맹이 매우 뛰어난 인물 같다.”고 보고했고, 또 다른 김성일은 “눈이 쥐 눈같이 작아 볼품도 없고 그렇게 두려워해야 할 인물은 못 된다”고 정반대로 보고했다. 한 사람은 전쟁위기론을 주장했고 다른 한 사람은 평화론을 주장했다.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 면밀하게 보면 이때도 사실보다는 당쟁의 결과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김성일은 집권세력의 동인이었고, 황 부사는 그 반대세력인 서인이었던 것이다. 만일 황 부사의 말대로 따르면 동인들의 세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나머지 반대 주장을 편 것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한 나라의 운명보다는 자신이 속한 당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요즘, 선거 행태를 보면 마치 이씨조선 시대로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국가 안보에 관한 문제는 여ㆍ야나 진보ㆍ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나라의 안보마저 이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면 임진왜란을 앞두고 다투었던 동인, 서인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강대국에 둘러 쌓여있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는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비록 서로의 의견이 다를 수 있더라도 나라 안위(安危), 경제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여ㆍ야가 일치된 견해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속한 집단이익보다는 나라이익과 안위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요즘 선거공약으로 주창하는 복지를 더 확대하거나 일거리 창출은 살아가면서 우리끼리 얼마든지 조정 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 문제만은 그렇지 않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성(城)을 쌓을 때가 있고, 쟁기를 들 때도 있다. 한 번 기회를 놓치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국방에는 무엇보다 경제력이 핵심이다. 안보의 눈으로 본다면 분에 넘치는 복지확대나 무조건적인 대기업 때리기는 그리 급하지 않다. 안보는 사실 선거이슈로까지 부상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작금에 이 나라는 안보에 대한 근본이 흔들리고 위기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다 천안 함이 피폭되어 우리 젊은 장병들 수십 명이 수장되었어도 우리는 그 분노조차 하나가 되지 못하는 나라로 전락해버렸다. ‘효순 이, 미순 이’ 미군 탱크치사 사건 때는 벌떼 같이 모여 큰 목소리를 내던 정치인들이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런데도 지금 모두의 관심은 다른데 가 있다. 특히 야당의 경우 복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딴 나라 사람처럼 외면하고 있다. 한 명숙 야당대표는 국가 전략상 제주 해군기지건설은 절대 필요하다고 주장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총선이 시작되면서 바로 말을 바꾸어 뒤집으면서 반대하고 나섰다. 표면적인 이유는 제주도가 평화의 섬인데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제주도가 전쟁위협에 휘말린다는 논리다.
김모 방송인의 어리석은 말과 똑같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말로 평화를 외친다고 평화가 지켜지는 건 아니다. 평화란 힘이 있어야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 동남아 모든 나라가 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이 두려워 이에 대비 하느라 법석인데 정작 우리는 이미 시작한 국가안보 사업인 기지 건설까지도 쌍심지를 들고 중단하자고 반대를 하는 가.
중국의 항공모함이 이어도를 비롯한 서해, 남해를 휘젓고 다닐 날이 머지않았는데, 코앞에 들이 닥치는데도 어찌 야당의 사람들은 그런 위기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다른 반대 정책에 대해서는 촛불 시위도 마다 않는 저들이 안보를 튼튼히 하자는 것에 대해서는 유독 거부를 한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한ㆍ미 FTA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내용으로 EU와 FTA를 맺을 땐 그들은 한결같이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런데도 유독 한ㆍ미 관계에서만 결사반대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를 잘 안다. 이들이 문제 삼는 건 어느 특정 조항이 아니라 한ㆍ미간의 협정 그 자체를 싫어하는 것이다.
보수는 친미로 나가니 진보는 그 반대로 나가자는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해마다 증강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중국을 한국 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자유민주국가로 탄생시킨 미국을 제치고 진정한 우리의 우방국으로 대할 수 있겠는가. 그 여부의 판단은 국가 안보상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의 행태를 보면 아니올시다. 그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 그들은 국제 협약을 무시한 채 우리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탈북자를 강제로 송환시키고 있지 않은가. 이 같은 안하무인의 태도는 그들이 자신의 힘이 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의 힘이 강해질수록 더욱 심해 질수 있다.
그들의 강한 힘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도 우리는 미국의 힘을 이용하면서 우리를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서 무역통상도 필요한 것이다. 이런 국제논리를 외면하고 무조건 반대만 일삼고 허물려는 야당은 지금이라도 나라 안보위기를 걱정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표를 의식한 나머지 좌파세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비록 의석수는 덜 차지하더라도 국가는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안보는 적당히 말로 떼 우는 것도 아니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렇게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 총선에서는 각 정당이 정책과 비전 제시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안보문제에 대해 철저한 토론이 이어져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확실한 국가관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들로 하여금 선택을 할 수 있는 자유권을 주어야 한다.
안보에는 중도가 없다. 보수를 자처하는 여당도 마찬가지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왜 일부에 불과한 젊은 좌파 세력의 눈치를 보려는 가. 이번 총선의 결과에 따라 이 나라 안보가 어떤 위기의 소용돌이로 빠져 들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더 불안하다. 나라가 있어야 국회의원 금배지도 달수 있다는 거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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