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소통은 커녕 불통을 뛰어넘어 먹통이 된 정당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소통은 커녕 불통을 뛰어넘어 먹통이 된 정당

작성일 2012-03-09
“소통은 커녕, 불통을 뛰어넘어 먹통이 된 정당” 
 
 2012년 03월 08일 (목) 09:18:11 안호원 

자고로 정당(政黨)은 정치적인 생각이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다. 그와 걸맞게 정당의 이름은 정체성에 대한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당의 색깔은 물론 정당의 이념과 이상, 그리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선진국의 정당명은 정체성을 금세 알 수 있을뿐더러 조변모개로 바뀌지도 않는다. 만약 실정을 했다면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심판을 받고 다음에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과오를 만회하려는 책임정치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한 정당이 십 수 년, 수백 년 명맥을 이어 가지만 불행하게도 외국처럼 역사가 깊은 정당이 우리에겐 없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비록 집권말기지만 집권기간에 대해 스스로 자숙하고 낮은 자세에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미로 ‘새 누리 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다. 마찬가지로 야당도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으로 당 이름을 바꾸었다. 야권은 통합이란 명칭만 붙이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 같은 양 당의 행태에서 우리 국민이 ‘새로운 정치정당’ ‘통합의 정치’를 바란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직한 정당은 우리 사회의 아젠다를 제기하여 다수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일부를 바꾸더라도 확연한 자기 쇄신을 도모하는 정당을 보고 싶어 하는 유권자의 마음은 지나친 과욕일까.

정치 불신에 직면한 여야가 경쟁적으로 당명까지 바꾸면서 개혁공천을 하겠다고, 새 인물, 새 정치를 강조했건만 지금까지 각 정당에서 몇 차에 걸쳐 이뤄진 공천과정을 보면 한마디로 실망이다. 어느 당 할 것 없이 원칙도 없지만 쇄신과 감동도 없는 공천이다. 새롭게 영입한 인재라도 눈길을 끄는 인물이 없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공천 확정자 태반이 이미 정치권에 발을 담그고 있던 기존 정치인이다. 그만큼 각 정당이 인재난에 시달린다는 것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무원칙, 무쇄신, 무감동의 3무(無) 공천은 각 당의 지도부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보여진다. 또 통합진보당의 경우 과거에 재미들인 야권연대협상을 민주통합당과 추진하면서 자신들이 독자출마 해서 다수후보가 나오면 민통당 의석수가 엄청 줄 수 있으니 적당하게 나눠 먹자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는다는 것이다.

그런 엄포에 또 민통당이 다소 동요를 하는 것도 문제다. 모두 자신이 없으니 무조건 여당만 이기면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 사고를 갖고 있다. 결국 이런 야권연대로 많은 선거구를 챙긴들 그들 뜻대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는 의석 20석을 확보할지가 의문시 된다. 과연 그들이 내세운 후보들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떼만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처럼 선거철만 되면 야권연대로 선거에 나온다면 무엇 때문에 정책정당을 만드는지 묻고 싶다. 자신감을 갖고 당명을 걸고 출마해야 옳다. 야권연대가 되어 단일후보가 나올 경우 유권자인 국민의 기본자유인 선택권이 박탈당하는 무서운 범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야권단일 후보도 좋지만 유권자들의 시각에서는 단일화로 나온 후보자보다 더 좋은 후보자도 선택 할 수 있고 또 지지하는 정당에도 찍을 수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과 상관없이 야권 단일후보를 찍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총선거 공천 작업이 중반에 접어들면서 양 당의 낙천자들이 줄줄이 재심을 요청하는 등 무소속 연대나 분당 설이 나오면서 여전히 공천 잡음이 일고 있다. 이 바람에 미소를 짓고 있는 군소 정당이 있으니 그 이름 하여 보수 성향 신당인 ‘국민생각’인데 양당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의 영입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가을 이삭줍기에 나선 것이다.

한 좌파 시민단체가 한.미 FTA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 223명을 반민주, 반 역사, 반 환경 행동을 한 심판대상으로 선정하고 낙선 운동을 벌리겠다고 한다. 과연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이 동참할까? 궁금하다. 무조건 자기 잣대에서 심판하겠다는 것은 공갈협박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눈 여겨 볼 정당과 부류가 있다.

우선 정당차원을 떠나 오늘의 난국을 헤쳐 나갈 능력과 자질, 그리고 투철한 국가관이 확실한지를 신중하게 검증해야한다. 사탕발림과 같은 무상복지공약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유권자가 성숙해질 때도 되었다. 내 귀중한 한 표를 잘 선택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미 FTA와 제주해군기지설치 반대는 현장까지 좇아가서 반대를 하면서 정작 탈북자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야당들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한 대표와 똑같이 해군기지설치 반대를 하면서 제주도까지 달려 간 민통당의 고위 당직자가 제주기지사업단장에게 "4.11총선에서 여소 야대가 되고 연말에는 정권도 바뀐다. 결단을 내려라 당신에게 책임을 묻겠다" 고 협박까지 하며 오만 불손 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선거 때 유권자가 당혹스러운 것은 투표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문제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들이 집권당을 심판해서 여야가 번갈아 집권하는 현상을 흔히 ‘진자 효과’(Pendular effect)라고 한다. 아무것도 나아진 것도 없는데 그저 선거 때마다 유행처럼 집권당에 대한 심판만 되풀이 된다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커다란 손실이고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질이 나쁜 정당은 거짓공약을 남발하며 국민을 매도하고 말을 자주 바꾸며 폭력을 휘두르는 정당이다. 유권자의 눈으로는 현재 각 정당들이 국민들과의 소통은 커녕, 불통을 뛰어넘어 먹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여야 막론하고 귀를 기울려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못 듣는 것 같아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