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분노의 언어


동문기고 안호원칼럼-분노의 언어

작성일 2012-02-16

"분노의 언어" 
  -이제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속지 않는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들려오는 소리가 하나 같이 우울하고 짜증나는 소리들뿐이다. 모두가 입 달렸다고 무책임한 말들을 마구 쏟아놓고 있다. 이참에 정치꾼들에게 쓴 소리 한 마디라도 해야겠다. 매 5년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라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선 요즘 대통령과 집권당의 존재감이 무척 위축이 된 것 같다.

일개 판ㆍ검사가 대통령을 비하하는 글을 써도, 벌건 대낮에 경찰서장이 폭도들에게 폭행을 당했어도, 가족 측근 비리가 터져 나와도 이 대통령은 근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총선전략으로 내세워 집권하면 폐기하겠다며 억지를 부리는 민주통합당(이하 민통당)에게는 그 요란스러운 네티즌마저 조용하기만 하다.

국가를 지키겠다는 안보ㆍ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은 하나도 없고 민노당이 오래 전 발표했던 ‘무상복지’를 놓고 여야 불문하고 앞 다퉈 선심공약(空約)을 발표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은 많은데 안타깝게도 보수정당은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최근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지난 해 11월 적법한 민주절차를 거쳐 국회의 비준을 받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미 대사관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면 협정을 종료시키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 이는 외교적인 결례를 넘어서 국제 규범상 있을 수 없는 협정파기 협박이 아닐 수 없다. 그들에게는 국제적 약속이나 신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표가 될 수만 있다는 판단만 서면, 권력을 쟁취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저지르고 만다. 이런 나라를 다른 국가들이 보고 무엇을 믿고 무슨 조약을 맺자고 하겠는가.

개인끼리도 신의가 중요하거늘 하물며 국가 간의 조약을 어찌 이리 가볍게 다룰 수 있는가? 두 야당이 선거 전략상 한미 FTA를 반대한다는 점을 좋게 이해한다해도 이번 처사는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된다. 이 같은 행위는 우리나라의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현존하는 국제질서라도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 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이번 총선에 이슈가 된 이번 협정 건은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마저 한국경제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선택한 길이었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한 바 있고 또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다수가 한미 FTA를 지지했다. 또한 그 당시 한명숙. 정동영 등 정치실세들이 적극 찬동하고 오히려 FTA 반대 세력들을 제압하려고 했다.

그런 그들이 이제 와서 그 때는 잘 모르고 그랬다고 하는데 그것처럼 무서운 말이 어디 있는가? 농민의 생사가 달린 사안을 그렇게 허술하게 처리 할 수 있는가 말이다.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하며 수권정당임을 자임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제적 약속을 헌 신짝처럼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무모한 돌출행동을 할 수 있는지 평범한 시민의 상식으로는 기가 찰 일이다. 이런 정당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고 신뢰를 할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경선에서 1위로 대표직을 차지한 한명숙 전(前) 총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주장과 함께 내각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히 법조계를 질타했다. 한 대표는 그간 자의든 타의든 간에 큰 고초를 겪었다.

뇌물수수 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 등으로 검찰에서 여러 번 조사를 받았고 두 차례나 기소됐지만 모두 불응했고 두 사건 모두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래서 가슴에 한이 쌓일 대로 쌓여 응어리가 맺힌 상태다. 정권을 잡으면 당한 만큼 되돌려주겠다고 벼른다.

지금 그녀와 정치초년생인데도 2위로 등극, 기염을 토하는 영화배우 문성근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은 ‘증오’와 ‘복수’가 아닐까 싶다. 모진 수모를 당했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증오와 복수심으로 정권을 빼앗겠다는 야욕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2040세대의 허탈감과 분노를 자극해 반사이득을 취하려는 어리석음도 함께 버려야 한다.

과거 ‘친노’는 ‘사람 사는 세상’을 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이념과 계층으로 편가르고 갈라치기 했고 보혁, 빈부, 여야 갈등을 빈번하게 일으켜 사는 게 정말 피곤한 세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정당에 과연 나라의 운명을 맡길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

지난 90년대 이후부터 부상하던 친북, 종북 자인 국가안보 위해(危害)자들이 이제는 버젓이 정치판에 전면 등장하는 이변을 낳고 있다. 진정 국가관을 생각했다면 FTA 폐기나 대통령공개사과, 내각퇴진 같은 구호를 함부로 외치지 마라. 그 같은 선동적 구호는 단지 ‘분노의 언어’에 불과하다.

무조건 바꿔보자는 국민의식도 문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 불기 시작한 스윙효과(뚜렷한 정치적 주관 없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투표성향)는 결국 정치기회주의를 부채질 할 뿐이다. 집권당에 무조건적인 반대는 다음 선거에 당선 된다는 어리석은 정치 습관은 버리는 게 좋다.

자신들이 한 것도 뒤엎는 결코 자랑스럽지 못 할 역사의 오점을 남긴 사람들이 바로 한명숙, 정동영 전 대표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바꾸려는 낌새조차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 안 밝혀지면 그만인 뻔뻔한 얼굴을 가진 자들이다. 표리부동과 이기심에 가득한 민통당의 정체성을 면밀히 보면 자신들의 목적 달성이 될 경우 꼬리를 어느 쪽으로든 슬그머니 내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러 파벌이 합쳐진 민통당은 계파의 권력욕 때문에 지금 세상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게 민통당의 현실이다. 오직 집권에 눈이 멀어 사심을 드러내며 국익을 해치는 정치인들은 뽑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