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횡설수설. 이제 막가자는 것인가
지금 우리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조차 하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어느 쪽이 상식이고 어느 쪽이 비(非) 상식인지 헷갈릴 정도다. 비상식이 상식을 압도하고 좌파세력이 판을 치며 오히려 우파가 눈치를 보는 막가파 세상이 되어버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온갖 괴담이 판치던 2008년 광우병 사태를 또 다시 떠올리게 하면서 온 몸을 소름끼치게 하고 있다. 모름지기 지도자는 대중과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좇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에 파묻혀 한. 미 FTA를 놓고 매국이냐 애국이냐의 싸움이라고 핏대를 올리는 민주당과 야당 그리고 일부 시민단체들에게서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정권이 사활을 걸었던 국가적 선택이 왜 여당이 몽땅 뒤집어쓰고 매국노가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지금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국론을 이분법으로 갈라놓고 있는데 이는 애국이 아니다. 착각이다. 애궂은 국민들에게 심적 압박감만 주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인민재판식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면 정치는 사라지게 되고 정당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매국노, 을사오적, 심지어 육두문자까지 뜨다보니 이제는 한. 미 FTA에 적극 찬성했던 전문가들조차 안타까워하면서도 네티즌 욕설이 두려워 입을 닫으며 쉬쉬하는 더러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특히 무슨 독립운동이나 하는 것처럼 ‘여기 모인 촛불, 총선 대선까지 이어가자는 모 배우의 선동, 전율까지 느껴진다.
또 유치원생 초등학생을 동반 담요를 망토 식으로 두른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부모 손을 잡고 ‘의료민영화반대’ 라고 쓴 팻말을 들었고 4행시를 읊은 초등학교 여학생이 리명박 천벌 받으라고 외치자 어른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고 ‘죽어도(FTA) 막지 못하면 우리가 죽을 것’ 이라는 시위 참가 여중생의 결의에 찬 말.
광우병시위 때도 젊은 주부들이 어린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그들을 담보로 경찰과 대치했는데 광우병으로 죽은 사람이 있었던가. 아무리 자신이 반대하는 정파라고 해도 어떻게 어린아이를 방패로 내세울 수 있었으며 또 저주를 퍼 붓도록 할 수 있을까? 거짓말로 어린 학생들을 거리로 내 몬 어른들, 그들은 어린아이에게서 무엇을 노리는가. 과연 어린아이들이 뭘 보고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런 어른들이 무섭다. 참으로 안타까운 게 또 있다. 일국의 대통령이 국정 최대현안인 한. 미 FTA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하겠다는데 제 1 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막무가내로 대화도 타협도 거부하며 실현 가능성이 없는 조건만 내 걸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이 대통령을 불통 대통령이라고 비난해 왔다. 의회와의 소통을 무시해왔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늦게나마 의사당을 방문한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막상 소통을 주장해왔던 민주당 대표가, 의전을 찾고 예의를 찾는 대표가 이 대통령을 무시하며 명분도 없는 억지 반대를 하고 있다. 의회가 왜 필요 한가? 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의사표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의회 민주주의가 아닌 가. 의회정치를 한다며 민주당과 야당들은 한. 미 FTA비준을 저지하기위해 회의장을 점거하고 국회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다.
한. 미 FTA 비준을 폭력으로 틀어막는 민주당. 민노당이나 무기력하게도 폭력 앞에서 눈치를 보는 다수당으로서 책무를 포기하는 한나라당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죽어가는 경제를 살리는데 초당적으로 임해야 하는데 국회에서 쇠망치를 휘두르고 일말에 양심은 있는지 CCTV를 가리는 추태를 부리는 등 깡패 작태로 싸움질만 하고 있다.
국민들이 그 비싼 여의도 땅에 국정을 논하라고 의사당을 마련해 주었건만 거리로 뛰쳐나와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이 농성이나 하며 혈세인 세비는 꼬박꼬박 받아 챙기고 있다. 더 속상한 것은 지난 2008년 광우병촛불 난동 때 벌어졌던 광고주 협박이다. 소위 시민단체라는 이름 아래 촛불, 불법 폭력을 비판하는 중앙, 조선, 동아에 광고를 많이 내는 기업의 상품 불매운동을 벌린 것 같은 협박이 한. 미 자유무역협정(FTA)파동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는 트위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사이버 협박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심지어는 민주당 FTA찬동자 명단이란 이름으로 트워터에서 사이버 돌팔매질을 하면서 낙선운동까지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게 약발이 먹히니 큰일이라는 것이다. 야당이 민주주의핵심인 정당정치 시스템을 스스로 무력화 시키고 있다.
단순한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따로 있고 알만한 국민은 다 안다. 지금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 마음은 국익과 국민이 아닌 내년 총선과 대선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안다. 이참에 아예 초선의원까지 현직의원은 모두 낙선시키는 운동이라도 하며 물갈이를 한다고 하면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지금 이 나라는 온통 조울증에 걸린 사람들만 사는 것 같다.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곳곳에 촛불을 켜고 무당처럼 날뛰는 시위자들 천지다. 이제는 진실도, 상식도, 윤리도 무시하고 막가는 세상인 것 같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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