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효사상 회복 운동 절실 하다
지난 달 22일 “서울 노친 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아부 지랑 엄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온천 예약 해드렸습니다” 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린 청년. 그 글에 “진짜 효자”라고 댓글을 단 명문대교수. 그 교수는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멘토였다.
나경원, 박원순 지지와 관계없이 천로박시(賤老迫視)의 세태를 바라보며 그 명문대 젊은 교수의 자질을 의심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더욱 안타까운 것은 막말을 한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게는 네티즌들이 지적을 하고 냉소적으로 대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노인을 폄하하는 태도를 보이며 반성은 커녕 오히려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비아냥거린 후레자식 같은 명문대 교수에게는 그 대단한 네티즌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며 관용을 베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소속된 학교와 동문들, 그리고 재학생들조차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조용하다. 적어도 그 명문대 홈 페이지에라도 그 젊은 교수의 그릇된 사고를 지적 하는 글이 올라옴직도 한데 없다. 편향된 의식의 차이인가. 이런 세상에 산다는 게 억울한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황혼의 반란’ 이란 단편의 글이 생각난다. 줄거리는 자식들이 늙은 부모 곁을 떠난 지 3주째가 되면 CDPD(평화, 안락 센타)란 정부 단체에서 요원이 나와 늙은 부모들을 강제로 센터에 끌고 가 독극물을 주사로 주입, 안락사를 시킨다는 것이다. 늙은 주인공 프레드 부부는 사랑하는 아들딸이 집을 나간 지 3주가 되면서 악명 높은 CDPD 단체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이 부모를 배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만 결국 CDPD센터요원에 잡혀 자신에게 독극물 주사를 주입하는 젊은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너도 곧 늙은이가 되어 이런 날이 올 것” 이라고 말하며 숨을 거둔다.
“서울 노친 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아부 지랑, 엄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온천 예약해드렸습니다.” 도대체 어느 놈의 자식인지 그 부모가 불쌍해진다. 많은 팔로우가 보는 온 라인 상에서 자기 부모를 서울 노친 네로 적시하고 더하여 거기에 노인폄하를 하듯 ‘진짜 효자’라며 그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고 그런 글을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비아냥거림의 작태를 보인 명문대 젊은 교수, 네티즌들과 팔로우 들이 조용한 게 사뭇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후레자식이란 생각을 금치 못하겠다. 더구나 언제는 나쁜 투표라고 투표 못하게 하더니 이번에도 자신의 뜻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투표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온천 관광을 예약하다니...과연 그 늙은 부모가 자식에게 고마움을 느꼈을까? 수안보온천이 베르나르의 이야기에 나오는 죽음의 센터란 생각이 들고 ‘노친 네를 설득하기 어려워 수안보 온천에 보낸다’ 는 후레자식의 예사로운 말의 뉘앙스가 늙은 부모를 CDPD센터에 고발하는 비정함을 보는 것 같아 섬짓한 마음이 든다.
투표도 중요하며 한강 루네상스 사업도, 무상급식도 다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무너져가는 공권력, 사회질서, 실추하는 교권, 도덕성 등 이 나라를 지탱하는 기둥들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덕이 땅에 떨어져 자기 부모나 할아버지, 할머니뻘 되는 어르신들에게 아무런 공경 심 없이 무례한 행동을 하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위아래가 없고 어른과 아이가 구별되지 않는 세상처럼 막가파식의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지 않고 어떻게 올바르고 정의로운 사회를 바랄 수 있을까.
교육 기관은 많은데 노인을 폄하하면서도 잘못을 못 느끼는 후레자식 같은 교수가 교육을 시키니 그에게 무엇을 배우며, 어디에 담고, 어떻게 실현하고 실천하겠는가. 결국 많은 지식과 정보를 얻어 앎의 포만감은 충분하겠지만 기본인 인간성을 갖추지 못함으로서 오직 자기 이익과 편견을 지키기에 급급하고 거짓과 불의를 자행하는 이기주의자가 되어 위아래도 몰라보는 살벌한 세상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20대 청년이 80대 할아버지에게 욕지가리와 함께 막말을 하며 달려드는 것을 동영상으로 보았다. 충격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젊은이가 할아버지에게 삿대질을 하며 막말을 하는데도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말길 생각은 안하고 구경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노약석’에 앉아 있는 20대 젊은 아가씨에게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분이 앞에 서있는 더 나이 드신 분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야단을 치자 “이 자리 노약자 좌석인지 나도 알아요. 나도 약자라서 앉아있는데 뭐가 잘 못 되었나요?" 너무도 당당하게 눈을 크게 부릅뜨고 대꾸를 한다.
옆에 있던 몇 몇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고 질책을 하자 그때서야 전철에서 내렸다.
학생, 학부모가 교사를 조롱하고 폭행까지 하는 사회, 파출소에서 난동을 부려도 경찰관이 도망 다니는 사회, 무조건 무상 급식을 강조하는 사회, 이런 사회에 사는 젊은이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우리 모두(특히 교육자. 정치인, 종교인)각성하고 이제부터라도 무너져가는 이 사회기강을 바로 세워서 잃어버린 경로사상을 되살리고 동방예의지국의 명성을 되찾아 후레자식이 나오지 않는 정의롭고 포근하고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문득 노친 네 설득 어려워 수안보온천 여행 보낸다는 젊은이를 타이르기보다는 ‘진짜 효자’라고 칭찬을 한 박원순 후보의 멘토인 명문대교수가 서울 시장으로 당선 된 박원순에게 CDPD센터와 유사한 기관을 설치하고 자신이 책임자로 되지 않을까 이 촌노(村老) 심히 두렵기까지 하다. 기우(奇遇)로 그쳤으면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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