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반드시 밀물 때가 오리라


동문기고 안호원칼럼-반드시 밀물 때가 오리라

작성일 2011-09-15
역사와 인생에는 반드시 주기가 있다. 밤과 낮, 불황과 호황,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종말을 향해 날마다 가고 있는 것이다. ‘행복론’을 저술한 데일 카네기의 사무실에는 절망의 빛이 가득한 풍경화 한 점이 걸려있다. 썰물이 빠져나간 황량한 바닷가에 낡은 배 한 척이 을씨년스럽게 놓여있고 그 아래는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 그렇다. 지금은 온통 썰물이다. 모든 것이 빠져나가 황량하기 그지없지만 분명한 것은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밀물 때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흔히 말하는 위기가 어쩜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썰물 때에 배를 손질하고 그물을 수선하는 자 만이 밀물 때 풍요를 노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쳇말로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영락없는 썰물이다. 비정규직의 절규, 실직자 증가, 무절제한 시위,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이념 전쟁, 안 풍(安 風)바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신 못 차리고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정치꾼들, 학생들을 불모로 교육정책을 골육정책으로 바꾸며 교권을 뒤흔드는 전교조 수뇌들, 그야말로 모든 꿈이 다 쓸려나간 황량한 썰물이다.

사방이 온통 어둠이다. 세상에는 우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인생이 답답할 때도 있고, 또 허무할 때도 있다. 지금 이 순간 더는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이 내 인생은 바닥을 친 썰물의 삶으로는 단정짓고 싶지 않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이 옴을 믿고 마음의 가난함을 자처하자. 누군가의 은혜로, 사랑 받으며 살고 있다. 살아있기에 고통을 느끼며 또 담장의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고, 고향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음을 감사하는 우리가 되자. 아직은 내게 조금은 가진 것이 남아있는가.

근검과 절약을 실천하여. 생활의 가난함을 자처하자. 필요에 따라 채워짐에 감사하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남보다 더 가진 것이 있는 가. 소유보다는 존재의 행복을 추구하며 의식의 가난함을 자처하자.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는 미안하게 살고 있다. 그러나 나눔의 사명 주심에도 감사하자. 사람이 사람을 사랑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 그처럼 아름다운 사랑 안에는 나눔의 지혜가 있기 마련이다.

무소유의 법정 스님의 일화가 있다. 도둑이 들어와 너무 많은 것을 훔치다보니 무거워 지게를 일으켜 세울 수가 없어서 쩔쩔매고 있는데 스님이 뒤에서 받쳐주며 “어서 가시게나” 어차피 내 것이 아니니 갖고 갈 만큼 갖고 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진시황제는 모든 것이 다 자기 소유로 알고 심지어는 죽을 때 자기의 애첩과 몸종들까지 산채로 생매장.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면서 억울한 희생만 강요했을 뿐이다.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심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비록 내가 남이 가진 것 없어도 남이 갖지 못한 것 갖고 있다면 그것은 큰 은혜요. 축복이다. 없는 것을 탓하기에 앞서 내가 먼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 할 줄 알아야 한다.

올해도 추석을 맞이해 예년처럼 몇 군데 개척교회를 선정, 값진 노동의 대가로 준비한 쌀을 직접 전달했다. 또 몇 군데는 조그마한 마음의 선물을 별도로 준비, 전달했다. 모두가 한 결 같이 물질보다는 마음으로 더 기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푸근한 행복을 느낄 수가 있었다.

또 14일은 관내 노인구락부에 가서 대청소를 하고 이어 장애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먹여주는 봉사를 했다. 머지않은 내 미래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진다. 뿌린 대로 거둔다고 했는데 그래서일까, 내게도 과일 등 10여개의 선물이 들어왔다. 물론 세상을 살다보면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또 남을 도울 수도 있다. 그러나 받기보다는 이웃에게 작은 것이지만 베풀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면 그건 참된 삶을 산 것이다.

인생은 바람처럼 흘러가는 것, 그 삶에는 연습이란 것이 없다. 인생은 사회라는 무대에 선 연극배우다. 우리 일생에 반복되지 않는 것은 오직 출생과 죽음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섣달그믐 없이는 신년 새 아침이 존재 할 수 없다. 이 썰물과 밀물이 교차되는 시점이 바로 진정한 새 날이자 새해가 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말을 하자면 바다가 바다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이것저것 다 가리지 않고 다 받아주기 때문이란다. 그런 바다를 닮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늘 그랬듯이 그 마음 언저리에서만 서성일 뿐, 여전히 바다가 되지 못하고 있다. 아, 그랬어! 그 말 보다는 어느 순간 감정의 파도가 일어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 일쑤다.

언제쯤이나 나는 그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 런지. 자기를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들, 자기를 반성하는 사람은 부딪치는 일마다 모두 약(藥)이 될 것이며 남을 원망하고 세상을 탓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생각들이 모두 창칼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일반적으로 남에 의해 평가를 받는 것을 두렵게 생각하고 기분 나빠한다.

대다수가 다 그렇겠지만 스스로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자기 평가가 필요하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추석 명절도 우리에게는 또 잊혀진 날이 되어 흘러간다.

”내 생이 다하는 그날 까지/ 얼마나 더/ 내 마음을 비워야 할까/ 진위, 안성 두 강물이 하나로 흘러/ 서해 물결 구비치는/ 내 고향/ 그리워, 그리워/ 어제 본 하얀 달/그 속에서 손짓하는 어머니가/마냥 그립습니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오리라”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