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분노하는 유권자
요즘에 화두(話頭)가 되는 것은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매수’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과 ‘선의의 2억 원 전달’을 주장하는 법학교수 출신 곽 교육감의 진검 승부의 결과다.
한 쪽은 후보자 사퇴를 조건으로 7억 원을 주기로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또 한 쪽은 그런 약속은 하지도 않았다며 단지 생활이 어렵고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소식 듣고 선의적 차원에서 2억 원을 비밀리에 전했다고 했다. 분명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한 쪽은 구속되었고 또 한 쪽은 곧 검찰에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를 받게 된다. 아직은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정황으로 보아 단지 선의로 주기에는 너무나 큰 액수이기 때문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암튼 선의로 줬는지는 당시 돈을 받은 사람의 경제 상황과 돈을 준 사람과의 관계, 돈의 액수, 그에 따른 양측의 이익과 손실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해 법원이 판단 할 문제다.
그렇지만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곽 교육감은 자신이 말한 법학자로서 법률적, 도덕적 차원에서 분명한 태도 표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집무실을 차단하는 등 침묵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진정 떳떳했다면 소신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오히려 의구심을 더 할 뿐만 아니라 서울시민과 지지하는 사람들을 철저히 기만하는 것이다.
곽 교육감은 서울시의 무상급식주민투표와 관련, 이번 주민투표를 ‘나쁜 투표’ ‘좋은 거부’ 라는 이름으로 불참운동을 벌리며 자신의 의사를 밝힐 수 있는 자유시민의 선택권마저 뭉개버린 장본인이 아닌가. ‘나’ 하나의 과욕으로 진정한 투표의 의미가 상실되었고 정치적 싸움이 되면서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는 등 민의를 수렴하지 못하게 한 죄가 크다.
‘나쁜 투표’를 주도한 그런 장본인이 이번엔 자신의 나쁜 인간관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진보 측 성향의 교육감으로 깨끗한 교육자임을 자부했었기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넘친다. 이 세상은 둘 이상이 한 일에 대해서는 영원히 비밀을 지킬 수 없다. 이는 어느 한 쪽은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비록 야당과 일부 진보단체의 투표 불참 운동으로 민의를 파악할 수 없었다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진지한 성찰 없이 오직 시장 선거에만 매달려 내홍이 일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경우 야권대통합 후보 선출에 올인 하겠다는 발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책정당의 대결이 아닌 여당을 견제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당 후보라도 좋다는 것은 유권자를 기만하고 정치를 흐리게 하는 것이다. 통합후보가 당선될 경우 정책노선이 다른 정당은 어떻게 하겠는가. 선거 때마다 통합후보 운운할 바에는 아예 야당을 하나로 만드는 게 옳다. 오직 이기기 위한 통합 후보추천은 그 나름대로 정당정책에 공감하며 참여하는 당원들과 정책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무시하는 행위다.
겉치레에 불과한 구호만 남발하지 말고 수권정당에 걸 맞는 가치관, 정책을 내놓아 국민(시민)에게 공감을 주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제사에는 관심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면 국민들이 보내는 것은 지지가 아니라 냉소뿐이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과거 문제로 아직까지도 재판 중에 있는 사람을 서울 시장 후보로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높다고 하지만 통계에 불과하다. 이 역시 전체 유권자의 민의를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선량한 유권자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더 더욱 분노하는 것은 일부 정치인들의 개판 정치로 시국이 어수선하다보니 좌파까지 나서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겠다고 한다.
과거 10년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아직까지 좌파가 버젓이 날뛰는데도 방관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분노가 치솟는다. 이 나라가 어떻게 건국된 나라인데,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는 민주자유국가임이 분명하다. 이번 주민투표 불참 시민 74.3%가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면 그건 엄청난 오해고 착각이다. ‘나쁜 투표’ 라며 주민투표 거부 운동을 벌렸던 야당이 이번 선거전에는 또 어떤 구호를 들고 나올 지 자못 궁금하다.
지금도 절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천안함 피격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필요에 따라 말을 바꾸는 민주당의 처세에 비난과 함께 분노를 느끼고 있다. 특히 일부 정치인들이 장외 투쟁을 하거나 평화와 민주를 내세우는 일부 시민단체들과 어울려 야간 집회나 촛불 집회를 하면서 분열을 조장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분노의 에너지로 넘치는 것은 그만큼 무시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많다는 표시다.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의 분노를 이용해 10월 혁명을 성공시켰고, 마오쩌둥은 농민들의 분노를 부추겨 중국 공산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분노가 분노를 낳는다는 사실이다.
정치적인 분노 바이러스는 정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심지어는 가정에까지 침투, 가정을 파괴시킨다. 그래서 집단 시위, 가정 폭력, 자살의 급증은 서로 깊이 얽혀 있게 되는 것이다. 일부 정당이나, 진보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노동자나 농민과 학생, 지식인을 역이용, 촛불 시위 등을 벌리며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가 그 한 예다.
자칫 사회질서가 파괴되고 국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 또한 분열은 그 어떤 무기보다 더 무섭고 그로 인해 우리의 주적인 북한을 이롭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짜증스러워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흔들어 떨어뜨리고, 함정을 파고, 약점을 노려 발목을 잡고, 이해하기보다는 시기하고 중상모략하며 상처를 내는 우리 지도자들.
옛말에 이르기를 “나라에 올 바른 한 사람의 인물이라도 있으면 그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충고하고 있다. 즉 나라를 망치는 것은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망 할 때를 당해 어질고 진실 된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 지도자를 자처하는 무리들은 밤하늘에 별처럼 헤일 수 없이 많은데 정작 국민들이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지도자를 찾을 수가 없으니 유권자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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