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생각의 차이
모든 사람들의 경우 삶이나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자기만의 입장을 생각하고 상대방의 형편 같은 것은 철저하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갈등이 심화되면서 인간 사회는 점점 냉정해지고 살벌해진다.
일례로 세입자의 주머니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증금만 껑충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 일찍 귀가하고 싶은데 자꾸 한 잔 하고 가자며 집요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퇴근길의 동료, 행인의 보행에 지장을 주면서 인도에 주차하는 승용차와 물건을 내놓고 파는 상점주인들, 일방적인 강요나 명령 등등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자기 본위로만 생각하면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불이익을 당하거나 억눌림을 당하면 누구나 유쾌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때로는 그것이 욕구불만으로 작용되어 상대를 불신하게 되고 증오까지 하게 되며 심할 경우 그 증오심이 사회에까지 미쳐 불특정 다수에게도 강한 분노를 느끼게도 한다. 욕망은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동일하다.
이제 나는 과연 어떤 유형의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왔는가, 한번쯤 냉정하게 자신을 회고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고향 친구를 박정하게 따돌리지는 않았는지? 또는 어렵게 부탁하는 동료의 애절한 부탁을 냉혹하게 거절은 하지 않았는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게 산다.
내가 절박할 때처럼 내 친구, 내 이웃사람도 절박함을 당할 때가 있다. 절박함을 당하면 누구에겐가 구원을 요청하고 싶어지듯 상대도 마찬가지다. 내가 약한 자에게 도도했듯이 상대도 때론 나에게 도도한 강자로 군림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입장이 바뀌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삶은 항상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즉 행복했던 사람이 불행해질 수도 있고, 불행했던 사람이 행복해질 수도 있다. 또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고, 무명인 이었던 사람이 어느 날 대스타로 성공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그런 것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것을 절대적이라고 믿는다. 물론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경쟁이고 전쟁이라 보면 자기 이익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악착같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은 동물적인 욕구 충족이 아니라 보다 아름답게 자기실현을 하는 것이다.
사회 분위기가 각박하고 경직되어 있고 불신으로 가득 차 있는데 개인적으로 물질의 풍요를 누리고 성공한 사람 특유의 자존심을 가진다고 해서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인간의 행복도 결국 그 사회의 질서와 평화로움이 넘치는 가운데 창출되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자기 혼자만 모든 것을 풍족하게 차지하려고 하며 자기의 위상(位相)만 지키려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 과욕이 결국 상대방에 대한 몰이해를 가져 온다. 인간 사회의 갈등은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는데서 발생하고 양보하지 않으므로 극악해지는 것이다. 상대방이야 어찌되던 내 욕심만 채우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은 대립의 골을 깊게 만들뿐이다.
대립상태가 지속되면 사람은 누구나 방어본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즉 그것은 불화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아무리 가치관과 견해가 다르더라도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협조하는 노력만 있으면 하나로 동화되지 않을 수가 없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줄 알면서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감정을 일방적으로 표출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 분노하는 것, 슬퍼하는 것, 야단치는 것, 돌연한 결별 등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의 감정을 표출함으로서 상대를 당황시키고 상대의 감정을 자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경우는 자기중심적 사고가 철저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미덕이 있다면 인간관계는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경쟁이나 이익을 배제하면 적대감은 유발되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를 축으로 하던 사고를 ‘너’, ‘우리들’로 사고의 영역을 넓히면 우리는 쉽게 이해 할 수 있고 화합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말이 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꾸어 생각해 본다는 뜻이다. 그러면 부정적이던 견해가 긍정적으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그 친구는 어째서 결별을 선언하는 가?’ ‘왜 슬퍼하는 가?’ ‘왜 구걸을 하듯 도움을 요청하는가?’‘무엇 때문에 그 사람은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꼼꼼히 생각해보면 내가 모르는 이유를 상대는 갖고 있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감정이나 행위, 또는 견해가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참된 진리가 될 수도 있다. 내가 보았을 때는 비합리적인 것까지도 말이다. 삶과 세상은 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어둡게 보면 어둔 세상이고, 불안해하면 불안하고, 썩은 세상으로 보면 썩은 세상이다. 그러나 밝게 보면 세상은 청명한 날의 햇살처럼 밝고 아름답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평화롭다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선량하게 느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을 너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이 세상은 아름답고 값진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우리의 욕망 때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사회의 갈등은 상대를 전혀 이해하지 않으려는 아집 때문에 생긴다. 우리는 어느 시각에서 삶을 생각하고 세상을 얼마나 넓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거대한 이기적 욕망을 버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한다면 인간관계는 더욱 부드러워지고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