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축구공처럼 둥글게 살자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축구공처럼 둥글게 살자

작성일 2011-06-16
얼마 전 우연히 한국과 가나가 벌리는 축구중계를 보게 되었다. 1:1 동점의 관계에서 후반전 2분을 남겨놓고 한국이 골을 넣어 2:1로 이겼다. 그러나 시장 경기가 안 좋아서 일까. 예전과는 달리 열기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문득 2002년 6월, 국내는 물론 세계를 온통 축구의 열기로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의 열풍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특히 한 축구 감독의 놀라운 능력이 한 국가의 축구역사를 바꾸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시키기도 했다.

더욱이 그의 리더십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영향은 그의 리더십의 배경 속에는 바로 우리의 현실 상황이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그 감독의 리더십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리더십이 붕괴된 자금의 현실에 허탈감을 갖고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어떠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사실, 우리는 평소에는 관심이 없다가도 무슨 문제만 생기면 호재라도 만난 양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어제까지의 리더를 사정없이 끌어내리고 헐뜯고 내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직무에 대한 잘잘못은 명확히 규명은 해야겠지만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리더십의 거목은 자랄 수 없다. 이 역시 실패와 도전의 과정에서 긴 시간을 통해 이뤄지는 사회적 산물이다. 이를 보면 우리는 대체로 성격이 급한 민족인지도 모르겠다. 열매를 맺는 시기를 기다리며 인내하기 보다는 억지로 익히려고 칼질을 하려 든다는 게 맞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축구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어쩜 우리네 인생도 축구경기와 마찬가지인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친다. 차고, 막고, 부딪치고, 넘어지며.....그런 것이 우리네 삶의 모습 같았다. 저마다 우승의 골문을 향한 목표를 갖고 오직 앞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처럼 달리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목적지를 향해 몰고 가는 볼을 빼앗기기도 하고 빼앗기도 하고 더러는 몸싸움까지 하며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 낙오가 되기도 하고 때론 중도 하차하기도 한다. 인생도 그런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축구 경기 중 이변이라 할 수 있는 게임변수를 보면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리 속담이 떠오른다.

똑똑하다고 자만해서도 안 되지만 열악하다고 미리부터 자포자기 할 필요가 없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심어주고 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우리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보여 지는 영웅 뒤에는 반드시 보이지 않는 숱한 이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점이다.

축구를 한 예로 든다면 한 팀은 공격수와 수비수로 구성된다. 이 때 골을 많이 넣을 기회가 많은 공격수에 비해 수비수는 별로 영광스러운 자리가 아닌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 할지라도 수비수가 버텨주지 않고서는 승자로서 영웅이 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한 개인의 기량이 아니라 팀웍이 잘 이루어져야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나 전 그런 팀웍이 잘 이루어져야 할 축구계에 금전 관계 등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던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월드컵의 공인구는 오대양 육대주를 상징하는 육각형의 백색과 오각형의 흑색으로 된 가죽 쪼가리들을 합쳐 만들었다고 한다. 이는 서로 각기 다른 빛깔의 문화와 서로 다른 인종들이 둥근 지구촌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축구공은 둥글다. 그런 둥근 축구공처럼 우리 모두도 둥글둥글한 마음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미움이 가득 찬 핏발선 눈빛이 아니라 하늘 색 같이 파랗고 해맑은 눈동자로 우리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마음으로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모처럼 하나가 되어 팀웍을 이루는 축구문화를 우리 가슴에 심어 아름다운 이 땅에 우리 모두 하나되는 사랑의 불꽃이 피어올랐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