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삶의 본분
어느 지인 한 분이 힘든 자신의 삶을 한탄하며 사기라도 쳐서 돈이라도 실컷 쓰고 싶다고 했다. 또 자신이 바보같이 사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인격적으로나 지식적으로 보아도 그럴 분이 아닌데 어정쩡한 50대 초반의 백수인 그의 심정을 가히 짐작할 수가 있었다.
물론 그 같은 생각은 비단 그 지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 한 구석에는 한 두 번쯤 그런 생각을 가져 보았을 것이다. 그 만큼 이 사회가 혼란스럽고 또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다보니 자신만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인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내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상처는 알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을 싫어한다.
유명한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삶의 본질은 육체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 자신의 작품으로 15년간에 걸쳐 ‘인생이란 무엇인가?’란 책을 썼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라는 대작은 톨스토이의 정신과 종교와 예술의 총체적 결정판이라 할 수 있으며 그의 인생관과 사상이 일목요연하게 집약된 묵상록 형식을 띠고 있다. 톨스토이는 부유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어느 시골 초라한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객사하기까지 우여곡절의 치열한 인생을 살았던 인물이다. 톨스토이는 ‘인간의 최대관심사는 인간 자신의 문제요, 인간의 삶에 관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모든 인간은 사랑을 바탕으로 선(善)을 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선은 오직 진리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라고 했다. 그래서 임종을 맞아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진리를.... 나는 영원히 사랑한다.”였다고 한다. 일생을 치열하게 살다가 우리에게 교훈이 되는 좋은 작품을 남겨준 톨스토이를 통해서 ‘인생의 근본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과거, 현재, 미래라는 교차로 위에 서 있다. 인간의 본질은 바로 내가 걸어온 매일 매일의 삶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때론 모든 것이 불확실하게 느껴져 불안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 인생에는 아주 분명한 사실 하나가 있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알지 못하는 ‘내일’을 향해 계획하며 살아가야 하고 그리고 인생의 마지막엔 결국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죽음의 문제를 넘어서지 않고는 우리의 인생은 덧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원을 추구하는 존재다. 인간의 모든 것을 무화시켜 버리는 죽음은 인간으로 하여금 좌절의 극치를 맛보게 한다. 우리가 온갖 역경, 갈등, 고민을 극복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명예, 재물 등에 대해 성취한 인생의 보람과 업적마저도 죽음 앞에서는 한 순간의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인간은 너나 할 것 없이 누구나 자신의 힘만으로는 구원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래서 인간은 우리를 구원할 절대자를 찾게 되고 영원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은 영원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종교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리고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생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같은 질문에 분명히 대답 할 완료형의 정답은 없다. 단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문제일 뿐이다. 인간은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는 없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과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기가 어렵다. 그만큼 앞만 보고 간다는 것이다.
그 흘러가는 삶 속에서 때로는 풍요를 만끽하기도 하고 순간적인 행복을 느끼기도 하며 감사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가끔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자신의 삶이 펼쳐지고 있는 길 위에서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 보아야 한다.
이제 며칠 후면 기독교 축제인 부활절이 다가온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한번쯤은 그 부활절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그래서 진정한 삶의 본질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