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상념의 시간에서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상념의 시간에서

작성일 2010-09-17
지진이나 쓰나미가 일어나기 전 들짐승이나 쥐들이 가장 먼저 도망간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과 수십 분전까지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다가 몰살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짐승은 먹이가 아무리 많아도 자기 위장의 80%만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승이 중풍에 걸렸다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당뇨병에 걸렸다는 소리 또한 듣지 못했다. 그런데 만물에 영장이라고 일컫는 사람은 자기 기준의 배 이상도 먹으려들기 때문에 과욕을 하게 되어 병이 나고 탈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인간이란 영리한 것 같으면서도 미물보다 못하고 한 치 앞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이름없는 미물도 천재지변을 감지하며 살길을 찾는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그만도 못하다. 아무튼 불확실하고 혼돈스러운 세상인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어찌 보면 이 세상은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매스컴을 통해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불신풍조가 만연한 것을 보면 이미 기초 질서나, 윤리, 도덕성이 상실되었음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현 정부가 임기 절반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 및 이기주의 등이 더 극심해져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이 같은 불평 불만과 이로 인한 불신풍조는 과연 어디에서부터 기인된 것일까?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고 내 자신을 뒤돌아보면 해답이 나온다. 이러한 불편, 불신은 결국 나의 안위를 위한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 볼 일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것, 나와 소속이 다르다는 것, 나와 가진 것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뒤로 한 채 비판과 비난을 통한 자기 방어에 나도 몰래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의 말이 옳고 주방에 가면 며느리의 말이 옳다’ 는 옛말이 있다. 사람마다 자기 입장이 있기에 사연을 들어주다 보면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그럴싸한 것 같아 때론 혼란스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말을 하면서도 나는 빼고 말한다. 나는 아닌데 남들이 다 그러더라 하는 식으로 매도를 하려고 한다.

성경에는 “너희 자신을 살펴보라”고 기록되어있다. 이제 우리 자신을 좀 더 세심하게 성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누구를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마치 의인(義人)인양 착각하면서 이 세상을 산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혹독하게 비판하고 돌을 던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사회가 조용해지려면 무슨 일이든지 남의 탓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나의 탓으로 돌려야 살 맛 나는 세상이 될 수 있다.

나를 볼 줄 알고 또 내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가, 또 내가 지금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가 필요한 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형제의 눈에 티는 볼 줄 알면서 자신의 들보는 벌 줄 모른다. 이처럼 우리는 영적 소경이 되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을 조절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 자신의 생각, 사상, 이념, 지식, 자기주장 등을 앞세우기보다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며 양보도 할 줄 아는 지혜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 남을 먼저 존중하고 이해할 때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존중과 신뢰, 사랑을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위대한 사회지도자의 공통점은 항상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생산적인 사고력을 갖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양복을 입을 때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듯 이제는 시간 낭비와 쓸모없는 소모적인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좀 더 비전적인 사고를 지니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아울러 어떤 조건과 환경과 역경 속에서도 늘 감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으로는 늘 자신이 가진 것의 부족함을 탓하고 내게 닥치는 어려움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원망하기를 일삼는다면 감사함을 받아들일 겨를 없이 찌든 삶에 매몰되기가 십상이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다 변하게 되어있고 또 영원하지도 않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시간이 가면 변한다. 어떤 음식은 발효가 되고 또 어떤 음식은 부패가 된다. 발효된 음식은 오래 될수록 맛과 향기를 내지만 부패된 음식은 썩어서 악취를 풍기게 된다. 결국 발효된 음식은 오랫동안 두고 싶지만 썩은 음식은 당장 버리게 된다.

우리 인간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다. 기왕이면 발효된 음식과 같은 사람이 되자.

그래서 ‘~때문’이라고 탓하기에 앞서 ‘~ 덕분’으로 타인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 이제는 불평과 원망보다 현재 주어진 삶에 대하여 감사하고 어렵고 힘들수록, 그리고 실패의 쓴잔을 마실수록 감사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짧아지는 시점에서 현실에 만족하는 삶의 자세를 통해 오지 않을지도 모를 내일 일을 염려하며 고민하기보다 오늘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