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칼럼-빈 마음의 자유
"빈 마음의 자유"
얼마 전 개척교회를 하시던 목사님이 교회운영에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교회를 양도한 후 실의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 목사님은 40대 중반으로 나이가 있어 부목사로도 못가고 이제는 정말 빈털터리가 되었다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걱정했다.
그 때 그 목사님에게 정말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래서 사모는 계시냐고 물었다. 있는데 결혼한 지 23년 되었다고 했다. 그럼 자녀들은 있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들 딸 남매가 있는데 아주 똑똑하고 착하다고 했다.
그 대답에 이어 바로 그럼 사모님과 아이들을 팔면 되겠구나, 했더니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목사님 너무 심한 말씀하시네요. 아무리 궁해도 어떻게 집사람과 아이들을 팝니까? 그럴 수는 없지요.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그래서 또 한마디를 했다. 결국 목사님은 빈털터리라고 하셨는데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주 귀중한 보물, 팔 수도 없는 명품을 갖고 계신데 그래도 아무것도 없다고 하시겠습니까?
설령 빈털터리가 되었다 해도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것 같이 보여도 요모조모 따져보면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이 보기 부러울 정도로 부유한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같이 행복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런 사람일수록 끝없는 욕망 때문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해 오히려 부족한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삶을 살 수가 있다.
몸이 추우면 옷으로라도 감쌀 수 있지만 마음이 추운 것은 무엇으로도 해결할 수가 없다. 사는 기준이 모두가 다 같을 수가 없듯이 행복의 기준이 하나로 될 수가 없다. 그러나 생김새가 각기 다르고 성격도 다르듯 가진 것이 적어도 감사함을 느끼면 행복을 알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남과 비교를 할수록 그런 행복이 멀리 달아나게 된다. 마음을 비우고 사랑 있는 것만으로도, 육신의 건강함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행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바라는 그 행복이란 어디서 찾아오는 게 아니다. 이미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따라서 행복은 누가 만들어서 갖다 주는 게 아니라 내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생각과 행위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때로는 내 마음이 천당이 되기도 하고 지옥도 되는 것이다. 제 삼 세계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세상은 빈부에 관계없이 남녀노소불문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스물 네 시간을 부여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인생의 역사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마이너스인생으로, 또는 플러스인생으로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내가 갖고 있는 ‘사고’가 내 가정 내 가족, 이 세상을 밝게도, 어둡게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얼마 전 방송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한 개그맨이 인터뷰를 하면서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수술실로 실려가 수술을 받기 전 가족에게 의사가 경우에 따라 다리를 절단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며 수술을 받았는데 의식이 회복되는 순간 간호사에게 자신의 다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물었다고 한다.
다리가 다 있다는 말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있어야 할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절망과 고뇌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것은 그 연유로 8년이나 연상인 작가를 천상배필로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머지않아 추운 겨울이 지나가고 꽃 피는 봄이 온다. 계절이 그렇게 오듯 우리의 삶도 그렇다. 그래서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이 들더라도 희망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아무리 삶이 힘겨워도 혼자가 아니고 함께 하는 가족. 가정이 있다면, 그런 필요한 자리에 내가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라는 존재가 필요한 곳이 참으로 많은 것 같아 행복하다. 많은 것을 소유했거나, 빈털터리가 되거나가 아니라 빈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곁에 있어주는 것이 바로 행복이 아니겠는가.
빈 마음으로의 자유를 한 번 생각해보자. 그래서 그런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비우고, 조급함을 버리고, 그리고 집착을 버리고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울 수로 그 마음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채워지는 것이다. 투명한 것으로 담으면 투명하게, 따뜻한 것으로 채우면 따뜻한 마음이 된다.
그리고 내 삶이 나의 희생으로가 아니라 남이, 내 가족의 희생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음에 감사해야 한다. 그만큼 사랑의 힘은 무섭고 크다. 아주 원수가 되어 다시는 보지 않는 이상 모든 것에 감사하며 먼저 베푸는 마음을 갖자.
우리의 마음은 채울 때보다 비우며 나눌 때가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더 많이 소유하려는 욕심보다 적더라도 가진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되자. 이제 민족고유의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어렵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갖고 이웃과 나눔의 마음을 갖고 함께 즐기며 행복한 명절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주위에 있는 경비원들에게 작은 행복의 선물을 나눠주며 그런 생각이 든다. 베풀 수 있는 것도 축복이고 행복이다. 나눔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가져본다. 내 마음이 그래서일까 창 밖에 내리는 눈이 하얀 쌀로 보인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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