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원칼럼-존재의의미


동문기고 안호원칼럼-존재의의미

작성일 2009-09-25
           
 
 
존재의 의미 
 
 2009년 09월 24일 (목) 11:16:40 안호원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보이는 것만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모든 것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세상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바람의 색깔이 있다. 어쩜 그것은 저마다의 마음에 색깔일 수도 있다. 그런 바람은 우리의 호흡 움직임 절규 분노 절망 기쁨 희망 환희 설레임 눈물을 만들며 저마다의 색깔을 나타낸다.

요즘 우리 삶 속에 불어오는 바람은 어떤 색깔로 우리 가슴을 물들이고 있는 것일까. 짐작하건대 너무도 많은 색깔이 뒤섞이고 엉킨 탓인지 말고 고운 색깔이기보다 어둡고 무겁고 침침한, 그리고 토악질을 할 만큼 더러운 색깔에 가까워 보인다. 허지만 내가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 같은 바람의 색깔에 물들 수 없음을 거부 할 수는 없는 세상이 아니던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숱한 몸부림들이 크고 작은 바람을 일으키며 소용돌이 치고 있다. 그 바람은 탐욕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정직하게 살고 싶으면서도 힘든 삶을 살아가는 민초들의 숨소리가 나지막하게 깔린 가운데 위정자들에게 울부짖는 절규의 바람이다. 아울러 현실에 대한 실망과 분노, 그러면서도 결코 놓을 수 없는 가냘픈 희망의 바람이기도 하다.

바람의 색깔에 물드는 마음이란 아무리 생각해도 깊고도 오묘한 것 같다.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다. 그 마음은 아무리 퍼내고 퍼내도 마르지 않는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풍요롭고 넉넉한 마음일지라도 바르게 쓸때 비로소 그 능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 마음을 바르게 쓰지 않고 독이 있는 독사처럼 혀를 함부로 쓴 사람도 있다. 마음의 색깔이 고우면 찬란한 금빛으로 충만케 되고 아주 원만한 마음의 소유자가 되지만 마음의 색깔이 어둡고 무거우면 어둔 빛을 발하며 건강까지도 잃을 수 있다. 지금 생각을 부정적으로 하면 불행해질 것이고 지금 생각을 긍정적으로 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 잘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실패 할 것이고 모든 일이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면서 성공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모든 게 마음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의 색깔이 어떤 색이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달라지는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짓고 마음으로 받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지옥도 천당도 다 우리들이 마음먹고 사는 그 자리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불가에서는 그래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다 업식(業識)의 작용이고 이 세상을 고(苦)라고 규정하게 되는 것도 다 업식에 딸린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사바세계든 지옥이든 천당이든 연옥이든 다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든지 마음을 잘 다스리면 앉은 자리가 바로 천당이 될 수도 있고 잘못 다스리면 지옥이 되기도 한다. 내 삶이 천당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내 마음이 걸레 같이 되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흔히 사람들은 걸레하면 먼저 더럽다는 것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을 두고 걸레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고 또 걸레라면 아무리 깨끗해도 옆에 두려고 하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둔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는 이 세상엔 반드시 걸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그 이유는 이 세상에는 더러움이 있게 마련이고 그 더러움을 깨끗하게 치우기 위해서는 걸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걸레가 지나가면 그 곳은 깨끗해진다. 걸레가 지나가는 곳마다 먼지가 사라지고 지저분한 것들이 지워지고 깨끗해진다. 그러나 걸레는 불평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더럽고 악취가 나는 곳일지라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드릴 줄 안다는 것이다.

걸레는 자신이 더러워질수록 깨끗해진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일에 대해 뽐내지도 않는다. 또한 자신을 내세우는 일도 없다 단지 자신의 일을 마치면 원래 있던 구석진 자리로 돌아갈 뿐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 걸레다.

흔히 추하고 더러운 사람들을 일컬어 걸레라고 하는데 걸레에게도 품격이 있고 나름대로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무나 걸레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진짜 걸레가 되려면 항상 더 깨끗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걸레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숨쉬고 사는 세상 사람들의 마음의 색깔이 너무 퇴색되어 지저분하고 아주 더럽기 그지없다. 악취가 나는 걸레가 깨끗하게 치운다며 오히려 더 더럽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깨끗한 걸레를 지저분하다고 멀리하며 이맛살을 찌프린다.  미움과 증오와 탐욕 등 온갖 추하고 더러움의 색깔로 온통 더럽혀져 있다. 사람뿐만 아니라 산과 계곡도 인간들이 내다버린 오물로 더럽혀지고 지저분하다.

이런 세상이 되다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똑똑한 사람, 자기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걸레와 같은 사람이 엄청 필요하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럽혀지고 찢기고 냄새나는 걸레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데 정작 더럽고 지저분한 곳을 깨끗하게 치우고 씻겨주고 싸매어주고 닦아 줄 걸레는 눈에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걸레 같은 정치인들이 너무 많아 허전해지는 마음이 된다.

자식을 위해 내 돈 쓰고, 남이 주는 것 받았는데 왜 탓을 하냐며 너무도 뻔뻔한 걸레 같은 사람들. 남도 다 하는 일 도덕성 따지지 말란다. 못 하는 사람이 능력이 없다는 게지. 황희 정승까지 닮지는 않아도 적어도 지도자라면 도덕적인 문제에는 걸리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닌 가.

지난 23일 몇 년간 무보수로 근무하던 모 대학의 상담실이 문을 닫으면서 비품을 정리했는데 방문하는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음료수와 라면 박스를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울컥한다. 남이 잘 되는 것을 안 좋아하는 우리의 근성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실의 아픔이다.

걸레 같지도 않은 자들의 시기, 모함, 비방에 의해 학장이 바뀌면서 결국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힘없는 자는 그 바람에 휘말려 따라갈 수밖에는 없다. 타 대학에 있는 후배 교수에게 상담실 문을 닫는다고 했더니 ‘회자정리’란다. 더 큰 것을 얻을 것이니 의기소침하지 말란다.

소외되고 약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으로 품어주며 그들의 서러움에 흘리는 눈물까지도 닦아 줄 수 있는 걸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그런 걸레 같은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 세상은 좋은 세상 깨끗한 세상이 될 수 있다. 갑자기 심한 갈증을 느낀다.

물을 마시고 싶어진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 이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