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호원 칼럼-아,아 어찌 잊으랴 이 날을
아, 아 어찌 잊으랴 이 날을
2009년 07월 30일 (목) 16:39:34 안호원
며칠 전 몇몇 신문에 게재된 미국 관공서에 조기(弔旗)가 게양된 사진 기사를 보면서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는 결코 당신을 잊지 않고 있다” 는 필라델피아 시에 세워진 한국 전(戰) 참전 기념비에 새겨진 비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를 보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참전 군인들의 희생에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즉 미국 국민들에게는 참전 용사가 잊혀 진 과거의 사람들이 아니라 현재에도 그들의 마음속에 살아 움직이는 실체라는 사실이다.
6.25 한국 전쟁 당시 미군은 4만 명 이상이 전사했거나 실종 됐으며 9만 명이 넘는 부상자가 속출 했다. 지난 27일은 한국 전 정전 기념일이다. 정작 전쟁을 치룬 우리는 별다른 행사 없이 지나갔는데 참전국인 미국은 이 날을 맞이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의사당에서, 영국은 스태퍼드셔 국립 전쟁 기념공원에서 한국 전 참전 노병들과 유가족 그리고 가족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각각 기념행사를 가졌다.
한국 전 참전 용사들은 한결같이 그 당시를 회상하면서 “공산주의자들의 공세에 맞서 한국인들을 구해내려 했다”며 한국전은 ‘잊혀 진 전쟁’ 이 아닌 ‘살아 있는 전쟁’ 이라고 말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한국 전 정전 일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한 참전 용사 인정법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미 연방 정부 주요 건물에 일제히 성조기 반기(半旗)가 걸려 그 의미를 더 해주고 있다.
사실 한국 전 정전 기념일에 성조기가 게양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인 88년부터 2003년까지 13차례 이뤄졌으나 지난 노 정부가 들어서면서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롭게 재개 됐다.
그러나 정작 전쟁 당사국인 우리는 지금 어떠한 가. 최근 북한 핵실험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이웃 일본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위태로운 시기에 나라 안에서는 일부 정당과 불순 세력들이 제 때를 만난 것처럼 날 뛰며 큰 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 건설과 경제회복은 안중에도 없고 지금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법도 강 건너 등불이 되어버렸다.
또한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와 2차 3차 4차 그 이상으로 일어 날 핵 실험들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도 도무지 관심이 없다. 국가가, 국민이 절대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내부의 적들에 의해 이 나라가 부식되어 가고 있지만 일부 정치 세력들이 자신의 야욕을 성취하기 위해 불순 세력들과 야합까지 하며 국가가 어떻게 되든 목적을 이루려고 갖은 추태를 부리며 외국에 까지 국가 망신을 시키고 있다.
참 희한 한 민주주의자들이 이 땅위에서 천방지축 날 뛰며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역이용,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취하려는 간악한 무리들이 너무도 많은 것 같다. 단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국민의 이름을 함부로 남발하며 생떼를 쓰고 공권력을 행사하려면 집회의 자유를 탄압한 다고 정부를 맹공격 한다.
또한 현 정부를 독재라고 몰아세우며 언론. 방송을 이용, 여론을 조작하며 군중을 부추 낀다. 오직 자신들이 하는 것은 민주주의요 법을 집행하려는 경찰이나 정부는 그 민주주의자들을 탄압하는 독재자로 내 몬다. 일부 야당과 전교조들이 그 한 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런 단체에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금전적 지원을 해주고 있으니 이 같은 모순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미 지나간 6월이지만 6월은 6.25전쟁과 더불어 6.29 서해해전이라는 가슴 아픈 기억이 우리 가슴속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는 달이기도 하다. 우리를 더욱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6.25 전쟁이 세계 열광의 대리전쟁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세계열강들의 각축전 속에서 샌드위치가 되었다는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바람에 우리 민족은 일제 압박에서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 동서 이데올로기의 꼭두각시가 되어 남과 북으로 갈라져 동족의 가슴에 총 뿌리를 겨누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며 이산가족들을 만들어 낸 비운의 민족이 되어 버렸다. 그런 6.25 전쟁이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의 머릿속에 이미 지나간 역사의 한 사건으로 묻혀 버리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더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전쟁에 대한 회상을 냉전시대의 산물로 치부해 배척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더욱 서글프다. 필자의 경우 그래서 대학생들에게 6월만 되면 6.25전쟁과 6.6현충일에 대한 특강을 하지만 안타깝게도 중 고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아무것도 모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난 진보 정권 10년간 왜곡되고 오도된 교육으로 인해 왜 6.25전쟁이 이 땅에서 터지고, 누가 그런 전쟁을 일으켰고 또 그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 후유증이 어떠했는지를 모르기도 하지만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은 남한을 적화통일 시키려는 호전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6.25 전쟁 중 한국군 희생자는 전사 13만 8천명, 실종 2만4천여 명, 부상 45만 여명, 그리고 포로가 8천여 명에 달하고 있다. 이외에도 민간인 희생자도 100만 여명에 이르고 있을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 6월임에도 불구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과 관련해서는 모든 방송이 앞 다퉈 그 분에 대한 일대기를 경쟁적으로 방영하면서도 결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6.25와 6.6 은 아쉽게도 그 흔한 특집 방송도 없었다는데 회의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일부 야당과 불순 사회단체가 국가를 불신하고 심지어는 이명박 정부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 PSI )을 추진하자 마치 북한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북한 핵 실험은 남한이 자초한 것이라고 그 책임을 현 정부에 뒤집어 씌우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은 지난 해 금강산 관광객인 남한의 50대 주부를 정 조준한 상태에서 사살한바 있고 올해 들어서는 개성공단 관리인을 몇 달째 강금해 놓고 있는 상태다. 거기다가 몇 차례 핵실험을 한 북한이 “핵 보복의 불소나기가 남조선에까지 들 씌워지게 하는 참혹한 사태를 초래 할 것” 이라고 위협까지 하고 있다.
일부 야당이나 사회단체도 눈과 귀가 있어 보고 들은 게 있어 북한의 의증을 읽을 법도 한데 북한이 핵 실험을 해도, 사이버테러의 의심이 가도 어쩐 이유에서인지 그 흔한 촛불시위도 없다. 정말 국민을 사랑하고 국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침묵으로 일관 할 수 있을 수가 있을가. 정말 누가 독재 정권인가를 알고 먼저 북한 정권을 향해 서슴없이 비판의 소리를 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에 대해서는 폭력까지도 휘두르며 강경한 투쟁을 벌리며 국가분열을 조장하는 일부 야당과 사회단체들은 어느 쪽 사람들인가 묻고 싶다.
본의든 아니든 북한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러니 남한에서 여과 없이 방송한 남한의 취업률 저조, 고액진료비로 병원 이용 불편 등 부정적인 내용을 골라 조선통신에서 ’대한민국‘ 이라! 는 명칭까지 그대로 사용하며 남한을 헐뜯으며 북한이 천국임을 은근히 과시하는 미끼를 제공 한 결과가 되어버렸다. 오래 전 보건복지부를 출입할 때다. 그 당시 국외 입양아동들이 너무 많아 특집 형식으로 취재를 했던 기억이 있다.
회사에도 보고하고 몇 날에 걸쳐 자료까지 다 수합 한 후 최종적으로 복지부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사무관이 기자님이 취재를 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상관없지만 행여 그 자료가 북한에 넘어가 남한을 비방하는 좋은 자료로 활용 될 것 까지 생각, 국익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는 말에 기사화 하지 않은 적이 있다.
6.25 전쟁은 잊혀진 전쟁이 아니며 결코 잊어서도 안 될 전쟁이다. 지금도 세계 유일의 휴전국인 우리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를 경제부국으로 이끈 오늘이 있기까지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피를 흘린 참전 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60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병상에서 홀로 고통과 싸우며 젊음을 국가에 바친 원호군경과 그 가족들을 잊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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