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직불카드 안 쓰세요?


동문기고 김성은-직불카드 안 쓰세요?

작성일 2009-04-24

[시론] 직불카드 안 쓰세요?

- 김성은 /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

최고 4.5%의 수수료를 내고 있는 영세한 카드가맹점들은 수수료를 인하해주든지 카드를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다. 카드사는 거래 건당 비용이 높으니 손해 보지 않게 시장원리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게 해달라고 한다. 수수료를 직접 내지 않는 사용자는 등록금·세금 등 모든 결제를 카드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치권은 카드수수료율 상한제, 1만원 이하의 경우 카드결제 의무화 폐지 등을 포함한 입법안을 추진 중이다.

결제비용이 적게 드는 순서로 보면 현금, 직불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 순이다. 프랑스와 독일은 전체 카드사용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직불카드가 활성화되고 있다. 수표와 신용카드 중심의 나라인 미국조차도 최근 직불카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수수료가 비싼 신용카드 사용률이 94.3%를 차지하고 있으며, 체크카드, 직불카드 사용률은 각각 5.5%, 0.015%에 불과하다. 국민 한 사람이 가장 비싼 신용카드를 평균 4장씩 보유하고 있는 신용카드 왕국이 된 우리나라에서 수수료를 둘러싼 논쟁이 없다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이제는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직불카드를 활성화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출 때라고 본다.

최근 경제위기로 "쓰고 보자"에서 알뜰 소비패턴으로 바뀌면서 체크카드와 직불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은 체크카드와 직불카드가 은행계좌 잔액 한도 내에서 결제되는 같은 종류의 카드로 알고 있다. 가맹점 수가 적고 사용시간도 8시~23시로 제한되어 있어서 사용하기 불편한 직불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시간제한 없이 가맹점에서 다 받아주니 사용이 편리하다고 느낀다. 사용자는 사용하기 편한 체크카드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수료 측면에서 보면 체크카드와 직불카드는 연체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거래당 비용이 신용카드보다 현저히 낮다. 또한 금융기관이 발급하는 직불카드는 카드회사가 발급하는 체크카드보다 거래승인과정에서 더 적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더 낮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수수료가 2%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 호주의 경우 비서명식 직불카드 수수료가 거래 건당 100원도 안 되는 것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직불카드 수수료가 얼마나 터무니없이 높은지를 알 수 있다. 세계가 감탄하는 IT강국에서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신용카드보다 수수료가 낮아서인지 직불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가 적정한지에 대한 논란은 없다. 가맹점 수수료는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카드 사용을 하지 않는 현금거래자를 포함하여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지원으로 비정상적으로 성장한 신용카드업계의 수익성이 더 이상 국가의 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신용카드사는 고액거래, 현금서비스, 할부거래 등 고유사업 영역이 있다. 이제는 신용카드 편중정책에서 벗어나 직불카드의 활성화와 거래처리비용 인하를 통한 수수료 인하에 초점을 맞추어 수십조원의 국민부담을 절감해야 한다. 방법도 매우 간단하다. 가맹점이 차별 없이 직불카드를 받도록 하고, 직불카드의 사용시간도 24시간 허용한다. 또한 신용카드 지원을 위한 재원으로 직불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높인다.

2006년 8월 체크카드와 직불카드 소득공제율을 20%로 상향조정하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발표되는 반가운 일이 일어났었다. 그러나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이 정부안이 없던 일이 되었고, 원점으로 돌아간 이유에 대해서는 들을 수 없었다. 정부와 신용카드업계 간 힘겨루기의 결과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조선일보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