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래-뇌졸중 환자의 하소연


동문기고 이형래-뇌졸중 환자의 하소연

작성일 2009-04-14

[굿모닝 닥터] 뇌졸중 환자의 하소연 

- 이형래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
 
보통 사람은 하루에 6~8번 정도 화장실에 간다. 만약 하루에 20번 이상 화장실에 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생활은 어떨까? 실제로 그런 증상을 가진 68세 남성을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지내다 3개월 전 뇌졸중으로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현재 거동은 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큰 골칫거리가 바로 ‘화장실’이었다. 하루에 20번 이상 화장실을 오가는 고통을 감내하던 중 최근 동창모임에서는 친구들과 담소 중에 그만 바지에 실수를 하고 말았다고 한다.

흔히 소변 조절기관을 ‘방광’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방광에 소변이 차면 방광의 압력이 올라가고, 뇌에서 압력을 줄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방광의 압력이 줄면서 오줌이 방광에 충분히 차게 되면 다시 머리에서 방광의 출구를 열도록 신호를 보내 오줌을 누게 된다. 방광과 요도의 근육은 신경 조절로 움직이는데, 이를 주관하는 것이 뇌이다. 뇌에 이상이 생기면 손발을 못 쓰듯 소변도 수월하게 보지 못하게 된다.

흔히 ‘중풍’으로 불리는 ‘뇌졸중’은 뇌혈관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뇌로 가는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줄면서 뇌 기능에 이상이 나타난다. 운동·감각·언어·보행·기억 등의 기능에 장애가 생기고 심지어 소변을 보는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신경인성 빈뇨’가 바로 그것이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배뇨장애가 생기면 환자의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방광 수축을 억제시키는 약물을 사용해 방광의 크기를 늘려주면 환자의 불편이 크게 줄어든다. 만일 환자의 거동이 어렵거나 여명이 길지 않다면 약제가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환자는 소변줄을 달고 지내게 된다. 뇌졸중으로 인한 배뇨장애를 방치하면 콩팥에 손상을 입기도 하지만 적절한 약물을 투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추적·관찰하면 배뇨기능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서울신문 2009-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