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안재욱-‘한·미 FTA 비준’ 더 미룰 일 아니다
<포럼> ‘한·미 FTA 비준’ 더 미룰 일 아니다
-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양국 정부가 서명한 것이 2007년 6월이다.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2007년 9월이며,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는 2008년 12월18일 상정됐다. 그리고 2009년 2월25일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협정 체결 후 2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보호무역의 색채가 드러났고 한·미 FTA의 수정 필요성을 거듭 제기해왔다.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한·미 FTA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다행히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 변화로 FTA 비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 같다. 그동안 한국과의 FTA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오바마 대통령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제2차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가 열렸던 영국 런던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FTA 진전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한·미 FTA는 양국이 직면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좋은 통로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의 흐름을 자유무역 기조로 되돌릴 수 있는 좋은 소재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듯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프랑스는 국내 기업 보호용 국부 펀드를 조성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자동차와 버스의 수입관세를 높이고, 중국은 3700개 수출 품목 생산 기업에 대해 세금 환급 조치를 취했다. 1930년대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비롯해 각국이 취했던 보호무역 조치와 같은 것들이 쏟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은 전 세계의 수요를 감소시켜 불황을 장기화시킴으로써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조류를 차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고 자유무역의 기조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던 한·유럽연합(EU) FTA가 이번에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한·EU FTA 협정 타결이 한·미 FTA 비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한·EU FTA 협정이 결렬된 이유는 관세 환급 분야에서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부품을 수입해서 가공수출을 많이 하는 우리로서는 관세 환급을 포기하기 어려웠고, EU 회원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관세 환급이 한·EU FTA 타결의 걸림돌이 된다면 이참에 원자재 수입관세의 철폐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원자재 수입관세 철폐가 자유무역에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그래서 보호무역을 차단하고 개방적인 통상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 필수적이다. 한·미 FTA와 한·EU FTA는 그런 환경을 마련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다. FTA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를 차단하여 자유무역 기조를 강화함으로써 수출 증진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국제수지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긍정적인 변화로 미국 의회의 FTA 비준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국회는 한·미 FTA 비준동의를 조속히 처리하고 미 의회가 가능한 한 빨리 비준할 수 있도록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한·미 FTA는 경제적 관점뿐만 아니라 한미동맹 관계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한·미 FTA는 현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좋은 활로이고 국가의 장래가 달린 일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미적거리고 있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다.
[[문화일보 2009-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