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지-北, 先民 아닌 先軍 대가 머지않다


동문기고 우승지-北, 先民 아닌 先軍 대가 머지않다

작성일 2009-04-09

<포럼> 北, 先民 아닌 先軍 대가 머지않다
 
- 우승지 /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국제사회 또한 발사 이후의 정국을 주도하기 위한 외교 게임에 돌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지만 예상했던 대로 참가국들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헤어졌다. 6자회담 의장국이며 북핵 문제 해결의 한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신중하고 형평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한 한·미·일 3국이 원하는 강도를 가진 대북 결의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향상됐음을 확인한 우리 정부는 일단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쌀과 비료 지원이 이미 중단됐고,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막혀 있으며, 개성공단만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제재 방안을 찾기가 힘들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언명함으로써 PSI 참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는 북한의 반응과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해 PSI 참여 불가라는 입장을 유지한 노무현 전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태도다.

평양 당국은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하고 김일성 생일 기념을 준비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와병으로 흐트러진 국내 분위기를 잡는 데 미사일 정국을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다. 평양의 향후 대응 카드에는 6자회담 불참 선언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는 추가로 공세적인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여세를 몰아 미국과의 단독 협상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현 단계 김정일 정권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은 선민(先民)이나 선경(先經)이 아닌 선군(先軍)을 선택했다. 이어 북한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핵과 미사일이다. 1980년대 이래 한국과의 총체적 재래식 군사력 경쟁에서 뒤처지자 평양은 핵과 미사일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전반적인 군사력 열세를 뒤집으려는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정치적 성격과 외화벌이를 위한 경제적 성격도 갖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역시 한반도 세력 균형의 회복을 위한 군사적 성격을 가장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1990년대 초반의 사회주의권 붕괴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이 어려워지면서 북한 정권이 과거처럼 수정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한국 사회에서 있었다. 생존에 급급한 평양 당국이 대남 혁명노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지 않다는 측면에서 현상 유지적 성향을 보이고 있으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열세에 있는 세력 균형을 되돌리려 한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수정주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후자의 측면을 이해하지 못하고 전자만 바라보면서 북한이 수정주의를 포기했다고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추가적인 모험적 조치에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은 앞으로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늘이고 핵 기술과 미사일 기술을 접목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 많은 국방비를 들여 쌓아올린 우리 국방력의 질적인 우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또한 결단을 요구받고 있다. 미사일 전력 보강 프로그램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북한에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우리의 미사일 전력을 질과 양의 측면에서 단기간에 향상시키는 것이다. 상대의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응 전력 또한 보강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고 선군 노선을 고집하는 한 한국과의 경제 협력에서 오는 과실을 얻기가 더 어려워지고, 세계화·정보화의 조류에서 멀어지는 미아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문화일보 2009-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