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기고
김찬규-北 ‘미사일 위협’에 PSI로 대응해야
<포럼> 北 ‘미사일 위협’에 PSI로 대응해야
- 김찬규 / 경희대 명예교수·국제법 -
3월30일 이명박 대통령은 영국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이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북한이 발사하게 될 탄도미사일이 알래스카와 하와이까지 도달하지 못할 것임을 전제로 요격 계획이 없다고 한 29일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일본은 요격 준비를 하고 있으나 우주공간을 날아가는 미사일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일본 영공을 통해 떨어져 영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낙하물을 상정, 이를 겨냥한 것이기에 한·미 양국의 입장과 상충한다고 할 수 없다.
이로써 북한이 공언한 대로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이 문제는 즉각 유엔 안보리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발사하려는 것이 인공위성 ‘광명성 2호’이며 인공위성의 발사는 국제법상 인정된 ‘자주권의 행사’라면서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를 가하려 한다면 6자회담의 파탄은 물론 보다 강력한 조치로 대응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착각에 불과하며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임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인공위성 발사가 국제법상 인정된 주권국가의 권리임은 사실이다. 북한도 당사국인 1966년 우주조약 제1조는 ‘달 및 그 밖의 천체를 포함한 우주공간에 대해서는 모든 국가가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평등한 기반 위에서, 그리고 국제법에 따라 자유로이 탐사하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천체의 모든 부분에의 출입도 자유로워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북한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북한은 2006년 10월14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의해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아울러 미사일 발사 유예에 관한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할 것’(제5항)이라고 규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의 발사와 탄도미사일의 발사는 같은 원리 아래서 진행된다. 따라서 이 결의에 언급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활동’에는 당연히 인공위성의 발사가 포함되며 북한은 또한 미사일 발사 유예에 관한 공약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이것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이 결의의 의미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됐을 때 안보리에서의 처리는 순탄할 것인가. 북한 행동을 규탄하고 그 이상의 행동 자제를 요구하는 의장성명의 채택 정도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하지만 중국 및 러시아의 소극적 자세에 비춰 제재 결의의 채택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행동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안보리 결의 제1718호가 유엔 안보리에서 전원일치로 채택된 것은 북한이 1998년 8월31일 및 2006년 7월5일의 두 차례에 걸쳐 미사일 발사를 했을 뿐 아니라 2006년 10월9일 핵실험을 자행했기 때문이다.
안보리 차원의 제재 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대책에는 어떤 것이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화의 길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선택이 상응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는 용인되지 않을 것임을 북한에 인식시키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의 참여, 사거리 300㎞를 초과하는 미사일 개발 및 미사일 방어체제(MD)에의 참가 등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미사일 개발은 군비 경쟁을 몰고 올 우려가 있고, MD 참가는 재정적·장소적 제약이 있어 쉽지 않다고 봐야 한다. 결국 PSI에 정식 참여하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고 시대의 조류에도 맞다. 그런 만큼 이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문화일보 2009-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