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욱-윤증현 경제팀에 바란다


동문기고 안재욱-윤증현 경제팀에 바란다

작성일 2009-02-11

<포럼> 윤증현 경제팀에 바란다
 
- 안재욱 /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 -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이명박 정부의 제2기 경제팀이 맞는 한국경제의 현실이 화급하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분기 대비 마이너스 5.6%를 기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 4%로 전망할 만큼 실물경제 여건이 매우 좋지 않다. 마이너스 4% 성장률이란 문을 닫는 기업의 수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실업 상태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난 타개를 위해 윤증현 경제팀은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길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외무역을 증대시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내수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의 골이 깊어 올해 대외무역을 통한 경제 활성화는 어려울 수 있다. 사실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내부의 경제 환경이 극도로 안 좋은 상황에서도 그나마 3~4% 경제성장률을 올렸던 것은 세계경제의 호황으로 수출이 크게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내수 회복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지난 정부가 규제 강화, 세금 폭증 등 반시장적 경제 조치로 워낙 경제 환경을 망가뜨려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반시장적 조치들을 걷어내는 데 주력한다면 위축됐던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고 민간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져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외부의 환경이야 우리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것이지만 내부 환경은 우리가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기 때문에 윤증현 경제팀이 우리의 내부 경제 환경을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면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보다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감세와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 경제력 집중 억제 명분으로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방해해 온 출자총액 제한을 폐지하고, 물류 등 서비스산업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 또한 시장 개방,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금산분리나 진입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 그리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소득세 등을 인하했지만, 여기에 그치지 말고 추가적인 소득세 인하와 법인세 감면 등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지금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 부동자금이 50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규제 완화와 투자 유인책을 통해 이러한 자금이 실물경제로 유입되도록 하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또 대규모의 실업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비정규직보호법과 같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법과 제도를 폐지하여 실질적으로 임금을 자유롭게 조정하고 고용 형태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임금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면 실업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정책효과를 가시화할 수 있는 예산의 조기 집행과 같은 적극적인 재정 투입 역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실물경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기업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들을 제거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좋다. 정부가 직접 개입한다면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심화시키고 효과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윤증현 새 경제팀이 이러한 일들을 추진할 때 정치권은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강만수 경제팀에게 했던 것처럼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발목을 잡고 늘어질 시간적 여유가 더 이상 우리에겐 없다.

[[문화일보 2009-02-09]]